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빌 콘돈 출연 : 이안 맥켈런, 로라 리니, 마일로 파커

최근 세대들에게 탐정은 코난과 김전일 같은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친숙하지만 이런 캐릭터들이 열심히 활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명탐정은 바로 셜록 홈즈이다.

그동안 소설을 비롯하여 드라마와 영화 등으로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셜록 홈즈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 홈즈>는 화려한 전성기가 아닌 은퇴 이후의 시기를 다루면서 어려운 사건을 척척 해결해 나가던 영웅의 후일담처럼 또다른 인간으로서의 고뇌를 매우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1947년 전설의 명탐정 셜록 홈즈(이안 맥켈런)는 은퇴 후 고즈넉한 시골 마을에서 황혼기를 보낸다. 가정부 먼로 부인(로라 리니)과 그녀의 호기심 많은 아들 로저(마일로 파커)만이 그의 곁을 지키는 가운데, 홈즈는 자신의 기억 속에 남은 사건을 정리하는 글을 쓰기 시작한다.

30년 전,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마지막 사건과 한 여인. 해결하지 못하고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그 사건은 여전히 홈즈의 기억을 사로잡고, 결국, 미궁 속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그는 인생의 마지막 추리를 시작하게 된다.

셜록 홈즈 탄생 120주년을 맞아 현대의 작가들이 아서 코난 도일경에게 헌정하기 위해 발표한 새로운 홈즈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인 <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미스터 홈즈>는 우리에게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로 익숙한 이안 맥켈런이 홈즈역을 맡으면서 60대와 90대를 넘나들며 30년이라는 시간차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탐정으로서의 마지막 사건을 맡은 홈즈와 점차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노년의 홈즈를 무난하게 소화하고 있다.

실제로 1939년생의 78세 배우인 이안 맥켈런의 연륜을 느낄 수 있는 연기 내공은 최근 같은 역할을 연기했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베네딕트 컴버배치 등과 다른 홈즈를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노년의 홈즈에 점차 동화되어 가게 된다.

그러나 명탐정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이기에 멋진 추리의 탐정 스릴러를 기대했던 관객들이라면 전혀 다른 이야기 전개에 아쉬움이 클 수도 있다. 영화 속에서 그의 명쾌한 추리력이 돋보이는 장면이 조금 나오기는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 실수로 작용되면서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무력한 홈즈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기에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모습이지만 마지막 실수를 반성하고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그의 모습 속에서 우리의 인생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홈즈 곁에서 함께 하며 그의 기억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로저역의 마일로 파커와 이안 맥켈런의 세대를 뛰어 넘는 케미가 돋보이며 홈즈의 또다른 이야기를 기대하게 해준다. <상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