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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시절, 굳세게 살아온 우리들의 이야기
영화 읽기 | 국제시장
2014년 12월 18일 () 09:39:09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얼마 전, 어르신들과 스마트폰을 활용한 영상 자서전 수업을 끝내고 간단하게 소감을 묻는 자리를 마련했다. 모든 어르신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하신 수업답게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이 남는 얘기가 손자, 손녀의 사진이 아니라 자신들의 사진과 이야기로 작품을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는 것이다. 사실 그들에게도 멋진 청춘과 열정적인 사랑의 시기가 있었음에도 지금은 자식이나 손자, 손녀들의 뒷바라지에 빠져 자신의 삶을 지워버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사실 ‘국제시장’이라는 제목만을 봤을 때는 부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영화는 ‘국제시장’이 갖고 있는 장소의 상징성을 중심으로 한국전쟁을 겪고, 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격동의 시기를 겪었던 현재 70~80대 어르신들, 즉 누군가의 아버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한 사람의 일생을 통해 전달하고 있는 영화이다.
   
감독 : 윤제균
출연 :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
          정진영, 장영남, 김슬기, 라미란

흥남철수 중 아버지와 동생을 잃은 덕수(황정민)는 피란민이 돼 고모(라미란)의 가게가 있는 부산에 도착한다. 어린 가장으로서 한 가정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진 덕수는 청년이 된 후에는 동생의 등록금을 벌기 위해 파독 광부로 지원, 목숨을 담보로 한 돈벌이에 나선다. 거기에서 간호사로 파견된 영자(김윤진)를 만나게 되고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에 다시 돌아온 그가 맞닥뜨린 것은 여동생(김슬기)의 결혼자금이다. 그래서 그는 전쟁이 한창인 베트남으로 향하게 된다.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는 선장이 되고 싶었던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다른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된다.

즉 그의 인생은 없고, 단지 한 가장으로서의 인생만 있는 삶을 살게 되는데 이는 필자의 아버지를 비롯하여 그 시대를 살아왔던 아버지들의 모습이다. 그들은 대다수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한 채 오로지 일만 하면서 살아가신 분들이라 사실 나이가 든 지금도 자신을 위한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자식 세대들의 회상이 아닌 본인 스스로 마치 자서전을 쓰듯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형식으로 구성된 영화는 젊은 세대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또한 ‘국제시장’은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단순히 회상하듯이 풀어놓기보다는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과 연계하면서 우리가 알만한 인물들이 까메오로 등장하는 깨알 같은 재미까지 주면서 시대적 상황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윤제균 감독만의 위트는 여전히 살아있어 큰 부담 없이 웃고, 울면서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물론 선거 때마다 세대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적 대립 속에서 이 영화 역시 민감한 정치적 시기를 관통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내용을 거의 배제하고 있어 아쉽다는 평도 있지만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사실 먹고 살기에도 바빴던 소시민들은 그 시대에 누가 지금처럼 정치적으로 큰 관심을 가질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단지, 이제부터라도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들이 누구의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즐기면서 지내시길 바란다. 이처럼 한 시대를 살았던 아버지의 젊은 시절부터 노년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황정민은 다양한 세대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연기하면서 자신만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흥행의 미다스 손인 윤제균 감독이 ‘해운대’ 이후 또 다시 천만 관객에 도전하는 ‘국제시장’을 통해 과연 2014년 한국영화의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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