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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선생
2003년 03월 19일 () 15:00:00 webmaster@mjmedi.com
감독 이마무라 쇼헤이
주연 아키라 에모토, 아소 구미코, 카라 주로


"의사는 발이 생명이다. 한 다리가 부러지면 다른 다리로 달리고, 두 다리가 부러지면 손으로 달리고, 죽기살기로 달리고 또 달리고 죽을때까지 달려야 한다."
2차 대전 말 전국이 전쟁의 열병을 앓던 시기에 온동네를 뛰어다니는 의사 아카기의 가훈이자 신념이다.

환자가 발생하면 언제나 뛰어 다니는 아카기는 나비넥타이의 양복차림에 모자까지 챙겨 쓰는 독특한 캐릭터. 모든 환자에 '간염'진단을 내린다. 이 때문에 동네사람들은 그를 '간장선생'이라 부른다.

2차 대전 말, 세계재패를 위한 야욕을 앞세웠던 일본열도는 끝내 비극으로 치달았다.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할퀴고 간 상처에 분개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 제국주의라는 구호아래 개인의 삶과 권리를 반납했던 전범국의 내부사정은 어떨까?

아카기는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간염'을 진단하고 '편히 쉴 것'과 '배불리 잘 먹을 것'을 권유한다. 전시에 맞지 않는 참으로 주책없는 처방이다.
간염환자들은 '돌팔이'라 부르고, 간염연구는 정부에 의해 도중하차한다. 이쯤 되면 이미 국가와 국민들의 제국주의 맹신을 뚜렷히 목격할 수 있다.

양심과 이성이 마비된 일본사회는 흡사 질병을 앓고 있는 신체와 같고, 개인은 간염을 앓고 있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낸 감독의 역량에 무거움이 실린다.

올해 일흔 두 살의 이마무라감독은 '나라야마 부시코', '우나기'를 통해 두차례 칸느영화제의 황금종료상을 수상함으로써 세계적인 인정을 받는 노장이다.
영화는 무거운 역사적 사건에 코믹과 재치를 버무려 관객을 웃긴다.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오래전 상처한 아키라 주변에는 지독한 술꾼 승려 우메모토와 모르핀에 중독된 외과의사 토리우미, 일본군 장교 전용술집마담 토미코가 있다. 병원에 찾아온 어부가 죽자 고아가 된 그의 딸 소노코를 간호사로 받아들이고, 네덜란드 탈영병사까지 합세해 간염연구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결코 정상의 범위에 끼워넣지 못할 인간군상들이 뿜어내는 독특한 풍경에 감독의 철학이 느껴진다.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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