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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의학 살리면서 동시에 고국의 한의학 깊이 배워”
한의사·중의사 두 개의 면허를 소지한 노현숙 한의사
2017년 04월 06일 () 09:08:46 전예진 기자 hustlejin@mjmedi.com

 

중국은 한 개의 성(省)마다 연구소 有…병원마다 중의과 설치
서로 연구한 자료와 임상 경험 공유…한의계가 배워야할 점

▶ 중의사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조부모님 고향은 경남 함양이다. 아버지가 두 살이던 무렵 중국 만주로 와서 전기도 잘 들어오지 않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었다. 건장하시던 아버지가 갑자기 유행성 출혈열이란 질병을 얻었는데 제 때에 치료받지 못해 42세에 돌아가셨다. 병원 문턱이 아주 높았던 탓에 제대로 된 치료 한 번 받지 못한 채 아버지를 떠나보낸 것을 계기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의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제는 중국생활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한국이 적응됐다는 노현숙 한의사.

▶ 한국에서 의대와 한의대를 동시에 합격했다. 한의대 진학을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한국으로 오게 됐다. 중국에서 취득한 소아전문의 및 침구의 자격이 있었지만 한국에서 인정이 되지 않아 남편의 지지 하에 새롭게 대학에 진학해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당시 연세대 의대와 세명대 한의대 두 곳으로부터 합격통지서를 받았는데 중국에서 배웠던 중의학도 살리면서 동시에 고국의 한의학을 더 깊이 배우고 싶어서 한의대 행을 선택했다.

▶ 중의학과 한의학을 모두 배웠다. 커리큘럼은 어떤 점이 다른지 궁금하다.
커리큘럼이 많이 다른 탓에 한국에서의 대학 생활이 수월하지만은 않았다. 예컨대 중국은 전공 위주로 가르치는 반면, 한국은 예과 공부도 있고 교양 수업도 있었다. 또 시험을 치르는 방법이 다르다보니 여러모로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특히 중의학은 이론보다는 실습과 논술이 많은 편이다.

▶ 현재 중의학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는 등 발전하고 있는 반면, 한의학의 행보는 미비하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중국에는 한 개의 성(省)마다 연구소가 있다. 그리고 병원마다 중의과가 존재하며 중의병원의 수도 많다. 연구와 학술회의가 활성화 돼있고 중의사가 우수한 논문을 쓰면 장려금을 거나 월급이 오르는 등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또 서로 연구한 자료와 임상 경험을 많이 공유하는 분위기다. 이런 면에서 우리 한의계가 생각할 지점이 많다고 본다.

▶ 중의사 시절 동료들과의 소통은 하고 있는지. 현재 중국의 진료 환경은 어떻다고 들었나.
중국에서 공부했던 대학의 동료들과 많이 소통하고 있다. 좋은 학술회의가 있을 때면 꼭 나를 초청해주곤 한다. 중국의 진료환경은 한국을 따라갈 수 없지만 부단히 좋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중의학에서 벤치마킹해야 할 점이 있다면.
현재 연구된 자료를 많이 참고해야 한다. 연구한 자료와 임상 경험을 함께 공유하는 자세 또한 배울 점이라고 생각한다. 

▶ 축적된 환자 차트가 6만 개가 넘는다고. 쉴 새 없는 진료와 한의원 경영이 버겁지는 않은지. 
한국에서 한의원을 개원하고 14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간 정말 쉴 새 없이 환자들을 진료해온 탓에 힘들고 지쳐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를 믿고 찾아오는 환자에게 실망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환자로부터의 신뢰를 중요하게 여기며 앞으로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진료할 것이다.

▶ 한의사 면허를 받은 지 14년이 지났다. 기억에 남는 순간은. 
기억에 남는 순간을 하나로 단정 짓기에는 그동안 많은 환자를 진료해왔기에 무엇을 꼽아야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중풍을 앓던 환자가 완쾌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중국에서 30년을 보내고, 한국 생활도 20년이 넘었다. 앞으로 어떤 한의사가 되고 싶은지
말 그대로 중국에서 30년, 한국에서 20년의 시간을 보냈다. 중국에서 머문 시간이 더 길기는 해도 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한국에서 더욱 바쁜 시간을 보냈다고 느껴진다. 이제는 중국 생활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이곳이 적응됐다. 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최대한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돌보고, 아픈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고 열심히 기술을 연마해 힘닿는 데까지 한의사로서의 삶을 살고 싶다. 

전예진 기자 hustlej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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