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형태로 약성을 파악한 연구사례
기미의 관점에서 본초의 약성을 파악하는 방법은 이미 많은 연구가 있으므로 여기서는 자세하게 다루지 않고 형태로 약성을 파악하는 관점을 위주로 다루기로 한다.
본초의 형태를 가지고 약물의 효능을 파악해서 임상에 응용한 예는 그리 많지 않지만, 당용천 선생의 《본초문답》과 오국통 선생의 《온병조변》에서 관련된 예를 찾아 볼 수 있다.
「薄荷」「細辛」, 叢生不止一莖, 故能四散, 又能升散전頂, 以其氣之輕揚也。 「辛夷」生在樹梢, 而花朶尖銳向上, 味辛氣揚, 故專主上達, 能散腦與鼻孔之風寒。 「麻黃」雖一莖直上, 而其草叢生, 與「薄荷」叢生之義同, 故能上升, 又能外散。 (본초문답 25문)
所謂根升者, 必其氣味形色, 皆具升性, 乃能升達。 若「牛膝」等, 根旣堅實, 而形不空, 則無升達之孔道, 味旣苦瀉, 而氣不發, 則無升發之力, 且其氣味旣降, 而根又深入, 是又引氣歸根以下達, 與「升麻」等之上行者, 義正相反, 理可對勘而知也。 (본초문답 37문)
凡藥有獨異之形, 獨異之性, 得獨異之名者, 必有獨異之功能, 亦必有獨異之偏勝也. 「地骨」入下最深, 稟少陰水陰之氣, 主骨蒸之勞熱, 力能至骨, 有風寒外感者, 而可用之哉！(온병조변 사백산불가망용론)
(이 외에도 많은 예가 있지만 지면 관계로 생략함)
4. 형의 분류 : 방형과 원형
형의 관점에서 약물을 파악하기 위해서 먼저 형의 분류에 대해 알아보자.
동양에서는 형을 크게 방형(方形)과 원형(圓形)으로 분류한다.
방원의 분류는 인체의 두족(頭足), 이목비구(耳目鼻口), 폐비간신(肺脾肝腎), 생식기(生殖器), 침의 보사(補瀉), 태소음양인의 분류, 《황제내경》《동의수세보원》의 경전 구성방식에까지 두루 적용될 수 있지만 여기서는 먼저 방원의 개념을 개괄하고 그 다음으로 방형과 원형은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아보고 식물의 방원에 대해서 언급하는 순서로 적는다.
원(圓)은 축구공이나 사람의 머리(頭)처럼 둥글둥글한 모양, 수생식물(水生植物)인 연(蓮)의 잎처럼 동그란 모양을 뜻하는 글자이며, 방(方)은 사람의 발바닥이나 대부분의 식물들의 잎사귀처럼 평평한 모양, 탱자나무의 가시처럼 뾰족한 모양, 네모난 사각형을 뜻하는 글자다.
음양(陰陽)은 기(氣)이며, 방원(方圓)은 형(形)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이 기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동양만의 시각은 아닐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E=mc² 의 방정식이 질량이 곧 에너지라는 것을 웅변해주고 있는 것이란 것쯤은 이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식에 속하는 일일 것이다.
기(氣)는 천기(天氣)인 양기(陽氣)와 지기(地氣)인 음기(陰氣)로 나뉘며, 형(形)은 천기소생지형(天氣所生之形)인 원(圓)과 지기소생지형(地氣所生之形)인 방(方)으로 나뉜다. 천기를 타고 난 것은 움직이지만(動) 지기를 타고 난 것은 고요하다(靜).
멀리서 찾을 필요 없이 가까운 우리 주변만 한 번 쭉 둘러보더라도 보이는 것은 모두 동그라미와 사각형으로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자물쇠의 열쇠 축은 좌우로 돌릴 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원형이어야 하며, 침신(針身) 역시 염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각형으로는 만들 수가 없는 것이다. 자동차 바퀴가 네모라면 앞뒤로 전혀 움직일 수가 없게 될 것이며, 적혈구 세포가 사각형을 하고 있다면 몸 안의 상하좌우의 구석구석으로 옮겨 다닐 수가 없을 것이다.
5. 방형과 원형의 작용
인체 외부에 있는 두와 족, 얼굴의 이목구비, 남녀 생식기의 방원(方圓)이나 내부에 위치해 있는 폐비간신지형(肺脾肝腎之形) 역시 그 생김새를 천천히 들여다보면 방원(方圓)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라도 금방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각각의 여러 장기(臟器)들이 방원의 생김새를 통해서 어떤 것을 말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파헤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눈으로 보는 것은 중인(衆人)들도 할 수 있지만 이(理)로 보는 것은 오직 성인(聖人)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장기(臟器)의 생김새는 장기의 기능과 역할에 따라 일정한 모양을 하게 된다. 따라서 여러 장기들의 생김새를 통해 각 장기들의 기능과 역할을 거꾸로 예측해 낼 수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인이신 동무 이제마 공의 《동의수세보원 사상초본권》을 통해서야 비로소 이에 대한 확고부동한 대답을 들을 수가 있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왜 폐(肺)와 간(肝)이 엽(葉)의 방형(方形)을 하고 있으며, 비(脾)와 신(腎)이 질(質)의 원형(圓形)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대답을 우리는 5000년을 기다린 이후에야 들을 수가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다음은 《동의수세보원 사상초본권》의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 脾腎之體形, 有質而無葉, 掌內修之柄者宜乎! 全其專一之穀子也. 肝肺之體形, 有葉而無質, 持外禦之勢者宜乎! 波其四散之儀像也.
(비신의 체형을 보면 하나로 된 몸통부분만 있고 몸통에서 갈라져 나간 잎이 없다. 이 어찌 떡고물을 손바닥으로 꼭 쥐고 요리조리 굴렸을 때 나타나는 체형이 아니겠는가! 외부의 모든 에너지를 내부의 하나의 중심에 집중시킨 곡식의 씨앗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간폐의 체형을 보면 여러 갈래로 갈라진 잎만 있고 하나로 모인 몸통이 없다. 이 어찌 호흡의 귀한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장기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중심에 있는 내부의 에너지를 외부의 사방으로 흩어지게 하는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공께서는 폐비간신의 생김새가 내수외어(內守外禦), 영내위외(榮內衛外)의 기능에 따라 방원의 형을 달리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하는 것을 예를 들어 가시면서 아주 상세하게 설명해주셨다.
이를 통해 우리는 몸 속에 들어 있는 폐비간신의 체형 역시 방형(方形), 원형(圓形)을 벗어날 수 없다고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다. 이를 알기 쉽게 도표화 하면 다음과 같다. <표 1, 2 참조>
다시 정리하면 원형인 비, 신은 에너지를 내부로 모으는 작용을 하고 방형인 폐, 간은 에너지를 외부로 흩어지게 하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본초에서 형의 방원과 약성의 상관관계에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계속>
글 : 동의형상의학회 반룡학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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