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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회화 명품전
2003년 05월 23일 () 14:03:00 webmaster@mjmedi.com
   
 
근대 한국회화의 脈 찾기


해마다 봄·가을 두 차례 전시회를 통해 일반에게 문을 여는 간송미술관(02-762-0442)이 올 봄에는 영화 ‘취화선’의 주인공 오원 장승업(1843~ 1897)에서 청전 이상범(1897~1972)까지 대혼란의 시대였던 근대 그림과 더불어 근대사를 다시 읽을 수 있는 ‘근대회화 명품전’(6월 1일까지)을 마련했다.

전통 미술의 보고인 간송미술관이 마련한 이번 기획전에는 간송 전형필 선생의 애장품 가운데 추사의 제자들이 활동했던 당대에 대부분 수집한 서화중 명품 백여점이 전시되고 있으며 ‘근대는 추사로부터 출발했다’는 실증을 보여주는 자리다.

당대에 깨어있는 지식인이던 추사는 4백여년 조선왕조를 이끌어 노쇠해진 성리학을 대체할 고증학을 새 시대의 이념으로 내세웠다. 조선 고유화풍인 진경풍 서화를 부정한 것도 그것이 세월이 흐르며 고루편벽해져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변질했기 때문이다.

옛 틀을 깨는 새로운 가치관과 정신을 일군 근대의 시발점을 추사로부터 잡아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간송미술관 최완수 실장에 따르며 추사의 미의식은 누구에게나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추사의 직제자인 대원군 이하응이나 고람 전기(古藍 田琦) 등에게만 이어진다.

그 다음 대를 잇는 천민 출신의 장승업에 이르면 화풍이 급속히 대중적으로 변하면서 근대 한국화가 시작된다. 추사의 서화를 보고 즐길만한 교양 높은 사대부 계층이 몰락하고 평민층이 세도가문과 연결돼 부를 축적하면서 새로운 미술 감상층으로 부상하는 시대였음을 뜻하는 것이다.

화가들은 이런 시대의 흐름을 타고 그림 수준을 대중들 눈높이에 맞출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구한말로 접어들며 밀려드는 외세의 등살에 중 국풍, 일본풍, 서구풍 등으로 가치 기준의 혼란이 빚어지자 추사가 주장했던 혁신적인 추사체는 서구화가, 곧 근대화라는 잘못된 논리 속에서 그 힘을 잃게 되었다.

최완수 실장은 “화가들은 전통 화풍의 고수와 외래 화풍의 수용이라는 상반된 진로를 놓고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뚜렷한 이념적 기준 없이 각자의 방식대로 그림을 그렸다”며 “오늘의 그림이 왜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가 하는 해 답을 명쾌하게 제시하는 전시회”라고 말했다.

김 영 권(백록화랑 대표, 백록당 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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