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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83] 醫學英華字釋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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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학과 종교의 전파
중국에 기독교를 전파할 목적으로 서양의학서를 번역했던 영국인 의사 홉슨. 그가 『全體新論』을 비롯한 漢譯西醫書를 번역하는데 밑바탕이 되었던 의학용어 대역어사전이 바로 이 책인데, 그간 이 책의 존재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었다. 최근 우리 연구원에서 번역사업의 일환으로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 수장되어 있는 이 자료를 찾아내 근세서구의학이 동양에 소개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개념의 혼재와 의미전달상의 오류를 연구해 보기로 하였다. 이에 앞서 한역의서를 통해 조선학계에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벤쟈민 홉슨(1816~1873, 한어명 合信, Benjamin Hobson)의 생애에 대해 최근에 조사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홉슨은 1816년 영국 웰포드(Welford)에서 성직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일찍이 버밍햄(Birmingham)의 종합병원에서 실습생으로 의학공부를 시작하였고 20세가 되던 1835년에는 유니버시티칼리지(University College London)로 적을 옮겼으며 1839년 학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해 결혼한 홉슨은 의학 지식을 선교에 활용하고자 초교파적인 런던선교회(London Missionary Society)로부터 파송을 받아 마카오 병원(澳門敎會醫院)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이 당시 홉슨은 기근, 천연두, 콜레라, 나병, 아편 중독 등 전염성이 있거나 사회적 문제로 발전할 수 있는 것들이 주요 관심의 대상이었다. 특히 그는 아편 무역의 폐해에 대해 절감하고 공공연히 영국 정부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였다.
1842년 난징조약이 체결됨에 따라 홍콩이 영국령으로 바뀌자 이듬해인 1843년 홉슨은 홍콩으로 건너갔으며 새로 설립된 선교회 병원에서 근무하였다. 홍콩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환자들이 몰려왔기 때문에 홉슨은 현지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야만 했고 이에 따라 중국에 맞는 체계적인 의학 수련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된다. 그러나 홍콩에 온 지 2년 만에 아내와 아이가 병으로 죽자 실의에 빠져 영국으로 되돌아갔다.
1847년 홉슨은 최초로 중국어 성경을 펴낸 로버트 모리슨(Robert Morrison, 1782~1834)의 딸 레베카 모리슨과 재혼하였다. 이 해 홍콩으로 돌아온 그는 이듬해 선교의 불모지로 남아 있던 廣州로 자리를 옮겨 惠愛醫館을 설립하였다. 그곳에는 그는 나병과 아편 중독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중국인 사회에서 서서히 신뢰를 쌓아갔다. 이 병원에서 1848년부터 1856년까지, 평균 입원환자는 50명선이었고 1년에 24,000여 명에 달했다. 그는 대부분의 환자를 직접 돌보았으며, 매년 『惠愛醫館年紀』(Annual Report of the Missionary Hospital at Canton)를 펴냈다.
41세가 되던 1856년 2차 아편전쟁으로 惠愛醫館이 잿더미가 되었고 홉슨은 홍콩의 仁濟醫館으로 옮겼다가 이듬해인 1857년에는 상하이로 거처를 옮겼다. 1858년에는 홉슨이 출간을 주도한 『醫學英華字釋』(A Medical Vocabulary in English and Chinese)이 세상에 나왔다. 1858년 건강이 악화되어 영국으로 돌아가기까지 홉슨은 중국에서 약 20년간 머물렀으며, 廣州에서 惠愛醫館을 운영하던 무렵 8년 동안이 그의 저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이 사전에는 oxygen(산소)을 養氣라고 번역하였고 補精神의 補가 stimulate(자극하다)의 대역어로 등장한다. 이는 서양어 번역에 있어 일본의 영향을 받지 않았던 당시의 번역서를 우리나라 지식인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짐작할 수 있는 자료인 동시에, 『身機踐驗』의 적확한 번역을 위한 필수 자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홉슨은 당대 중국의학이 몹시 수준이 낮으며, 심지어 고대 그리스나 로마의 해부학이나 외과 지식이 중국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평생을 선교사로서의 삶으로 일관했던 그는 환자를 치료하기 전에 설교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우리는 그의 한역의서에서 태생적으로 내재된 이러한 사상적 배경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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