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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밖의 한의사, 그들의 삶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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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천, 로하스적 삶의 상징이 되다
5. 강서·양천 지역사회 일꾼 박징출 원장
지역민들의 혐오시설로까지 느껴졌던 안양천이 어느덧 철새가 찾아오고 물고기들이 산란하는 생명터로 변했다.
지난 4월30일 안양천 고척교 인근에서는 구로를 비롯해 금천·양천·영등포·강서 등 안양천을 접한 7개 자치구 관계자들로 구성된 안양천수질개선대책협의회가 모여 다시 살아난 안양천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졌다.
어느덧 안양천을 살리기 위한 작은 노력들이 전국유일의 하천관리 광역협의체로까지 자리매김한 것이다. 로하스적 환경운동과 지역사회운동의 모범적 케이스로 꼽힐 정도로 변화된 안양천이 있기까지 지역에서 환경운동을 펼친 박징출 원장(51·서울 강서구 코비한의원·사진 上)의 노력이 있었다.
■ 혼돈의 시대 속 지역사회에 대한 관점 만들어져
친환경주의에서 출발한 로하스(LOHAS)는 자연과 환경을 먼저 생각하고 지구와 생명을 보호해 후대에게 물려주자는 의식에서 근원을 찾는다.
박 원장의 활동을 보면 이러한 로하스적 삶의 모습에서 그 연관성이 느껴지곤 한다. 그가 이와 같은 삶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그의 대학시절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박 원장이 한의대를 다니던 시절은 민주화 운동이 가장 뜨겁게 달아올랐던 시기였다.
이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그가 사회와 개인의 문제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박 원장은 당시 경희대 백단이라는 서클에서 활동하며 보건의료인과 지역사회의 관계가 후원과 지원 개념의 소극적 관계에만 머무르자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졸업 후 한의사가 된 시기부터 이러한 문제에 의료인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의식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일본의 영향으로 지역에서 요구되는 정책적, 행정적 문제를 지역민 스스로가 해결하자는 지방자치제에 대한 관심이 태동하기 시작했죠.”
그는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강서양천지역연구소를 만들고 노동, 인권, 환경, 여성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 중에서도 박 원장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분야는 환경운동이다. 자연의학인 한의학을 통해 전인적인 삶을 추구하는 한의사인 그에게 환경운동은 진료의 연장선과도 같았다.
■ 올챙이 살리려 동분서주, 신혼 때는 쫓겨날 뻔도
우장산 체육센터 건립 반대부터 고압송전탑 철거를 위한 가로공원 조성, 소각장 폐쇄 등 지역상황과 맞물려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이러한 지역혐오시설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공유론이다.
“아직도 우리사회는 관련시설을 늘려야 한다는 증설우선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데 환경론적으로 바라보면 지역과 지역이 연대해 한 지역에 소각장을 설치하는 대신 쓰레기처리장은 다른 지역에 설치해 시설을 최소화하고 혐오시설을 공유하는 대신 재활용과 자정능력을 배가하는 방식을 강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박 원장은 생각처럼 환경운동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고 말한다.
박 원장이 지난 2003년 ‘양천구 안양천사랑모임(안사모)’의 대표를 맡고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2007년까지 하수처리장 완공을 약속했던 부천시를 항의방문해 완공을 촉구하는 일이었다.
이후 안양천 근처에 임시로 설치된 시멘트 주차장을 철거하기 위한 서명운동에서부터 주민들을 대상으로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힘든 여정이 계속됐다.
이러한 활동이 지속되자 안양천에 맹꽁이가 찾아와 산란을 하기 시작했다. 안양천이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이 맹꽁이라는 녀석이 하필이면 논두렁이나 배수로 근처에 알을 낳는 바람에 날씨가 더워 물이 마르면 올챙이들이 횡사(橫死)할 위기에 처했다.
박 원장을 비롯한 회원들은 매일 집에서 양동이로 물을 퍼 날라서 올챙이들을 구해야만 했다.
이러한 그의 활동을 듣다보면 한의원 경영이나 가족들에게는 다소 소홀해지는 것은 아닌가하는 노파심이 들었다.
박 원장은 “진료를 하지 않는 목요일과 휴일을 이용해 주로 활동을 하고 평소에는 더욱 열심히 진료활동에 집중하기 때문에 지장을 받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가족들에게만큼은 최선을 다하려고 항상 가족과 시간을 함께 보내고 함께 환경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아마도 사회운동가 중에 저만큼 가족한테 잘해주는 사람은 없을 걸요. 다만 신혼 때 경희대민주동문회 준비위원장을 맡는 바람에 아내에게 쫓겨날 뻔한 적은 있었죠. 하하.”
■ 지역사회에서 의료인의 책임과 역할 고민해야
그는 요즘 환경운동뿐만 아니라 보궐선거 선거비용환수운동과 함께 ‘강서양천 교육자치시민회’를 이끌고 있다. 지역현안 문제를 자신 스스로가 파악하고 해결하려는 실천의지를 가진 지도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사회복지나 장애, 인권 등과 같은 문제를 포함해 자신의 지역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경험을 가진 이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한다면 보다 나은 공동체적 삶의 목표에 다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를 위해 방과후 공부방, 환경강사 양성프로그램, 생협, 도서관 운용 등을 준비하며 미진한 부분은 조금씩 다듬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의사로서 지역사회운동에 대한 그의 평소생각을 물었다.
“한의사는 학교졸업 후 지역사회로부터 사회적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받은 것 이상을 돌려주겠다는 생각으로 자신과 함께 살고 있는 이들과 언제나 함께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의료인의 역할과 책임을 다한다면 자기 스스로의 역할이 커지고 강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항상 이 점을 고민하고 실천하려는 한의사가 되시기 바랍니다.”
민족의학신문 최진성 기자 cjs5717@mjmed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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