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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민이 인터넷 공간에 펼치는 추리능력
영화 읽기 | 탐정 더 비기닝
2015년 11월 19일 () 13:59:43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감독 : 김정훈
출연 : 성동일, 권상우, 서영희, 박해준, 이승준


누구나 이니셜이 난무한 사건이 인터넷에 보도 되면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 궁금증은 네티즌 수사대들로 인해 곧 해결이 된다. 또한 네티즌 수사대들은 뺑소니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CCTV에 찍힌 차량의 번호판을 손수 분석하여 경찰의 수사에 도움을 주는 등 그들의 활약상은 대단하다.

그런데 이들이 금전적인 것을 노린 사람들이나 직업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평범한 일반인들이라는 것에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탐정 더 비기닝> 역시 경찰이 되고 싶었지만 신체적 결함으로 인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소시민이 인터넷 공간에서 펼쳤던 자신만의 추리능력을 실제 사건에 접목하면서 해결해 나간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시작하는 영화이다.

국내 최대 미제살인사건 카페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 강대만(권상우)은 아기 돌보랴, 만화방 운영하랴, 부인(서영희) 눈치 보랴 일상에 치여, ‘셜록’급의 추리력은 당최 쓸 데가 없다. 유일한 낙은 경찰서 기웃거리며 수사에 간섭하기인데 광역수사대 출신 레전드 형사 노태수(성동일)는 형사 뺨치는 실력의 대만이 눈엣가시 같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이자 강력계 형사인 준수(박해준)가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체포되고, 그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비공식 합동추리작전을 시작한다.

최근 영화계에는 남남케미가 있어야 영화가 성공한다는 얘기가 있다. 즉 투톱의 남자주인공 들이 찰떡궁합 같은 호흡으로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사실 <탐정 더 비기닝>의 경우 성동일과 권상우라는 투톱의 남자주인공을 내세웠지만 과연 조합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인가라는 걱정이 앞섰었다. 그러나 영화 보는 내내 느낀 것은 그들의 케미는 기대 이상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오랜만에 힘 빼고, 코미디에 도전한 권상우의 연기는 코믹 연기의 달인인 성동일과 하나가 되며 관객들에게 유쾌함을 주기에 충분했고, 그로인해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내용으로 약간 잔인한 살해 장면 등이 등장하는 등 자칫 진지하고 무겁게 진행될 수 있었던 영화였지만 두 배우의 코믹 연기로 인해 추리소설 한 편을 읽듯이 가볍고 즐겁게 범인을 찾아 나서는 코믹 스릴러 장르가 될 수 있었다고 본다.

또한 대한민국의 모든 가장들이 공감할 수 있는 육아 및 아내와의 관계를 매우 리얼하게 그리며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남편들에게 일침을 가하기도 하지만 여타의 영화처럼 억지 감동이 아닌 일상적인 코믹으로 표현하면서 <탐정 더 비기닝>만의 신선함을 전하고 있다.

물론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처럼 극적인 긴장감을 느끼며 범인이 누구인지 맞춰야 한다는 관객으로서의 의무감이 없다는 것이 약간 아쉽기도 하지만 오히려 범인 찾느라 전체적인 이야기를 놓쳤었던 것과 달리 영화에 더 많이 집중하면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더 좋게 다가올 수 있다.

추석 연휴에 개봉하여 260만명이라는 관객을 동원했지만 영화가 가진 힘은 그 이상이라고 보며, 앞으로 제목에서도 암시하듯이 속편이 제작되었으면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영화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일상의 스트레스로 인해 고민하는 관객이 있다면 한 번 쯤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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