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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란(2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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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류인생의 안타까운 사랑
지난 4월에 개봉된 ‘파이란’은 개봉 첫주 이후에 더 많은 관객을 불러들였다.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전해진 것이다. 이는 ‘예매와 그에 따른 첫주의 관객이 곧 영화의 흥행을 가늠해 보는 잣대’ 라는 공식을 비껴갔다.
송해성 감독은 그리 신통치 못한 영화라고 평가받은 ‘카라’로 데뷔했다. 하지만 ‘파이란’의 성공은 ‘카라’를 잊게 했다.
어느 인터뷰에서 송감독은 “사실 ‘카라’는 개념 없이 대타로 메가폰을 잡은 첫 작품”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일본 소설가 아시다 지로의 ‘러브 레터’를 한국정서에 맞게 각색해 만든 ‘파이란’은 깡패 강재와 중국 여인 ‘파이란’과의 사랑이야기다.
주먹하나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후배들한테 선배대접도 받지 못하는 강재는 동네 양아치 수준급 깡패로 멋진 액션씬 연출이 애초에 불가능하다. 따라서 작품의 성격이 깡패영화라기 보다는 하나의 배경으로 설정돼 있다. 두 남녀주인공은 한석규와 전도연이 채팅을 통해 사랑을 만들어 간 ‘접속’보다도 더 접촉하지 않는다. 따라서 거친 액션영화나 흐물흐물한 멜러영화와는 다르다.
영화는 파이란이라는 여자의 사망신고서가 강재에게 날아들면서 시작한다. 그녀는 중국인 고아로 강재가 돈 몇푼 받고 위장 결혼해 준 법적 아내다.
파이란은 서류에 붙어 있는 강재의 작은 증명사진을 보며 사랑을 느끼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편지에 담는다.
법적 아내의 죽음을 뒷수습하기 위해 떠나는 과정에서 편지를 읽으며 차츰 강재는 심리적 변화를 일으킨다.
러닝셔츠에 잠바를 아무렇게나 걸쳐입고 어슬렁거리다 동네 오락실에서 동전이나 뜯는 강재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3류 인생이다.
더 이상 더러울 수 없을 만큼 지저분한 강재의 방이며, 며칠 만지지도 않은 머리, 욕지거리가 넘치는 저급한 말투와 행태는 캐릭터의 사실성을 충분히 부각시킨다. 카메라는 이러한 인생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데 성공적이다.
다만 강재에 비해 파이란의 묘사가 부족하고, 두 사람이 사랑의 감정을 충분히 교감할 수 있었을까하는 부분에서는 의아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쓰레기 같은 인생이 알지 못하는 여자에게 순수한 사랑과 그리움의 존재였다는 사실과 그녀가 이미 죽었다는 현실을 깨달은 순간 터트리는 울음에 관객의 눈시울도 젖어간다. 러닝타임 116분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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