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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24] 經驗古方要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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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界와 畵壇의 어울림
목판에 파인 듯 멋들어진 서체의 제첨을 붙인 이 책에는 徐丙孝와 金觀浩의 서문이 나란히 붙어 있다. 저자인 서병효는 서문에서 사람에게 無害하고 효과가 좋은 약을 古方 가운데서 초록하고 구급, 해독할 수 있는 단방을 초록하여 “易知易得之藥을 博採集略하여 1편으로 꾸며 내 가족과 여러 벗들에게 보이고자 하였다”고 밝혔다. 저자의 친우라고 밝힌 김관호는 서문에서 “내 벗 白南은 옛 사람의 글을 읽고 옛 사람의 도를 즐겨 …… 세상 사람들이 옛 사람처럼 여겼다”라고 적었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인 1936년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인쇄하고 저자가 운영하던 것으로 보이는 潼南藥局에서 발행하였다.
목록은 따로 제시되어 있지 않고 풍문으로부터 본문이 시작하는데, 맥법을 먼저 간략하게 제시하고 세항목별로 긴요한 방제를 엄선하여 수록해 놓았다. 권미에 단방편을 별도로 수록해 놓았는데, 앞부분이 한문으로 된 원문을 그대로 실은 반면, 단방편은 한글로 된 구결을 넣어 좀 더 읽기 쉽게 배려하였다. 전반적인 본문의 기술방식은 『제중신편』의 편집방식과 유사하다. 이 책에서 보이는 ‘易知易得之藥을 博採集略’한다는 의약사상은 조선 초기 ‘易得之物, 已驗之術’을 내세운 『鄕藥濟生集成方』의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저자 서병효(1857~1939)는 호가 龜雲 혹은 白南으로 1901년 교수에 제수되어 관직에 첫발을 내딛었는데, 1903년 典醫長이 된 이후 1904년 태자비 숙직 전의, 1907년에 3등관시종에 제수되었다. 1914년 대한의사회 발기인으로 평의장을 지냈으며, 1916년 잡지『東醫報鑑』에 한성의학강습소 講述師로 기재되어 있다. 또한 통속잡지 『別乾坤』에는 수염을 멋지게 기른 그의 특이한 용모 때문에 인생 철학란에 등장하기도 하였다. 그는 오랜 전의 생활로『일성록』에 적지 않게 등장하는 당대 주요 인사였으며, 대한제국의 주요관직을 지닌 요인으로 등재되어 있다.
아마도 그는 이 책이 나오기 이전에 이미 대한제국 典醫職을 그만두고 나와 서울 시내 雲泥洞에 자리 잡고 한의원의 문을 열었던 것으로 보이며, 1930년대에 이미 서울 장안에서 이름난 의원으로 손꼽히는 인물 중의 하나였다. 일찍이 서병효를 집중 탐구(근현대한의학인물사 25회)했던 김남일에 의하면 이 책은 정조시대에 나온 『제중신편』을 근간으로 내용을 보완하고 자신의 견해를 덧붙여 펴낸 것이라고 보았다.
특히 그가 본문의 뒤편에 별도로 첨부한 단방편에 대해 당시 식민통치로 고통 받는 조선 백성들에게 도움주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평가하였다. 다른 한편 “모든 병은 대개 類傷寒이니 병증을 논할 때는 반드시 내상과 외감을 분명하게 살펴보아야 한다(百病皆類傷寒, 對病論症, 必先審內外, 醫之大分明矣)”고 전제한 그의 말을 통해 正傷寒보다는 잡병과 궤를 같이하는 類傷寒이 흔했던 한국인의 전형적인 질병 패턴을 파악하여 나온 知見이라고 파악하였다.
서문을 쓴 東愚 金觀鎬(1890~1959)는 高羲東과 함께 초창기 한국 서양화단의 개척에 쌍벽을 이루는 인물이다. 그는 평양에서 태어나 1909년(융희 3) 일본에 건너가 1915년 東京미술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였다. 이듬해 일본 문부성에서 주최한 제10회 전람회(文展)에 처녀작 ‘해질녘’이 특선으로 입선하여 화단의 주목을 끌었다. 일찍이 春園 李光洙는 ‘문전 관람기’를 통하여 김관호의 천재성을 상찬하였다. 귀국 후 평양에서 塑星會라는 미술단체 및 연구소를 개설하여 서양화 보급과 후진 양성에 힘썼다.
그가 어떤 계기로 서병효와 절친한 사이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미 의료계와 서양화단에서 유명인사로 통하던 두 사람의 만남은 특별해 보인다. 김관호는 저자가 의방은 생명에 관한 것이라 후학들을 위해 붓을 들어 책을 썼지만 자기의 견해를 세우지 않았고 俗方이 있어도 채록하지 않고 오직 선현들이 남긴 고방에서 수집하여 집록한 것은 성인의 ‘述而不作’하는 정신을 이은 것이라고 칭송하였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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