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생명 길러 훗날을 기약하고자
오래 전에 이 책의 일부로 수록된 『産方隨錄』(188회/04년 2월 9일자；柳磻溪인가 丁茶山인가)에 대해 소개하고 원작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점을 제시한 기억이 있다.
오늘은 ‘산방수록’과 함께 ‘마진방’이 함께 묶여져 합편되어 나온 『수생신감』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원서의 간행본은 불분권 1책으로 되어 있으며, 저작시기가 명시되어 있지 않으나 『한의약서고』에는 조선 고종 2년(1865)경에 만들어졌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 책에는 원작의 전본을 소장하고 있었던 月城 孫厚翼의 서문이 있다. 서문에 따르면 손씨의 집안에서 전해 내려오던 이 책은 판서 李承輔가 중국에서 들여온 『麻疹方』을 南陽 李顯吉이라는 의학에 뛰어난 이로 하여금 부연하여 쓰게 하고, 여기에 茶山 丁若鏞이 지었다는 『産方隨錄』을 덧붙여 간행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산방수록’에 대해서는 그 내력이 불분명한데 다산의 저술목록에 보이지 않고 다만 여기에 들어있는 것이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앞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승보(1814~ 1881)는 조선조 말엽의 문신으로 도승지 ·대사헌·홍문관부제학을 역임하고, 1865년에는 규장각직제학·예문관제학의 자리에 있었다. 여러 관직을 거쳐 1871년 이조판서·의정부좌참찬에 이르렀던 인물이다. 이 책의 실질적인 편저자라 할 수 있는 손후익(1888~1953)은 구한말 울산의 명망가이자 문장가로 호가 文巖이며, 영남 유림의 일원으로 구국운동에 참여하다가 1926년 이후 군자금을 모아 무장 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였다. 사후 광복에 기여한 공으로 건국훈장이 추서되었으며, 이 책 이외에 『문암문집』 26권을 남겼다.
본서의 구성은 앞서 밝힌 것과 같이 크게 ‘마진방’과 ‘산방수록’ 두 부분으로 나뉜다. 마진방편은 마진과 관련된 내용으로서 總論, 始痛, 發斑, 消班, 熱候, 餘症, 蛔, 疳類, 瘡類, 大小便, 泄痢, 嘔吐, 咳喘, 咽喉, 失血, 狂譫, 瘧疾, 後頉, 中惡, 孕婦의 차례로 설명되어져 있다.
이러한 방식은 發疹의 경과와 증상의 발현에 따른 전통적인 설명 방법이다. 여기서 특징적인 것은 총론의 내용이다. 총론에서는 대개 마진의 병변에 대하여 기술하는 것이 보통인데, 여기서는 甘草, 麥門冬, 玄蔘, 桔梗, 牛蒡子, 升麻, 葛根 등 마진처방에 자주 등장하는 본초들의 성질과 응용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또 “今年歲運肺金不足 心火太盛 … 중략 … 非甘草則何以通咽喉而潤肺經乎”과 같이 운기에 따른 본초 이용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고 있으며, 식생활과 술에 대한 논의가 전개된 것도 또한 특징적이다. 이어지는 각 편은 간단한 설명과 해당 처방들을 나열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산방수록편은 그 분량이 적어 부록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오히려 단순함을 살린 실용적인 의방서라고 할 수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孕婦預服, 難産, 布衣不下, 産後發熱, 産後急昏塞, 産後泄瀉, 無病産婦暴氣陷, 産後雜證通用, 産後氣血虛耗, 産後血暈不省人事, 産後瘀血, 感冒風寒發熱 등 총 27항목으로 되어 있다. 각각의 항목 은 산전산후의 제반 증후군으로 구성되어 있고, 질병증상에 따른 처방들이 2~3개씩이 수록되어있다.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판본은 1913년 대구 在田堂書舖에서 발행한 석인본으로 본문의 첫머리에는 손후익의 자필로 보이는 서문이 게재되어 있고 이어 목차와 마진방, 그리고 산방수록편이 실려 있다. ‘생명을 오래 살게 한다[壽生]’라는 제목에 麻疹과 부인질환을 함께 엮었다는 것은 소아와 출산이 인구를 보전하는 관건이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울러 이것은 당시 마진으로 많은 아이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었으며, 임신·출산의 위험성이 매우 높았음을 짐작케 한다. 이 책을 통해 조선시대 마진과 부인과에 관한 인식과 중요도를 짐작할 수 있으며, 역사적인 의미 뿐 만 아니라 광복을 염원하는 마음까지 담겨져 있는 듯해 감회가 새롭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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