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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의학이 걸어가야 할 길
2003년 03월 18일 () 15:00:00 webmaster@mjmedi.com
뿌리는 하난데 웬 가지는이리도 많은지···

지난해 11월 방영되었던 ‘시사매거진 2580’ 내용은 사상의학의 치부를 밝혀낸 작품이었다. 많은 지적을 받았으니 사상의학으로 진료하는 모든 한의사들은 스스로 자초한 결과물로 간주하고 귀중한 채찍으로 생각하자.

필자는 사상의학에 입문한 지 10수년만에 지난해 12월 ‘운명을 바꾸는 사상의학’이라는 책을 펴낸 바 있다. 동의수세보원에서 이제마선생께서 말씀하셨던 것을 조금은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감히 말해 본 것이다. 기존의 한의학이론과는 전혀 다른 학문적 체계를 갖고 있는 사상의학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역사 이래의 한의학이 17세기 초 동의보감에 이르러서야 그 틀을 잡았으니, 동의수세보원이 나온 지 100년이란 시간은 짧을 수 있다.

그리고 선생의 경지에 도달한 분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하염없이 어려워질 것으로도 보인다. 왜냐하면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할 수 있어야 知人이 가능할 것이고, 그래야 환자의 性情을 알아 병의 원인을 알 수 있어 이를 다스리게 할 것이 아니겠는가? 결국 사서삼경에 나오는 모든 내용을 知行合一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과연 가능하겠는가?

사상의학이란 天命사상과 人本주의가 기본이론으로서 인간이 하늘로부터 받은 의미를 노력에 의해 실천함을 근본으로 하는데, 이를 잘 실천하고 사는 사람은 인체 생리기능이 원활하게 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여러 가지 병증을 일으키게 된다는 儒學의 실천사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의학인 셈이다.

따라서 기존의 한의학과는 이론체계가 전혀 다른 것이다. 五行이론이나 八綱변증 그리고 六經병증 등으로 사상의학을 이해하려고 한다면 전혀 엉뚱한 해석을 하게 된다. 그래서 100년이 경과하였는데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여전히 혼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상의학에서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의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지 삶의 수단으로 건강을 논한 것이 아니다. 즉 인간은 哀怒喜樂의 性과 情을 다르게 타고남으로 肺脾肝腎의 대소가 결정되며, 이 성을 잘 펼치고 정을 폭발하지 않게 다루어야 올바른 삶을 살아가는 것이고 내 몸의 정기가 손해보지 않고 생리력을 활발하게 갖게 되는 것이다. 선생이 말한 사상인은 聖人이라도 반드시 구분이 되는 것이므로 사상의학에서 음양화평지인이라는 용어를 절대로 사용할 수 없다. 병의 원인이 이 타고난 성과 정을 잘못 다스렸기 때문인데 지인을 하지 못하면 이것을 쉽게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잘 보여주지도 않는다.

따라서 편법을 사용하여 사상인을 구분하려하니 체격과 체형을 따지고, 성격으로 판단하려 하고 그리고 병증을 나누어 진단하려하니 어찌 오류가 없을 것인가? 더구나 폐비간신의 생리력인 溫熱凉寒의 기운을 팔강으로 단순화시키기도 하고, 오행으로 나누어 과불급을 따지기도 하고 오죽하면 오링테스트나 손톱의 반달모양 등으로 사상인의 구분에 기준으로 삼으니 답답할 뿐이다.

이것저것 모두 그르다고 하니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까? 일단 동의수세보원을 이해하도록 하자. 모든 근거가 책에 담겨져 있으니 책을 통하여 선생의 가르침을 얻어야 하지 않겠는가? 사상의학적인 생리현상 병리상태를 이해하고 病因과 治法의 개념을 알아야 하겠는데 기존의 한의학적인 개념을 버리고 시작하여야 할 것이다.

첫째, 생리적으로는 四臟인 폐, 비, 간, 신의 기능인 호흡출납의 의미를 이해하고 관련된 胃脘, 위, 소장, 대장 등 四腑의 기능과 온열량한의 에너지 체계로 표시되는 니膜血精과 津膏油液의 性情에 따른 流注와 그 의미를 알아야 하고 각 黨으로 표시되는 관련된 조직이나 기능들을 이해해야 한다.

둘째, 병리적으로는 병증이 발생되는 원인을 性情의 잘못 다스림으로 보도록 하고, 내 몸의 정기와 그와 반대되는 독소의 개념을 갖고 邪氣가 발생하는 기전을 파악하고 그리고 나타나는 병증을 니막혈정 진고유액 각 海의 고갈로 이해해야 한다.

셋째, 치료는 성정을 다스리도록 환자를 유도하는 데 우선을 두어야 하고 부족하게 된 각 해의 보충은 병증의 강약에 따라 처방하면 된다. 이 3가지를 기본으로 하여 동의수세보원에서 선생께서 말씀하셨던 것을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사상의학을 공부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성명론, 사단론, 확충론, 장부론 등 학문적 배경이 되는 장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인데, 대개 입문자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것을 무시하고는 접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사상의학이다.

이어서 사상인 별로 병증과 처방이 이어지는데 전체적인 골격을 이해하고 읽게 되면 한결 입문하기가 쉬워진다.

그런데 논란의 대상인 사상인의 구분이나 진단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체형기상을 따지고 성격을 따지고 병증을 따지고 하여 삼위일체가 되면 틀림이 없을 것인데 지인하는 醫者라면 가능하겠지만 어설픈 필자도 한두시간 노력해도 모자라 2∼3일 거푸 오라 가라하여도 3가지 모두 확실하게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으니 스스로 한심함을 느끼곤 한다. 아직은 선생이 말하는 사상인의 정확한 진단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니 여러 가지 편법이 나오게 되었는데 그 중에는 수세보원을 근거로 하지 못한 것도 있으니 딱하기도 하고 그리고 누구의 판단이 맞는다고 채점을 해주는 사람도 없으니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서로가 자신이 옳다고 주장할 때 주변의 환자들은 오락가락하게 되고 결국 매스컴에서도 각성하라고 하지 않는가? 뿌리는 분명 하나일진대 웬 가지가 이리도 많은지 사상의학이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다. 자신이 도덕적이지 못하니 어떻게 지인이 가능하겠는가?

이제 사상의학계에서 먼저 토론 문화의 정착을 시도하여야 할 것이다. 비록 수세보원에 근거를 갖지 못하는 이론이라도 한 자리에 모여 뿌리를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중심은 사상의학회(명칭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맘에 들지 않아 개칭하였음)에서 잡아야 할 것이다. 단순한 강좌 형식이 아닌 여러 가지들의 열매들을 모아 커다란 줄기를 찾고 그리고 뿌리까지 접근할 수 있는 사상의학학술토론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면 서로 다른 방법론을 고집하더라도 결과는 한 줄기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물론 사상의학으로 이름을 건 모든 학파들이 자발적으로 이 모임에 참여하여야 하는 전제를 갖고 있는 것이지만, 학문의 발전을 위해서는 모두 참여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수완(서울 구생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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