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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MART 회의를 다녀와서-선재광
2003년 03월 18일 () 15:00:00 webmaster@mjmedi.com
세계를 보는 눈 확 달라져야 한다

‘우물 안 개구리’로는 학문 발전 요원

ICMART 회의에 참가코자 5월 3일 출발해 유럽 3개국을 방문하고 5월 11일 귀국했다. 학술대회는 5월 3일부터 6일까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개최됐다. 발표 논문은 주로 임상적인 내용이 위주였고, 침구를 이용한 임상 논문 내용은 우리 나라에서도 임상 논문의 방법론에 도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직은 침구논문의 수준이 미흡하고 부족하지만 그 열의와 자세는 머지 않아서 우리를 추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유럽의학의 흐름을 알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 우리 경락진단학회에서는 매년 참석해서 논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편중된 한국한의학

이번에 유럽 여러 나라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한국의 한의사들이 ‘우물 안 개구리’라는 사실을 절실히 알게 됐다.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소중한 한의학으로 전세계를 제패할 수도 있는데도 자손들이 부족해 큰 뜻을 펼치지 못하고 도리어 유산을 다 잃게 생겼다. 지금이라도 운영의 묘를 잘 살려서 우리의 유산을 잘 보존해야겠다는 의무와 책임감을 느낀다.

가장 유의해야 할 부분은 한국 한의학의 방향은 세계인들이 추구하는 세계관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다. 이런 추세로 계속 진행된다면 한국 한의학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유럽이나 미국이 추구하는 추세는 3천년 전의 전통적인 침구학과 경락학설을 통한 임상적인 연구를 하는 데에 비해, 한국의 한의학은 수백년 전의 체질의학이나 동의보감 이론과 내용에 너무 편중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전 세계는 침구학의 우수성을 인정해서 미국에서는 1995년부터 정식 의학으로 인정했으며, 유럽에서는 10년 전부터 꾸준하게 의사들을 중심으로 매년 학회를 개최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근래에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자신감이 생겨 동양 한의사의 자국 진출을 막을 준비를 하고 있다. 3년 정도 지나면 한국 한의사의 외국 진출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위기를 도약으로 만들려면

한국 내에서도 한의학은 여러 가지의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위기 발생의 근본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잘못된 부분을 반성하고, 재연을 방지하도록 자기 개혁을 하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몇 년 전에 발생하였던 ‘한약분쟁’은 3천년 한의학 역사상 처음 겪은 “동·서양 문화의 대충돌”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큰 사건이었다. 서양의 물질 문명이 동양의 정신 문명을 총과 칼과 같은 무력으로 밀어 부쳐서 있을 수 없는 짓을 저질렀을 때, 우리 모두는 우리 단체의 한계성을 알았고, 너무나 많은 아픔을 남겼고,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다.

한의학이라는 학문의 영역은 전문적인 영역인데도 불구하고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가장 큰 이유는 학문의 전문성이 문제가 아니라, 한의학을 펼치는 과정에서 조직적인 힘의 발휘를 못한 것이 큰 원인이었던 것 같다.

오늘날에 한의사의 조직은 21세기가 요구하는 “복잡체계구조(Complex System)”의 측면으로 보면 앞으로 더욱 위협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시 말하면 힘을 발휘하고 이 사회를 이끌 수 있고 조직인 “복잡체계구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단체와 유사한 단체와 유관한 단체는 수용하고, 반대인 단체는 공존할 수 있도록 적절한 타협과 견제를 하면서 관리를 해야 한다.

서양의학의 학문적인 내용은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단순한 체계이므로 현실에 적용할 때 한계가 있었으나 복잡체계구조인 간호사, 다양한 의료 기사, 양약사, 원무 행정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이 사회에서 내용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에 반해 한의학은 학문적인 내용은 아주 우수하나 현실에 적용할 때 혼자서 한방간호사·침구기사·한방약사·한방의료기사·원무행정사 등의 일을 수행, 내용에 비해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거의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조직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데 있다. 우리 스스로가 현시대에 맞게 구조적인 변화를 소홀히 한 결과, 오늘날 조직력을 갖춘 집단으로부터 도전을 받게 된 것이다.


서양의학으로 편입되는

침구의학

다른 일들이 많아서 미쳐 그러한 준비를 할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의식과 관점이 변해야 한다. 이제는 우리들의 힘만으로 한의학을 지키고, 세계로 진출하기엔 세계가 너무나 빨리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하는 힘을 감당하기에는 우리의 역량만으로는 부족할 뿐만 아니라 한의학이 이제는 우리만의 것이라고 국내외에서 인정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침술을 시술하는 의사는 이렇게 말한다.

“유럽 의학은 10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의학의 경락학설과 침구학은 3천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어느 것이 유용하겠는가? 우리는 침구학을 모르다가 근래에야 알게 됐다. 이제 침구학은 더 이상 동양인의 독점적인 의학이 아니고, 세계인들의 의학으로 발전할 것이다.”

“한국의 양방의학은 우리에게는 도움이 안 된다. 왜냐하면 우리가 양의학을 전해 주었으므로 우리의 의료 수준과 기술에 비해서 많이 낙후됐다. 그러나 한의학은 동양에서 온 것이므로 배우고 싶다. 그 파트너가 한의사가 아닌 침구사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한의사들은 동양의 침구학을 유럽에 알리기 위해 한 일이 없지만, 침구사들은 어찌됐든 유럽에 일찍이 진출해서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우리 유럽은 전통과 예의와 의리를 중요시하므로 한의사와의 교류는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뼈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유럽에 침구학을 소개한 우리 나라 사람들은 태권도 사범이나 침구사 고려수지요법사 등이었다.


한의사의 사고와 의식 변해야

지금 이대로 가면 5년 이내로 심각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한의학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으로는 안 된다. 눈앞에 이익이나 자존심만으로는 우리의 고유하고 우수한 한의학을 지킬 수 없으며, 도리어 한의학의 침구학이 역수입되거나 한국에서의 한의사로 고립되어질 수 있다.

누구를 탓할 것이 아니라 건전한 정신과 생각으로 교류해야 한다. 한의사 자신의 영역을 스스로가 좁아져서 한국에서의 기득권을 가지고 싸울 때 외국에서는 웃고 있다.

우리는 누구를 믿을 만큼 나라의 현실이나 한의협의 현실이 넉넉하지 못하다. 우리 스스로가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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