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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과 얼룩소의 사랑이야기
영화 읽기 |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2014년 10월 23일 () 09:20:09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반복되는 일상의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어느 날 출근 시간에 버스 안에서 우연히 본 애니메이션이 한 편 있다. 누군가는 유치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버스를 탈 때마다 그 애니메이션을 찾게 되었고, 심지어 케이블 TV에서 시리즈를 찾아 볼 정도로 개인적으로는 즐거운 휴식 시간이 되어주었다. 이처럼 애니메이션의 기발한 상상력과 비현실적인 표현력은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상 속에서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시간과 재미를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유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감독 : 장형윤
목소리 출연 : 정유미, 유아인

일교차가 심해지는 날씨로 감기에 심하게 걸려 고생하고 있는 와중에 우연히 올해 초 극장 개봉을 했던 국산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게 되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라는 작품인데 사실 내용보다는 최근 가장 핫한 여배우로 올라선 정유미와 유아인이 목소리 연기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호기심이 생겼다. 그런데 제목만을 봐서는 사람이 등장할 것 같지 않은 작품인데 이들이 어떤 역할의 목소리를 맡은 것일지도 궁금해졌다.

어느 날 갑자기, 마법에 의해 소심한 얼룩소로 변해버린 경천(유아인)은 영문도 모른 채 소각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다가 휴지마법사 멀린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구출된다. 한편 수명이 다해 지구로 추락하던 인공위성 일호(정유미) 역시 멀린의 마법으로 소녀의 모습으로 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사냥꾼 오사장이 얼룩소 경천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면서 그들에게 점점 더 가까워져 온다.

한마디로 인공위성과 얼룩소의 사랑이야기라고 정의내릴 수 있는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는 판타지 애니메이션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매우 특별한 캐릭터를 통해 전하고 있는 작품이다. 사실 여자친구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소심한 성격과 매사에 자신감이 결여되면서 마음을 잃게 된 경천이가 얼룩소가 된다는 설정이 처음에는 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계속 보다보면 마치 우리 주변에도 눈에 띄지 않는 얼룩소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실제 존재하는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를 의인화하여 경천의 노래소리 때문에 소멸되기 전에 삶의 끈을 잡게 된 일호의 모습 또한 사랑의 마음이 얼마나 큰가를 색다르게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경천과 일호를 도와주는 휴지마법사 멀린은 약간 지루해 할 수도 있는 관객들에게 깨알 같은 재미를 전해주고 있다.

그러나 매우 기발한 아이디어와 ‘원스’ 같은 음악 영화를 지향하면서 음악이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려고 했던 감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경천과 일호의 사랑 이야기는 특별한 갈등 없이 급진전하면서 설득력을 잃고, 약간 유치하다고도 느껴질 수 있는 장면들로 인해 성인과 어린이들 중에 어떤 대상을 타깃으로 한 것인지 애매모호할 정도로 약간 어중간한 점이 있다, 하지만 음악을 통해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주인공들을 통해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주제는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다 느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선택을 주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전문성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아인의 목소리 연기가 아주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는 기발한 발상과 다양한 캐릭터로 승부하면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점점 쌀쌀해지는 날씨에 쉽게 마음을 잃지 말고, 마음을 다시 잡으며 행복한 마음으로 충만한 가을이 될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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