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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한방임상이야기’의 저자 양주노 경기 수원 경희금호한의원장
2009년 02월 13일 () 14:00:00 webmaster@mjmedi.com
   
 
데이터축적으로 한의학 파워 UP! 가능

한의학에 대한 고민들을 풀어나가기 위해 나름대로의 방법들을 차근차근 실천에 옮기며 한의학의 밝은 미래를 가꿔나가는 젊은 한의사가 있어 주목된다.
경기도 수원시 경희금호한의원 양주노 원장(36)은 앞으로 한의학이 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에 한의학의 미래는 밝으며, 아직까지 한의학은 위기가 아니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양 원장은 “위궤양, 간암, 뇌종양 등 한의학이 다룰 수 있는 질환은 무수히 많은데 아직 신뢰를 주지 못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우리를 멀리하거나 말을 안 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우리에게 환자가 먼저 말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의 경로를 마련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증거물들(데이터)을 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의학의 정체성 고민

경희대 한의대 92학번인 양 원장은 기대를 안고 입학한 대학시절 정통성만을 추구하는 한의대 교과과정에 실망하며 정체성이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냈다.
1999년 졸업과 동시에 대학에 조교로 남으면서 제1회 한의학국제박람회 준비를 맡게 됐다. 6개월여를 준비하면서 문서작업, 부서들 간 조율, 자료피드백 등 어려움도 많았지만 한의사로서는 흔치 않은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당시 어떻게 하면 한의학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라는 진지한 고민도 해봤지만 도무지 답이 나오질 않았다.
‘맞춤의학 맞춤의학’ 하는데 정말 맞춤의학이라고 하는 것이 없어보였고, 이것이 한의학의 전부라면 과연 한국의 한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라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 암에 대한 관심 그리고 기록

2000년 이런 고민에 쌓여 있을 때쯤 지도교수였던 경희대 한의대 최승훈 교수의 권유로 1년 간 대만으로 임상연수를 다녀온 후 이듬해 고향인 수원에서 첫 개원을 했다. 그러나 서른이 채 안 된 젊은 한의사를 본 사람들은 그를 우습게 여기거나 초면에 반말부터 하기 일쑤였다.
어느 날 한 환자가 위가 아픈데 병원에선 이상이 없다고 한다며 찾아와 배를 짚어보니 암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에 병원에 가서 정밀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하자 막상 환자는 양 원장 앞에서 화를 냈으나, 이후 암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그 뒤로 소문을 전해들은 환자들로 한의원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를 계기로 난치성 중증질환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환자들이 몰려들자 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잠시 한의원 문을 닫았다가 2002년 현재의 한의원에서 다시 개원하면서 본격적인 한방임상데이터 축적에 들어갔다.
양 원장은 “내 임상이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분간이 안 되는 초보한의사였기에 그럴수록 내 치료방법이 맞았는지, 치료방법의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를 계속 기록해보고 연습해봐야 나의 학문도 발전한다고 믿었다”며 “천재가 아니고서야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습해야 하고, 이 길을 선택한 이상은 끝까지 파고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9년간의 임상기록 책으로

그는 지금 국민들 속에서의 한의학은 홍삼보다 못한 존재가 되고 있어 이를 넘어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같은 고민을 하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한의학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들을 계속 보내줘야 하는 것이 선배로서 할 일인 것 같다고 했다.
양 원장은 최근 이러한 취지에서 9년간의 임상기록을 모은 ‘한방임상이야기’(군자출판사 刊)를 펴냈다.
그는 이 책에 대해 “거창한 임상 치료기술 소개서도 아니고 한 젊은 한의사가 임상에서 경험한 여러 질환에 대한 기록”이라면서 “한 사람의 한의사가 침과 약이라는 한정된 방법을 가지고 여러 질환을 대하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연구와 각성, 좌절 등을 기록한 일기”라고 밝혔다.

한의학이 외부로부터 계속 공격을 당하는 이유는 기록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는 양 원장은 한의학의 많은 임상증거들을 현대의학적 용어로 설명할 수 있는 근거(EBM)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일 천명의 한의사가 나와 같은 치험증례집을 내놓는다면 1천권이다. 10년간 한의사들이 그렇게 했다고 치자. 누가 한국의 한의사를 우습게 보겠나? 전 세계에서 한국의 한의학을 알기 위해 달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아주대 의대 방사선종양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하게 되면서 아주대의료원에서 암환자들에 대한 협진 실험에도 참여했다. 워낙 대만 임상연수시절부터 관심분야의 책이란 책은 모두 샅샅이 찾아 읽는 습관이 있었지만 박사과정 중 접하게 되는 낯선 용어들과 내용들은 전보다 그를 더욱 채찍질했다.

종양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건 대학시절부터 절친한 후배가 악성뇌종양 소식을 알려오면서부터. 소식을 접하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놀라움도 뒤로 하고 머릿속에는 온통 후배를 살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생명이 위태로울 만큼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그의 노력덕분인지 다행히 후배는 지금까지 일상생활에 거의 지장이 없을 정도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에서 한의학이 특히 중증질환의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를 통해 책속에만 있는 추상적인 이론이 아닌 독자적인 치험증례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 위기속 한의학 더 큰 힘 발휘

그의 진료실에는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의학서적들이 많다. 중증질환은 궁금한 것이 생겨도 물어볼 대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한약 용량조절이나 투여시기 등 세밀한 부분은 스스로 개발해야 하는 등 모두 혼자 감내하려다보니 책값으로만 1억원이 넘게 들었을 정도다.
병을 잘 고쳤을 때가 한의사로서 가장 보람있는 일이라고 꼽는 그는 돈을 많이 벌면 번만큼 한의학 발전을 위해 재투자해야 하고, 눈앞의 이익보다는 더 큰 꿈을 위해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한의학은 어려운 역사 속에서도 더욱 강인한 힘을 발휘하며 헤쳐 나왔다며 현재의 한의학은 절실함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따라서 앞으로 하나만 보지 말고 좀 더 사고의 폭을 넓혀가야 한다고 했다.
또 지금의 ‘한의학 위기설’은 나태한 상황에서 나오게 된 일종의 경고에 불과한 것이지만 앞으로 지금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하면서 한의학의 秘方은 있을 수가 없으며 모두 공개돼야 하고, 오히려 증거물들이 쌓이면 그것이 한의학의 엄청난 파워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양 원장에게 한의학은 사는 것이다. 평생 벗어날 수 없는 생활이고 더 좋은 한국 한의학을 만들어가기 위해 계속 쌓아가야 하는 학문이다.
가족으로는 늘 그의 든든한 에너지원인 부인 정진희(32) 씨와 아들 연담(5) 군이 있다.

민족의학신문 강은희 기자 leona01@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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