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惠庵 小像과 題跋에 대한 同異考
임상 한의사 3인이 연구한 황도순-황도연 (35)
2019년 05월 25일 () 06:00:15 한기춘, 서정철, 최순화 mjmedi@mjmedi.com

Ⅰ. 서론

 현존하는 <醫宗損益> 木版本 중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과 일본 杏雨書屋 소장본에만 惠庵의 小像 목판 그림이 들어 있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그림 1, 민족의학신문 제1127호, 1175호).
 이번 호에서는 기존의 목판본 圖像 중 한국인 인물의 초상이 실린 조선시대 서적의 초상과 <醫宗損益> 惠庵 小像을 비교하여 그 유사성과 독창성에 대해 연구한 바를 밝히고자 한다. 아울러 惠庵 小像의 題跋과 <梅月堂詩四遊錄>에 있는 梅月堂 초상의 題跋도 같이 비교해 본다.

   
그림 1. <醫宗損益>의 惠庵 小像(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소장)

Ⅱ. 본론

1. 기존의 목판본 圖像 중 한국인 인물의 초상

 최경훈1)은 목판본 圖像 중 조선시대 인물의 초상이 실린 서적을 조사한 결과 다음과 같은 인물들의 초상이 있다고 하였다.

   
 

2. 惠庵 小像과 표 1 圖像들과의 유사성

 惠庵 小像은 표 1 圖像들과 비교해 볼 때 일반적인 다른 도상들처럼 陽刻의 수염을 그린 얼굴에 도포를 입고 모자를 쓴 반신상의 형상이다. <益齋亂藁>의 圖像 後葉 본문에는 “小像于本集”이라 하여 小像이 언급되어 있는데(그림 2), <醫宗損益>에는 小像이 있는 葉의 版心題에 小像이라 되어 있다. 그리고 <每月堂詩四遊錄>의 每月堂 초상에 題跋이 있는데(그림 3), <醫宗損益>의 惠庵 小像에도 題跋이 있다.

   
그림 2. <益齋亂藁>의 李齊賢 圖像(계명대학교 동산도서관 소장)
   
그림 3. <每月堂詩四遊錄>의 梅月堂 圖像(계명대학교 동산도서관 소장)

3. 惠庵 小像의 특이성

 표 1의 인물들은 모두 간행 당시 사망한 상태라서 대개 圖像의 이름에 “遺像”이라 판각되어 있다. 반면에 惠庵(1808년~1884년)은 1868년 61세에 <醫宗損益>을 간행하였다. 그러므로 惠庵 小像은 다른 초상과 달리 생존인물의 圖像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4. 梅月堂 초상과 惠庵 小像 題跋의 차이점

1) 篆書와 楷書
 梅月堂 초상의 題跋은 楷書로 되어 있는데 惠庵 小像의 題跋은 篆書로 되어 있다.

2) 4언 절구 여부
 梅月堂 초상의 題跋은 4언 절구로 되어 있는데 惠庵 小像의 題跋은 절구 형태가 아니다.

3) 題跋의 作者
 梅月堂 초상의 題跋에는 作者가 표기되어 있지 않고 落款도 없으나, 自寫眞贊이라는 내용으로 미루어 梅月堂 본인이 지은 것임을 알 수 있다. 반면에 惠庵 小像의 題跋에는 贊化堂主人識라 하여 題跋의 作者가 贊化堂主人임을 밝히고 贊化堂主人의 落款도 있다.

4) 화가
 梅月堂 초상의 題跋에는 초상을 그린 화가에 대한 기록이 따로 없으나, 自寫眞贊이라는 내용으로 미루어 梅月堂 본인이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다. 반면에 惠庵 小像에는 希園居士寫本이라 하여 초상을 그린 화가를 기록하였는데, 希園居士는 철종 御眞과 흥선대원군의 초상을 그린 인물이다.

 

Ⅲ. 고찰

 서적이 아닌 그림으로 만든 초상화에 題跋이 있는 조선시대 미술품을 발견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목판본 서적에 초상화를 그리고 초상에 題跋을 남긴 경우는 매우 드물다.
 조선시대 인물의 圖像을 수록한 서적과 <醫宗損益>의 惠庵 小像을 비교 연구한 결과 惠庵 小像은 기존 圖像과 유사하게 반신상으로 판각되어 있다. 그러나 惠庵 小像은 故人이 아니라 생존인물을 그렸다는 점이 특이하다.

 일반적으로 遺像을 남기는 이유를 들자면 <益齋亂藁>에서 말하는 것처럼 “且摹刻小像于本集卷首 使後裔之覽是集者 人得以瞻仰敬慕云(또 이 책머리에 小像을 본떠 그려 새기니 후손 중에 이 책을 보는 자로 하여금 우러러 보고 공경 흠모하는 마음을 지니게 하고자 함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최경훈1)은 삽도로 수록된 우리나라 인물 도상은 모두 당대 공경과 귀감의 대상이 되는 인물들이며, 서적에 판각되는 것은 그 인물을 ‘보고 배우며 존숭해야 할 대상’으로 공식 인정하는 것이며, 문묘 배향 이상의 상징적 영향력을 가졌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惠庵 또한 일반적으로 서적에 圖像을 넣는 이유를 알았을 텐데 왜 자신의 초상을 넣는 시도를 하였을까? <醫宗損益> 跋文에서 惠庵은 “我本早孤 人生無强 近親家計又不贍 一炊到三旬(나는 본래 일찍이 의지할 곳 없는 고아가 되었고, 살면서 아주 가까운 친척도 없었다. 가계 또한 넉넉하지 않아 한 달에 한 번 정도 밥을 지을 정도였다)”라고 하며 어린 시절의 어려운 살림살이를 밝혔다. 그렇다면 惠庵은 어렸을 때 아주 심하게 고생을 하였는데 61세에 <醫宗損益>이라는 일생의 업적을 내세우며, 자신을 현저하게 드러내 과시함으로써 스스로에게 상을 주고 싶었던 것(自詡)으로 심리학에서 말하는 일종의 보상심리기제가 작동한 것은 아닐까?

 이러한 惠庵의 자기과시가 <醫宗損益>에서 갑자기 나타난 것일까? <本草附方便覽> 序文에는 “於是創爲是書以詔來裔 其爲萬世慮 至深厚也 世級漸降 百祟迭作 巧工名家間 亦不乏術益精 而方益密 自以爲擴前所未發 殊不知其所謂精密者 羲農略之 以俟夫嗣後之神而明之者 自有其人也(이에 이 책을 지어 후손에 알리고자 하니 대체로 만세를 위한 생각이 지극히 깊고 두텁다. 세대가 내려갈수록 백 가지 빌미가 번갈아 일어나니 工巧로운 名醫들 사이에서 또한 적지 않게 醫術이 더욱 정교해지고 處方은 더욱 세밀해져서 스스로 전대의 未發한 것까지도 넓혔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른바 精密이라는 것을 모르는 자가, 복희씨와 신농씨가 요약해서 저 후대 의가 중에 신묘하게 밝히는 자를 기다리는데, 스스로 그러한 사람이라고 여긴다.)”라고 나온다. 이미 1855년 <本草附方便覽>을 지을 때부터 자기과시나 자신에 대한 보상심리기제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惠庵 小像과 梅月堂 초상의 題跋을 비교하여 보면 篆書와 楷書, 4언 절구 여부, 題跋의 作者와 화가의 이름이 있고 없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성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醫宗損益>에 판각된 惠庵 小像은 다른 성리학자가 보기에 惠庵이 그렇게 존숭해야 할 인물도 아니거니와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생존 시의 圖像 판각은 너무 자만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惠庵 小像은 故人을 그린 초상이 아니라 생존 인물의 초상을 삽입하였다는 것은 파격적이다.

 惠庵 小像이 실린 <醫宗損益> 판본은 얼마 후 간행이 중단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후 傳本은 대부분 惠庵 小像이 누락된 판본이다. 오늘날 惠庵 小像이 실린 목판본이 희귀하고 傳本이 적은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惠庵이 小像을 삭제하고 간행하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향후 惠庵 小像이 삭제된 이유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

 

Ⅳ. 결론

 惠庵 小像과 朝鮮 시대 여러 서적의 圖像을 비교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惠庵 小像은 기존 圖像과 유사하게 반신상으로 판각되어 있다.
2. 惠庵 小像은 생존인물의 초상을 삽입하였다는 점이 독특하다.
3. 梅月堂 초상의 題跋은 楷書의 4언 절구로 되어 있고, 題跋의 作者와 화가에 대한 기록이 없다.
4. 惠庵 小像의 題跋은 篆書이고, 절구 형태가 아니며, 題跋의 作者와 화가에 대한 기록이 있다.
5. 惠庵 小像이 실린 <醫宗損益>은 얼마 후 간행이 중단되어 오늘날 傳本은 대부분 惠庵 小像이 누락된 판본이다.

 

<참고문헌>
1. 최경훈, 人物 圖像 版畵 收錄 朝鮮本에 대한 一考察, 서지학연구, 2015:63:235-271.
2. 惠庵, 醫宗損益(청구기호 육당 C6 A8 1),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소장.
3. 李齊賢, 益齋亂藁(청구기호 (귀) 811.081 이제현-3), 계명대학교 동산도서관 소장본.
4. 奇自獻, 每月堂詩四遊錄(청구기호 (고) 811.1 김시습매ㅇ), 계명대학교 동산도서관 소장본.

 

한기춘·서정철·최순화 / mc맥한의원·우리경희한의원·보광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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