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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나의 삶26] 이선동(상지대 한의대 학장)
2004년 06월 11일 () 14:04:00 webmaster@mjmedi.com
   
 
“건강한 사회에서 건강할 수 있다”
예방한의학 역할론 강조

학문은 시대가 요구하는 질문에 해답을 줄 수 있을 때 존재가치가 분명해진다. 예방의학은 위생·자연·노동·사회적 환경 등 인간을 둘러싼 모든 요인을 끌어들여 건강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다. 이런 접근방식은 결과적으로 기존 의학의 관심 밖이었던 부분까지 확대해 ‘건강한 삶’에 대해 총체적인 접근을 가능케 해준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국 11개 한의대 중 6곳에 예방의학교실이 있으며, 1997년에 들어서야 대한예방한의학회가 창립됐다. 李仙童(44) 상지대 한의대학장은 학회결성 시기부터 참여, 편집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학문의 카테고리에서 예방의학은 의학에 속하면서도, 연구내용이나 접근방식은 사회과학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 학장이 탐독하고 있는 책들 중에는 사회역학을 포함해 사회계층·불평등론 등 사회과학서적이 태반이다.

전북 고창 흥덕 출신의 이 학장은 원광대 한의대 졸업 후 서울대 대학원에서 보건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대학원 시절, ‘인간의 건강과 환경’을 전공하기에 불평등, 자본주의 등 사회구조는 늘 그의 관심사였다.

그가 건강과 질병을 바라보는 관점은 “단순 세포 차원이 아니라 사회 모든 측면의 복합적 산물”이다.
특히 “양방 예방의학에서 현대 인류의 건강한 삶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사회적 요소가 50%이며, 의료는 20%만을 차지한다는 연구결과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인의 근본적인 물음 “건강한 삶”에 대한 해답은 의료기관에서의 치료보다 의료빈곤 및 차별, 노동, 계급 등에 해결책이 있다는 사실을 의료인 스스로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인의 입장에서는 위협적이고, 또한 불편한 내용일 수 있다.

그는 이 대목에서 “하지만 이는 주류의학, 현대의학이라 불리우는 양의학에 적용되는 것이고 한의학으로 옮겨오면 문제는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서양의학은 과학적인 절차를 거쳐 치료효과를 수치화해 내 놓았지만, 한의학의 치료효과에 대한 연구는 전무하다.

“어쨌든 서양의학의 실체는 확인됐다. 그럼 이 상황에서 한의학이 무조건 대안이라고 주장할 수 있나? 근거가 있나?”는 것이 그의 주장의 요지다.

2001년부터 미국 하버드에서 2년간 교환교수를 지낸 그는 “그곳에서 놀라운 연구·자금력으로 성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한의계도 시급히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 문제는 곧 이선동 학장의 연구과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먼저 상지대 고성규 교수와 살아있는 표본, 즉 연구를 위한 역학단위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정·기·신 등 한의학 개념에 맞는 다양한 지표를 개발해, 객관적이고 정확한 효과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양생법이 발달한 한의학은 질병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예방의학과 유사점이 많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한의학의 중심에 예방의학이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양의학은 인간, 기관, 세포, 유전자 등으로 폭을 좁혀가지만, 한의학은 인간을 하나의 단위로 보고 자연, 지구, 우주로 대상을 확대해간다.

이 학장은 “한의학은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이치를 기본철학으로 삼는 까닭에 내 삶의 가치관과 부합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한의학이 추구하는 가치가 자신과 세상에 주는 교훈이라는 것이다.

그가 공부하면서 얻은 결론은 “어울림의 철학은 곧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이 속에서 구성원들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한의학만이 가지는 경쟁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한의학 의료기관에서 행해지고 있는 양상은 너무나 ‘치료’에 치중돼 있다.

그는 이것을 “왜곡”이라고 표현했다.
“한의학의 치료법은 심성, 음식, 운동, 기공 등 다양한 양생법을 제시하고 있다. 약,침,뜸은 마지막 단계에 활용되는 것인데 전단계는 무시되고 돈이 되는 치료수단만 개발되고 있다”면서 예방의 기능이 축소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학교에서 그는 통상 깐깐한 교수로 불리운다. 기초학과목으로 쉽게 학점 따내기를 바라는 학생들의 바램을 외면하고, 철저하게 수업을 강행하기 때문이다.
기초학에 대한 지원이 모자란 것이 비단 예방의학의 문제만은 아니지만, 학생들을 포함해 관계자들의 낮은 인식 속에서 “외로움”을 느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이라고.

반면 지난해 참여정부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보건복지위원으로 참여하는 동안 그는 시대적으로 한의학을 활용하려는 의지가 높아졌다는 분위기에 힘을 얻었다.
서양의학과의 대결구도에서 한의학의 존재가치를 밝히고, 예방의학으로서의 역할을 키워나가는 과정 자체가 한의학에 새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소신이다.

인터뷰 중 이 학장이 껌 한통을 건냈다. 오는 길에 노점상 할머니로부터 사들인 것이다.
그는 “이것도 의료행위의 일부이다. 가난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할머니의 건강한 삶에 보태어질 것”이라면서 “건강한 삶을 위해 의인이 해야 할 일은, 의료기관 안에서 뿐만이 아니라 밖에서도 가능하다”고 겸연쩍게 웃었다.

임상치료법 개발과 이를 배우기에 몰두하고 있는 풍토 속에서, 학문의 목표와 연구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초학자의 고민이 묻어난다.

약사 출신 아내와의 사이에 2남을 두고 있으며, 저서로 ‘건선의 한방치료’ (푸른솔 刊·1998), ‘백반증의 올바른 예방과 치료’(푸른솔·2003), ‘한의예방의학’(대성문화사·1999) 외 한약의 안정성에 관한 연구, 만성퇴행성시대에서 양생의 중요성에 관한 연구, 未病 상태의 학문적·임상적 중요성과 의의에 대한 고찰, 한의학 치료율 제고방안에 관한 연구 등 다수 논문을 냈다.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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