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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열 칼럼] 한의학 교육과 연구의 중심, 한의대 도서관을 살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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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케임브리지 니덤 동아시아 과학사 연구소에서 1년 동안 연구년을 지내면서 제일 부러웠던 것이 있었다면 바로 대학 도서관이었다. 대학 도시인 케임브리지에는 큰 규모의 중앙 도서관이 있고, 또 각 학과별로 설치된, 그 분야 전문서적과 자료를 보유한 소규모 도서관들이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다. 이들 도서관들은 서로 보완적으로 운영되는데 각 도서관의 자료 목록이 하나의 검색시스템으로 통합되어 있어 어디서든지 모든 도서관 자료에 대한 통합 검색이 가능하다.
여기까지만 해도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다. 이제 한국에서도 이 정도의 도서관 시스템을 갖춘 대학은 쉽게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경희대만 해도 중앙도서관과 함께 한의대 도서관이 별도로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대학과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도서관에 대한 생각과 문화다.
연구년 동안 케임브리지 대학 과학사 및 과학철학과(HPS)에서 ‘현대의학의 형성’이라는 의학사 강좌를 한 학기 들을 기회가 있었다. 담당 교수들은 매 시간 학생들에게 그 시간 강의의 주요 주제를 적은 목차와 함께 그 주제와 관련해서 읽어야할 서적이나 논문 목록을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목록에 있는 각 참고문헌 끝에는 HPS 도서관의 도서 분류기호를 적어 놓아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이 책들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또 논문이나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의 중요한 chapter들은 별도의 분류기호로 도서관 서가에 사본을 비치했다가 학생들이 요청하면 직원이 복사해준다. 각 과목 강의와 도서관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사서의 역할이다. 케임브리지 대학 각 도서관의 사서들은 대단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직접 그 분야의 최신 서적이나 자료들을 조사하고 수집해서 도서관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의 수준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킨다. 실제로 니덤연구소의 사서는 동아시아 과학사 분야의 어떤 전문가보다도 전체적인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고, 문헌학적인 식견도 있어 자료에 관한한 연구자들에게 많은 조언과 도움을 주고 있다.
지금 한국의 11개 한의대 중에는 한의대 자체 도서관을 갖춘 곳도 있고 갖추지 못한 곳도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각 대학의 도서관들은 시설, 소장 자료, 인력 모든 면에서 아직도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서들은 한의학 자료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며, 학생들은 도서관을 시험기간에 공부하는 곳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 교수들도 상당수가 학교 도서관을 통해 필요로 하는 자료를 입수할 수 있다는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교수 연구실은 ‘나 홀로 도서관’이 되어 책과 자료로 넘쳐나고, 대학 도서관은 여전히 우리들의 관심 밖에서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도서관에 대한 우리의 개념과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 우리 머릿속의 도서관 개념이 바뀌어야 현실에서의 도서관도 바뀐다. 도서관은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우리가 필요로 하는 자료와 정보가 있는 곳이고, 이것을 찾아 열람하는 곳이다. 도서관은 각 과목 강의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교육 현장이고, 연구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필수적인 연구 공간이다.
그리고 교수,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만나 서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소중한 소통 공간이기도 하다. 도서관은 교수와 학생들에게 교육과 연구, 학교생활의 중심인 것이다.
가끔 개업에 성공한 한의사나 동문회에서 연구비나 책을 교수들과 학생들에게 기부했다는 기사를 접한다. 이런 분들이 앞으로 모교의 한의학 도서관에도 관심을 가져주시면 어떨까? 한의대 도서관이 살아야 한의학 교육과 연구가 산다.
필자메일 : cylee@kyungwon.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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