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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Faro(등대)
2007년 05월 28일 () 11:00:00 webmaster@mjmedi.com
클래식이나 재즈 음반의 판매순위를 보면 일디보, 요요마, 리차드 용재 오닐 등 크로스오버 음반을 많이 볼 수 있다. 정통 클래식, 재즈 음반을 구입하는 사람이 대부분 매니아들이므로, 최근 음악의 대세는 크로스오버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블로그의 배경음악, 휴대폰의 발신음과 벨소리 등 최근 음악을 소비하는 패턴을 보면 납득이 가는 유행이지만, 감상할 만한 진지한 ‘음악’은 사라지고 대중의 취향에 맞춘 ‘상품’만 남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하다.

콰드로 누에보의 기타리스트 로버트 울프와 여성 첼리스트 파니 카머랜더의 이색적인 듀오작 [등대 Faro]는 BGM용 음반과는 격이 다른 우아한 크로스오버 재즈 앨범이다. 콰드로 누에보는 탱고와 플라멩코에 재즈와 발칸 스윙, 라틴리듬까지 어우러진 풍부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독일의 어쿠스틱 밴드이고, 파니 카머랜더는 뮌헨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컨서바토리 출신으로, ‘첼로 마피아’라는 첼로 앙상블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리빙룸’이라는 실험그룹에도 참여했던 인물이다.

“두 사람 모두 정통 클래식과 각양각색의 월드뮤직을 넘나드는 매우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지녔다는 점, 영화음악ㆍ팝ㆍ재즈ㆍ클래식 작품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그저 주 멜로디만으로 끌고 가는 단순한 방식에서 과감하게 탈피해 긴장과 이완, 충돌과 조화를 매우 역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본작 [Faro]는 ‘그저 예쁘장한 백그라운드 뮤직용 앨범’과 분명하게 구별된다.”(음악 칼럼니스트 박경 님의 글 중 발췌)

첫 곡으로 찰리 헤이든의 ‘Our Spanish Love Song’이 수록되어 자연스럽게 팻 메스니(기타), 찰리 헤이든(베이스)의 듀오작 ‘Beyond The Missouri Sky’와 비교를 하게 된다.
기타 솔로 부분에서는 첼로의 피치카토 주법(현을 기타처럼 튕기는 주법)이 베이스의 역할을 충분히 해 주면서도 베이스의 아르코 주법(현을 활로 긋는 주법)보다 열정적인 첼로 솔로가 더해져, “기타와 첼로의 듀오가 어색하지는 않을까? 리듬악기가 없어서 단조롭지는 않을까?” 하는 기우를 단번에 날려버린다.

익숙한 음악인 스팅의 ‘Fragile’, 엔니오 모리코네의 ’시네마 천국‘도 멜로디에서 솔로 부분의 다양한 변주로 이어지는 재즈의 어법을 택하여 새롭게 들린다. 플라멩코에 깊은 관심이 있었던 스페인의 국민주의 작곡가 마뉴엘 데 파야의 곡 ‘La Vida Breve’과 ‘El Pano Moruno’, 파블로 카잘스의 ‘Song Of The Birds’, 카잘스의 그늘에 가려진 첼리스트라고 불리우는 가스파르 카사도의 ‘Preludio Fantasia’ 등의 다양한 선곡으로 바로크와 플라멩코, 클래식과 월드뮤직의 매력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재즈의 고전 ‘Dear Old Stockholm’의 원곡인 스웨덴의 전래민요 ‘Ack Varmeland’는 북유럽의 고풍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곡으로 꼭 한번 들어보기를 권한다.
[Faro]를 처음 들으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2~3번 연속해서 듣다보면 기타와 첼로의 묘한 매력에 중독될 것이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음악’이라는 음반 홍보 카피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김호민(서울 강서구 늘푸른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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