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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밖의 한의사, 그들의 삶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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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 상생의 의미를 찾아가다!
진료실 밖에서 만나는 한의사는 어떤 모습일까? 진료실을 벗어나 의료인이 아닌 순수한 사회구성원의 하나로 살아가며 이 세상과 사회에 소통하기 위해 한발 한발 자신을 세상 속으로 이끌고 있는 한의사들이 있다. 그들이 자신의 친구,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살펴보며 그들의 삶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이바지하고 있는가를 조명해 한의사와 국민 그리고 개인과 사회의 바람직한 관계맺기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1. 도심 속 ‘마을공동체’ 활동가 박용신·백종주 부부
성미산 마을 공동체 기구의 하나인 ‘성미산 어린이집’을 박용신 원장(42·서울 종로구 동서한의원)과 함께 방문한 날은 마침 어린이집의 해보내기 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처음 보는 낯선 기자를 보고 낯을 가리기도 할법한데 아이들의 모습은 여느 어린이집의 어린이들과 다른 활기와 자유로움으로 가득했다. 어린이들은 부모를 ‘아마(아빠와 엄마)’, 선생님을 별명과 애칭으로 부르며 밝고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었다. 어린이집에는 그 흔한 영어교육용 교재나 시청각 자료 하나 없고 대신 가족과 함께 자연학습 당시를 찍은 사진이나 직접 채집한 식물, 아이들의 공예작품 등이 걸려 있었다.
■ 성미산 인연으로 시작된 마을공동체
성미산 마을공동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지난날 성미산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마을 주민들의 활동을 먼저 설명해야 할 듯싶다.
지난 2001년, 당시 서울시는 성미산 정상에 물탱크를 지으려고 시도했다.
시의 일방적인 배수지사업에 정면으로 대응한 이들은 바로 마을 주민들이었다. 천막농성, 서명활동 그리고 용역직원 100여명들과의 몸싸움까지… 주민들은 함께 성미산에서 생활하며 스스로를 ‘성미산 지킴이’라고 부르며 2년여 간 투쟁을 벌였다.
결국 주민들은 성미산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어느덧 성미산은 시민운동과 환경운동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까지 언론에 소개될 만큼 큰 성과를 거뒀다. 이후 주민들은 외로운 싸움을 함께한 이웃들과 함께 마을공동체를 운영하게 됐고 어느덧 생협 조합원만 2천여 명에 이른다. 이것이 마을공동체의 탄생배경이다.
■ 한의사, 전인적 삶을 말하다
박용신·백종주 부부가 지금의 성미산 마을의 주민으로 오게 된 것은 성미산 싸움이 끝난 후 마을 공동체가 형성된 시점에서였다. 당시 이들 부부가 성미산을 찾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마을 공동체가 꾸려가고 있는 대안학교에 대한 관심이었다.
부인 백종주(40) 씨는 “대안학교에서는 경쟁과 대립이 아닌 세상을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고 개척하려는 힘과 이를 위해 다른 사람을 돕고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다”며 “일선 제도권 학교에서 아이들이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가치들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부인의 교육철학에 동의한 박 원장 역시 공동체 생활과 한의학의 공통점을 들어 설명한다. “한의사가 바라본 사회와 인간의 모습은 결국 전인적 삶의 중요성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합니다.” 박 원장은 이렇듯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사회와 인간의 소통구조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공동체 마을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에는 유독 한의사들이 많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 이웃을 통한 배움의 과정
마을 안내자로 활동하고 있는 백종주 씨로부터 마을에 대한 소개를 듣다보면 성미산 마을은 생협의 의미보다는 마을 구성원 하나하나가 나눔과 베풂의 의미를 서로를 통해 배워가며 확인해 가는 과정의 산물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박 원장 부부가 자랑하는 이 마을에는 어린이집 외에도 주민들이 공동출자해 운영하는 유기농 커피 카페 ‘작은나무’, 되살림 운동을 위한 재활용품 전문점 ‘한땀 두레’, 마을학교 ‘꿈터’ 등이 있다.
요즘은 ‘두루’라는 성미산 마을의 대안화폐 사용을 공동체 생활에 적용해 보고 있다고 한다.
■ 우리 모두가 대표이자 책임자
성미산 마을의 또 다른 특징은 마을의 특별한 대표자가 없다는 점이다. 공동체 구성원 누구나가 대표자이고 구성원이며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참여해 합의를 이끄는 과정이 일상화돼 있고 긴급한 현안문제를 다룰 때만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뿐 이렇다 할 대표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마을을 운영하는 것은 구성원들이 스스로 만든 마을의 규칙을 준수하는 마음과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 한의사들 세상과 적극 소통하자!
박 원장 부부는 현재 마을공동체 구성원으로의 삶 속에서 사회와 소통하고 헌신할 수 있는 삶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박 원장은 “어렵고 힘든 세상일수록 한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세상과 소통의 활로를 열어놔야 한다”며 “공동체 생활이 일종의 사회적 대안으로 작용돼 개인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민족의학신문 최진성 기자 cjs5717@mjmedi.com
☞ 박용신·백종주 부부는 누구?
현재 서울 종로구 동서한의원 원장이며 ‘참의료실현을 위한 한의사회’의 회장을 지낸 박용신 원장은 장기수들을 위한 의료봉사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벌이고 있다.
부인 백종주 씨는 본지 취재기자 출신으로 현재 마을 안내자로 활동하는 한편 도시형 대안학교 설립과 ‘공동육아와 공동체 교육’ 등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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