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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주 칼럼] 새아침 강가를 걸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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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개인적인 낙의 하나는 걷기이다. 평일에는 직장(집)까지 45분을 걸어서 출(퇴)근하고, 휴진일이나 공휴일에는 집 근처의 한강변을 2시간쯤 걷는다. 약속이나 날씨 때문에 매번 그렇게 하지는 못하지만, 웬만하면 다른 일보다 우선하려고 노력한다. 작년 10월 초, ‘내 맘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갑갑함으로 날로 체력이 떨어지고 체중만 늘어나던 상황 속에서 걷기를 시작했다. ‘걷는 것만은 맘대로 할 수 있으니까’라는 생각으로 걸으면서 몸이 가벼워지고 건강해졌을 뿐 아니라 마음도 많이 정리되고 편안해졌다.
처음에 집을 나설 때는 좀 찌뿌듯하다가도 그런 몸을 바라보며 1시간 쯤 걷고 나면, 구석구석 편안히 이완된다. 몸은 점점 가벼워지다 못해, 새털처럼 가벼워 날아오를 듯 할 때도 있다. 유장하게 흐르는 강물, 이름 모를 풀과 꽃과 새들의 모습, 강물 위에 반짝이는 햇살.... 이런 풍경에 넋을 놓고 걷다 보면 나를 괴롭혔던 문제들은 모래알처럼 작아져 바람에 날려 갔고, 놓지 않겠다며 욕심 부리고 있던 손에서도 스르르 빠져 나가곤 했다.
강변의 풍광이 뛰어나지만, 언제나 더 눈길이 갔던 것은 그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었다. 강변을 걸으면서 알게 된 사실들이 몇 가지 있다. 휴일에만 자전거를 타는 것이 아니라 평일에도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꽤 많다는 것에 우선 놀랐다. 무한 성장과 속도 경쟁을 추구하는 광풍의 시대에 두 바퀴와 두 다리에 의지하여 느림을 즐기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반가웠다. 또 한 가지는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 마라톤을 즐기는 노인들이 아주 많다는 것이다. 운동 복장으로 몸과 얼굴을 감싸 얼핏 보면 알아챌 수 없지만, 젊게 살고 싶어 하고, 젊음을 유지하려는 노인들이 늘어나는 사회임을 다시 실감하게 된다.
날씨가 좋은 휴일에는 홀로, 또 함께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 뛰는 사람, 걷는 사람들이 좁은 길 위에 가득 넘쳐 난다. 이 많은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각양각색 복장이지만 남의 눈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 또 자기 페이스를 지킨다는 것이다. 빠르게 달리는 사람이 앞질러 지나간다 해서 걸음을 빨리 하는 사람은 없다. 묵묵히 자기 속도대로 걷고 또 달릴 뿐이다.
뛰는 것도 아니고 등산도 아니고 그저 평지를 걷기만 하는데도 어떤 날은 발에 통증이 오기도 했다. 넘어진 것도 삐끗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 곰곰 생각해 보니 두 시간 동안 조금도 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려울 것 없는 운동이지만 힘들지 않더라도 한 시간에 5분 정도는 꼭 쉬어 가게 된 것이 두 번째로 얻은 교훈이었다.
대학원에서 좋은 강의를 해 주셨던 한 교수님께서 늘 주장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한의학의 우수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먼저 한의사가 건강하게 100세까지 장수해야 한다.” 들을 때마다 웃어 넘겼지만, 정말 맞는 말이다. 세상을 고치고 환자를 돕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醫者가 되려면 새해에는 몸과 마음 모두 더 건강해져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포근한 올 겨울 들어 최고의 추위였다는 새해 첫날 아침, 쨍하게 푸른 하늘빛 때문에, 꽁꽁 싸매고 또 집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 가던 지점을 벗어나서 강이 시작되는 쪽을 향해 3시간 남짓 걸어 올라갔다. 추위를 뚫고 새로운 길을 걸어 보았다는 것이 뿌듯한 기쁨으로 몰려 왔다. 올해 안에 남한강, 북한강이 시작되는 곳까지, 한강이 서해 바다와 만나는 곳까지 걸어 가보고 싶다는 소원도 품게 되었다.
“쉽지 않은 한해이겠지만, 잘 할 수 있고, 잘 될 거야... 새해 시작이 신통치 않았다면 또 어때, 진짜 새해가 시작되는 입춘, 설날 다시 또 한번 시작하지... 봄이 오지 않는다면 봄을 향해, 봄을 맞으러 걸어가야지... 넘어진 자리에서 일어나고, 걷고 또 걸어야지.” 자신에게 되뇌는, 여러분들께 들려 드리고 싶은 무자년의 주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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