武人 尙得容의 簡易 救卒方
『濟救單方』의 원작자는 尙得容이란 인물이다. 생몰연대는 분명하지 않으나 1800년대 초반에 활약한 것으로 보인다. 자는 若能, 호는 德翁이며 본관은 木川으로 영의정을 지낸 尙震의 후예다. 무과에 급제하여 守門將과 宣傳官, 訓練院判官을 거쳐 花梁鎭(경기도 화성군 해안) 僉節制使(종3품 무관직)를 지냈다. 經史를 비롯해 六韜, 孫子, 武子 등 兵法에 해박하였고 天文이나 籌數에도 조예가 깊었다. 저서로 『星漏合編』, 『東國山川攷』, 『周行通譜』, 『續將鑑』, 『諸子髓英』, 『東人歌曲』등 적지 않은 저술을 남겼으며, 말년에는 고향인 長湍에 돌아가 인재양성에 주력하여 뛰어난 제자를 많이 길러냈다고 한다.
洪吉周의 『峴首甲藁』에 실린 이 책의 서문을 통해 그가 특별히 의서를 지은 까닭을 알아보기로 하자.
“세상에 좋은 의원은 드물고 병에 잘 걸리는 사람은 흔하니 의원이라고 모두 다 믿을 수는 없으며, 천하에 名藥을 갑자기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그간 눈으로 보고 귀로 얻어 들은 것으로 증상에 따라 治方을 나누어 두었는데, 음식과 雜物, 단방 가운데 일시적인 위급함을 구할 수 있는 것을 모두 채록해서 의원들이 미처 손대지 못한 곳을 보충하였다. 반드시 익히 보고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만을 취했으니 그것은 가난한 사람이 아팠을 때, 나을 수 있는 처방을 듣고도 써 볼길 없어 끝내 한으로 남을까봐 걱정되어서이다.”
위의 짧은 언급을 통해 저자 상득용의 생각과 몇 가지 착안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그가 무인으로서 의약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측면인데, 실무직인 수문장과 선전관, 훈련원 판관을 지낸 그로서는 병사들의 잦은 부상과 질병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또한 본문은 비록 찾아 볼 수 없으나 병증별로 나누어 치방을 수록하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이나 雜物, 단방 등을 위주로 집필하였다는 점에서 이 책이 주로 簡易方이나 향약방을 중심으로 엮어졌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나아가 이 책은 구급의학 혹은 군진의학적인 성격도 갖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어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문을 지은 홍길주는 그의 문집 『孰遂念』에서 자신만의 이상향을 꿈꾸었는데, 가공의 주거공간에는 藏書閣, 別院, 창고와 함께 良醫들과 약재가 있는 用壽院을 두었다. 그가 그리는 이상향은 다음과 같다.
“……집 주변 수 십리에는 뱀, 살무사, 벌, 나무좀, 교룡, 파리 등이 없고 아름다운 꽃나무와 기이한 새들로 가득하다. 蔘, 靈芝, 茯苓, 鐘乳, 丹砂 등 무릇 병을 다스리거나 생명을 이어줄 약물들은 풍족하지 않음이 없으니……”라고 하여 산수자연의 빼어남은 물론 필수조건이지만, 그것이 풍부한 물산과 진기한 약재 등을 배태하고 있지 않은 산수라면 依據地로서 불충분하다고 보았다. 즉 자연은 관조와 玩賞의 대상으로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윤택하고 풍요롭게 하는 대상일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의 의약론은 나라를 위한 醫國論으로 이어진다. “세상에 백성과 국가에 해를 끼치는 것은 매서운 역질이나 학질, 창양, 중풍, 간질 따위보다 심한데, 그것을 구제하는 방법은 모두 간단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라를 다스리는 자 이것을 구하지 않음은 어째서인가?” 홍길주와 상득용, 초야의 선비와 微官인 무인이 꿈꾸는 이상사회는 의료혜택과 보건복지가 보장된 세상이 아니었을까?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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