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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나의 삶21] 玄同 김공빈(서울 현동한의원)
2003년 10월 10일 () 15:02:00 webmaster@mjmedi.com
   
 
“의학은 天地人 아우르는 학문돼야”
한의학 배움터 ‘현동학당’ 개설


여름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고 얼마 전 새 건물로 보금자리를 옮긴 현동 김공빈(45·서울 현동한의원) 원장에게선 무언가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지난 91년 서울 상계동에 현동한의원을 개원해 운영해오던 김원장은 그가 93년부터 이끌어 오고 있는 ‘현동학당’의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지난 9월 말 서울 중랑구 묵동으로 한의원을 옮기면서 같은 건물에 넓은 강의실도 마련했다.

한의원을 옮겼다는 사실보다 말끔하고 아늑해진 공간에서 공부할 제자들을 떠올리는 김 원장의 모습이 작은 설레임을 읽게 했다.

전라남도 고흥이 고향인 김 원장은 원래 영농후계자였다. 그 자신도 농사짓는 일과 자연에 대한 관심이 많아 자연스레 농사를 짓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19살부터 농사를 짓게 되었고, 운동에도 관심이 있던 터여서 3년 간 태권도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러한 경험들이 지금 한의학을 하는데 적잖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김 원장이 한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은 20대 초반의 일. 어느 날 대학교에 다니던 친구들이 찾아와 대화를 나누던 중 학교 얘기가 나오게 되었는데 이때 처음으로 인생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되었다.

평소 한의사였던 그의 조부와 행동이나 모습이 닮았다는 소리를 자주 들으며 자랐던 집안 분위기 탓이었는지 김 원장은 이즈음 한의계로의 인생전환을 꿈꾼다.

23살 되던 해에는 예기치 않게 여러차례 수술을 받게 되면서 몸이 약해지는 등 어려운 시기를 맞게 되자 그는 다시 한번 한의사가 되기로 굳은 결심을 한다.

나이 스무일곱(1985년)에 그토록 바라던 경희대 한의대에 들어간 그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틈틈이 혼자서 노자의 도덕경이나 황제내경 같은 책들을 많이 접하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노자의 도덕경을 즐겨 읽었다. 특히 제56장 玄德편에 나오는 ‘玄同’이라는 말을 좋아했는데 마침 주변에서도 그를 현동이라 부르게 되어 호가 되었다고.

‘玄同’이란 세속적인 온갖 지혜, 지식, 욕망, 욕정, 이해, 명성을 벗어버리고 무지·무욕의 근원인 ‘도’로 돌아가는 것을 뜻한다.

김 원장은 이는 ‘中庸’의 뜻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며, 환자를 볼 때도 빈부귀천을 떠나 환자 그 자체로서만 봐야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이때 앞으로 그가 의사로서 가야될 길 역시 현동의 길이라 다짐하게 된다.

그는 한의계에 입문하게 되면서 고향에서 향교를 운영하며 유림들을 지도하고, 한의사로서도 명망을 날리던 조부에게서 크고 작은 영향들을 받았다고 한다.

김 원장은 “할아버지께서는 ‘한의학은 생활과학’이라는 것을 평생 몸으로 실천하신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의 조부는 평생 도인술을 몸소 실천하여 활력을 유지하고 노화를 예방했으며, 굵은 소금으로 양치한 물을 사용하면 눈이 맑아진다 하여 그 물로 눈을 닦았으며, 마지막으로 식사시 밥의 양은 늘 같은 양만 담게 하여 식욕도 절제하는 등 늘 이 세 가지 생활수칙만은 변함없이 지켰다고 한다.

김 원장은 “어릴 땐 몰랐지만 자라서 한의학을 공부해보니 이 모든 내용이 ‘동의보감’에 들어있더라”고 했다.

이후 91년 개원을 하고부터는 여러 선생님들로부터 한의학, 맥학 외에도 풍수지리, 역학, 상학, 도인술 등을 배우고 익혀 한의학 전반에 대한 지식의 깊이를 넓혀갔다.

93년이 되던 해 부터는 주위에서 몇몇 한의사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와 김 원장에게서 동의보감에 대한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입소문으로 점점 인원이 늘어나게 되자 회원들은 정식 모임을 만들자는 요청을 해 왔다.

그렇게 몇 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97년 정식으로 출범하게 된 것이 김 원장의 호에서 이름을 딴 ‘현동학당’이며, 현재 400여명에 이르는 회원들이 공부하고 있다.

강의는 현동학당 회원을 대상으로 매주 월요일 초급반, 수요일 중급반, 금요일 고급반 과정으로 김원장의 한의원 건물 5층에 마련된 강의실에서 진행된다. 또 최근에는 광주 회원들의 요청으로 매주 목요일에는 광주 광산구 운남동에 있는 광주학당에서도 강의가 이뤄지고 있다.

김 원장은 “사람은 천지가 상합되어서 이루어진 존재이기 때문에 사람을 다스리는 의학은 천지인 전체를 아우르는 학문이 되어야 한다”면서 “이러한 학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하늘의 학문인 五運六氣學, 땅의 학문인 風水와 地理, 사람의 학문인 性情과 仙道 등을 두루 섭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동양학문의 전통에서 이런 학문들은 의학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며 “이러한 천지인에 관한 학문들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활용했을 때만이 온전한 의학을 이룰 수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

현동학당에서는 이러한 김 원장의 뜻에 따라 동의보감 중심으로 黃帝內徑, 類經, 難經, 脈經, 神農本草經, 鍼灸甲乙經 등의 여러 한의학 원전과 더불어 풍수지리와 오운육기 등을 3년 간에 걸쳐 공부하고, 토론한다.

한편 김 원장은 “예로부터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도 있듯이 의사가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현동학당은 매주 화요일마다 한의원 건물 5층에 마련된 淸淨室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전문 선도수련 강사를 초빙해 의학적인 요소가 많은 화타오금희, 입단공, 중기단법, 기화화중법, 오공법 등의 기공수련을 하고 있다.

그는 “현동학당은 동의보감 정신에 입각한 전통한의학을 바탕으로 천·지·인을 아우르는 학문으로 완성시켜 나가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하면서 “큰 욕심은 없지만 앞으로 한의사들이 대접받을 수 있고, 올바른 의학의 길을 갈 수 있도록 한의학의 큰 틀 하나를 마련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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