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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B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2007년 12월 14일 () 14:03:00 webmaster@mjmedi.com
넌버벌 퍼포먼스는 대사가 없기 때문에 언어장벽이 없고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 1990년대 초부터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0월 뮤지컬의 본고장인 미국 뉴욕에서 장기 공연에 돌입한 ‘점프’, 2001년 국내 공연물 수출사상 최고액인 400만 달러에 미국에 수출된 ‘난타’, 2001년 영국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헤럴드 엔젤 어워드(음악부문) 수상작 ‘도깨비스톰’ 등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부엌의 물건들로 사물놀이의 리듬을 만들어낸 ‘난타’, 사물놀이, 아쟁 등의 국악기와 드럼, 기타 등의 서양악기까지 등장해 신명나는 놀이마당을 펼친 ‘도깨비스톰’, 무술을 접목시킨 ‘점프’가 우리와 타자(他者)의 문화를 혼합해 만든 퓨전요리였다면, ‘B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이하 B보이)’는 한국적인 작품의 의무감에서 벗어나 편하게 만든 국적불명의 미식(美食)이다.

우리 전통문화의 우월성을 소개하는 문화상품도 좋지만, 외국인들이 편하게 즐기기 위해서 민족을 초월한 보편적인 소재를 이용한 것도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홍대 앞의 B보이 전용극장에서 처음 만난 등받이 없는 작은 의자에 잠깐 실망했지만, 마당에서 펼쳐지는 화끈한 댄스의 열기를 관객과 함께 하기에 필수불가결한 좌석임을 알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막이 오르며 쿵쿵거리기 시작한 강렬한 드럼비트와 순식간에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는 불꽃같은 댄스에 필자의 가슴도 두근거렸다.
길거리 댄서들의 힙합광장과 발레리나의 연습실이 소개된 후, 연습을 방해하는 소음에 항의하러 발레리나들이 힙합광장을 방문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브레이크댄스와 B보이 석윤에게 마음을 뺏긴 발레리나 소연의 고민과 위기가 가면 등의 소품을 이용한 아름다운 춤과 음악으로 펼쳐지고, 급기야 소연은 평생 키워온 발레리나의 꿈을 접고, 브레이크댄스를 연마한다. 소연이 길거리 댄서들과 화해하고 석윤과의 사랑도 시작되면서 막이 내린다.

물방울이 튀며 북소리가 터져 나오는 활화산 같은 난타의 피날레는 관람한 지 5년 이상 지난 지금도 눈에 선한데, B보이의 결말은 2%(?) 부족한 느낌이다. 화려한 피날레를 위해서 볼거리를 조끔씩 아껴둬야 하는데, 댄서의 개인기에 기댈 수밖에 없는 힙합과 브레이크댄스의 태생적인 단점인 것 같다.
줄거리에 대한 멘트나 자막이 없어서 시놉시스의 상세한 부분까지 파악할 수 없었고, 그만큼 주인공 소연의 감정과의 공감도 피날레의 감동도 줄어든 것 같다. 공연 전에 프로그램의 시놉시스를 읽어보았다면 좀 더 큰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시종일관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신나는 음악과 묘기를 보는듯한 고난도의 댄스에 환호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막이 내려 아쉬웠는데, 더욱 화려한 앙콜공연이 이어져 섭섭함을 달래주었다. 점점 더해가는 불경기로 어깨를 짓누르던 스트레스를 일거에 날려버리는 유쾌, 통쾌, 상쾌한 공연이었다.
B보이의 신나는 춤과 음악을 즐기고 젊음의 열기를 느끼며 추운 겨울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시길….

김호민(서울 강서구 늘푸른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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