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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9주년 기념특집] 한의계, 시대흐름을 읽자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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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질 향상 기대” VS “의료양극화 심화 우려”
2. 영리병원의 논쟁
최근 제주특별자치도 영리병원 허용문제가 이슈화되면서 보건복지가족부가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었었다.
지난 달 10일 건강연대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이상영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제주도민들이 영리의료법인 허용을 원한다면 복지부로서는 반대 입장을 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7월 28일 제주도는 기자회견을 통해 제주도민 여론조사 결과 영리병원 반대여론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영리병원이란
영리병원은 의료산업에 외부자본의 유입을 허용하며, 병원 운영의 이윤자본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것을 허용하는 의료기관을 말한다.
외부자본의 참여방법으로는 새로운 의료기관의 개설을 통해 또는 기존의 비영리병원을 영리병원으로 전환시키는 방안이 있다. 이는 지금까지 의료인과 의료법인, 특수법인만이 의료기관 개설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한 것과는 다르다.
의료인이 아닌 모든 개인, 상법에 의한 각종 법인까지 개설주체가 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것이다.
영리병원은 비영리에 비해 세금부담이 높은 데다 투자자에게 일정 수익을 되돌려 줘야 하기 때문에 의료비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 영리병원은 수익성이 높은 서비스를 골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윤을 극대화하고, 고가장비의 사용을 통한 수익창출의 극대화를 추구할 수 있다.
■ 영리병원 논의배경
영리병원 허용을 주장하는 쪽은 의료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이 첨단고급화, 외형적으로 대형화하는 추세에서 개인이 이러한 의료기관을 설립해 운영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
이와 함께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일부계층의 고급의료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처럼 획일적인 의료수가로 통제되는 상황에서는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고급의료를 제공할 유인을 차단함으로써 국민의 일부가 선호하는 고급의료서비스를 못 받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의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로 인한 의료의 질 향상은 해외 원정진료를 차단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외국인환자까지 국내병원으로 유치하게 돼 의료산업을 통한 국부의 창출이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 영리병원의 문제점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비영리법인 의료기관이 사실상 영리를 추구하는 행태를 가지고 있고, 그 결과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 간에 질적으로 그리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문제는 기존의 공공적 성격을 갖는 보건의료영역이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투기성 자본을 포함한 각종 민간자본에 의해 잠식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의 파급효과는 우리나라 국가보건의료체계에 자본이 지배하는 시장원리의 침투를 가속화시켜 수가규제의 완화 또는 철폐, 건강보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의 폐지,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또 이러한 현상들이 우리나라에서처럼 의료의 공공성 기반과 공적건강보험에 의한 보장성이 극히 취약한 상황에서는 보건의료 전반의 효율성과 형평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영리병원 허용에 대한 반응
영리병원 허용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은 다양하다. 양방의 병원협회와 의사협회는 큰 차원에서 영리병원 허용에 찬성하는 쪽이지만 미묘한 시각차가 있는 듯 보인다.
대한병원협회는 영리병원 허용을 지지하고 있다. 영리병원 허용은 기술·자본·경영의 진입장벽을 제거해 병원 간의 경쟁을 촉진시키고, 병원 경영효율의 향상과 국민의 다양한 의료수요의 충족에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중소병원협의회는 영리병원 허용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이다.
영세한 중소병원들은 외부자본이 필요하지만 이것이 허용됐을 경우 초래되는 중소병원 간 심각한 격차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의 입장은 다소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일관되게 영리병원 허용을 반대하고 있다. 의료이용의 양극화 심화, 의료기관의 무제한적 이윤추구로 인한 국민의료비 증가, 이에 따른 국민건강보험의 무력화 및 보장성 약화 등 영리병원이 초래할 부작용 때문이다.
■ 한의계에 미칠 영향
영리병원 허용에 관한 한의계의 입장은 다소 비관론적이다. 일부에서는 병원이 늘어나면 한의사의 고용시장이 확대되는 장점이 있다고들 하나 이는 국내의료현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규모 영리병원에서 한의사를 고용하고 일반 한의원과 경쟁한다면 결국 동네한의원 시장이 잠식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판단이다.
또 제주도에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중의사 등이 아무런 제한 없이 들어올 가능성이 열리게 되고 경제특구 간의 형평성 등의 문제에 따라 어느 곳은 허용하고 어느 곳은 불허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향후 다른 경제특구로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예측이다.
■ 영리병원 도입전망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공공의료기반이 확보되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확대된 후 자연스럽게 틈새시장에 한해 민간에 의한 영리병원 허용이 논의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이라고 말한다.
순서가 뒤바뀔 경우 영리병원의 허용이 몰고 올 파장은 엄청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영리병원이 민간의료보험과 연계될 때 공보험의 보장성 강화가 어려워 질 것이고, 공보험의 보장성이 낮은 상황에서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의료양극화는 예견된 일이라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 전반의 근간을 흔들고, 불형평성과 비효율성을 야기하고 국민의료비의 급속한 상승을 가져와 국가경제 전반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한편, 건강연대와 의료민영화 및 국내영리병원 저지 제주대책위원회를 비롯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지난 달 성명서를 내고 제주도 영리병원 도입 중단을 촉구했다.
이에 김태환 제주지사는 지난 7월 28일 논란을 빚은 국내 영리법인 병원에 대한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찬성 38.2%, 반대 39.9%로 찬성 득표율이 과반수를 넘지 않아 영리병원 설립은 이번 (특별법 개정안) 입법예고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지사는 “제주에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영리병원은 여건이 성숙되면 도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토론을 거쳐 추진하겠다”고 말해 향후 추이에 귀추가 주목된다. <계속>
민족의학신문 강은희 기자 leona01@mjmed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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