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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못 보는 찰나의 순간까지 볼 수 있는 남자
영화 읽기 | 슬로우 비디오
2014년 11월 06일 () 09:42:10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우리의 일상은 뜻하거나 뜻하지 않거나 고스란히 길 위에 놓여져 있는 CCTV나 자동차의 블랙박스의 카메라에 기록되고 있다. 물론 특별히 인지하지 않는 한 살아가는데 크게 불편함은 없지만 다시 한 번 곱씹어 보면 왠지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 의해 감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CCTV는 범죄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우리를 몰래 지켜보고 있다는 부정적인 부분이 더 강하게 느껴지면서 영화에서도 감시의 역할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남들이 못 보는 찰나의 순간까지 볼 수 있는 남자 여장부(차태현)는 어린 시절 독특한 시력으로 놀림을 받고, 유일한 친구였던 봉수미(남상미)도 친구들의 놀림 때문에 그의 곁을 떠나게 된다. 여장부는 성인이 될 때까지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삶을 살다가 안과의사의 도움으로 CCTV 관제센터에서 일하게 된다. 그리고 남들과 다른 뛰어난 순간포착 능력으로 인정도 받지만 그의 관심은 CCTV 너머로 보이는 일상 속의 사람들이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릴 때 친구였던 봉수미와 닮은 여자를 CCTV로 만나게 된다.
   
감독 : 김영탁
출연 : 차태현, 남상미, 오달수, 고창석

‘슬로우 비디오’는 한마디로 착한 영화다. 그래서 CCTV가 주된 소재가 되어 나오지만 흔히 사용되는 범죄적인 요소와는 연관성을 갖지 않고, 평소 사람들과 접촉하지 못했던 주인공이 CCTV로나마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계기가 되는 도구로 활용되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혼자 야구하는 마을버스 운전기사, 기면증에 걸린 아버지를 리어카에 싣고 다니는 어린이, 사채 빚에 시달리며 배우를 꿈꾸는 첫사랑 그녀 등 일상 속의 외로운 군상들이 CCTV를 통해 비춰지면서 주인공과 만남을 갖게 되고, 점차 소통을 하게 되면서 모든 이들의 사회성 역시 성장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기계를 통한 만남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사람과 사람과의 소통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헬로우 고스트’를 연출했던 김영탁 감독의 작품인 ‘슬로우 비디오’는 전작에 이어 또 한 번 차태현과 호흡을 맞추며 자극적인 소재가 난무하는 한국영화계에 매우 독특한 소재의 착하고, 행복한 이야기가 있는 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자극적인 조미료 맛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순수한 천연 조미료의 맛은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로인해 ‘슬로우 비디오’는 매우 편하게 웃으면서 보다가 마지막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영화이지만 제목 그대로 모든 것이 너무 잔잔하고 느려서 누군가에게는 지루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독이 너무 착한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이런 착한 역할에 가장 적합한 배우인 차태현의 앙상블이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한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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