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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이현효의 도서비평] 아시아의 멜팅팟, 싱가포르
도서비평┃<싱가포르, 여행 속에서 삶을 디자인하다>
2019년 09월 27일 () 06:00:10 이현효 mjmedi@mjmedi.com

다음 달, 10년 만에 싱가포르를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멀라이언 앞에서 사진 찍고, 점보 레스토랑에 가서 칠리 크랩을 먹는 것이 여행의 전부라고 생각지는 않아서, 싱가포르를 조금 더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여행서적을 찾아보다 이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이영지‧유지원 지음, 유병서 사진, 바른북스 출간

싱가포르의 본격적인 역사는 동인도회사의 직원이던 래플스가 말레이 조호지역의 술탄으로부터 넘겨받아 자유무역항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1819년 시작된다. 이에 화교, 인도, 아라비아 각지의 이민자들이 유입되어 형성되었다. 많은 이민자 남성들은 토착민인 말레이 여성들과 결혼하여 그사이에 태어난 혼혈인과 그 문화를 ‘페라나칸’이라 한다. 페라나칸은 여러 세대에 걸쳐 형성된 가치와 태도, 전통을 계승해나간다. ‘레거시(Legacy)’가 있다는 것은 과거로부터의 유산과 정체성에 대한 자긍심이다. 쉐프 ‘말콤 리’가 할머니에게 배운 페라나칸 요리로 미슐랭 원스타를 획득한 것이 좋은 예이다. 다양한 이민자들이 만든 나라이기 때문에, 연중 공휴일도 종교에 대한 상호간의 배려가 엿보인다. 5월 베삭데이(석가탄신일), 6월 하리라야 푸아사(이슬람교도들의 라마단이 끝나는 날), 11월 디파발리(힌두교 새해축제), 12월 크리스마스는 모두 공휴일이며, 차이나타운, 리틀인디아, 캄퐁글램, 오차드로드를 방문하면 현지와 유사한 축제문화를 즐길 수 있다. 다양한 인종과 종교들을 뛰어넘어 멜팅팟의 큰 역할을 한 것은 ‘싱글리시’이다.

싱가포르의 인구의 29%는 금융, IT, 중개무역에 종사하는 고소득 엑스팟들이다. 소득세가 낮고, 상속세가 없어 세계부호들이 선호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들의 럭셔리 문화도 싱가포르의 일부다. 이들은 애프터눈 티를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애프터눈 티 서비스에서 제공되는 차가 모두 TWG라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영국의 포트넘메이슨, 프랑스의 마리아쥬 프레르의 명성을 뛰어넘기 위해 다양한 티 컬렉션 및 15개국의 티 살롱, 시그니처 티의 개발로 공격적인 브랜드 확장을 하고 있다. 메종 형태의 아시아 유일의 매장인 ‘루이비통 아일랜드 메종’, 샤넬의 모든 컬렉션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플래그쉽 매장인 샤넬 마리나베이 더 숍스는 역시 럭셔리 산업의 한축이다. 브런치 문화 또한 엑스팟들의 하나의 문화유형으로, 싱가포르 슬링이나 미모사 로얄을 낮부터 홀짝이며 취기 속에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고.

10여 년 전에는 없던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가든스 바이더 베이는 지금의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었다. 특히 10여개의 거대한 메탈 트리에서 10여분간 펼쳐지는 조명쇼인 슈퍼트리쇼는 꽤 흥미로운가 보다. 1시간내외면 배로 도착할 수 있는 빈탄, 바탐섬은 휴양과 해양스포츠,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동남아 유명 휴양지들이다. 싱가포로의 도시관광이 지루하다면, 하루이틀 자연 속에 푸욱 빠지는 연계관광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빈탄섬에는 잭 니클라우스, 그렉 노먼, 게리 프레이어와 같은 유명 골프선수들이 설계한 환상적인 골프코스가 있다니 골프 매니아라면 참조해보면 좋을 것이다. 하늘 밖에 또 하늘이 있다. 여행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과 제3의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일상에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가능하게 한다. 낯설고 새로운 종교와 언어, 문화를 접하며 차이점을 이해함과 동시에 우리 한국사회에 대한, 한국 사람에 대한 이해도 깊어질 것 같다. 내게는 오롯이 가족을 위한 시간을 쓸 수 있도록 하느님이 주신 소중한 기회이며 선물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현효 / 활천경희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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