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림을 救濟하는 荒政의 기본
한의학에서 탕제 처방의 재료가 되는 약재 즉, 본초에 대한 전문적인 기술은 『신농본초경』 이래 역대 다종다양한 본초서로 편찬되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이 책 『구황본초』는 약성과 효능, 주치증 위주의 전통적인 본초서 기술방식과는 달리 식용법(救飢) 위주로 기술되어 있어 독특하며, 救荒書의 始初로 평가받고 있다.
『救荒本草』는 朱橚이 1406년에 간행한 책으로 총 414종의 구황식물에 대하여 꽃·열매·뿌리·줄기·껍질·잎사귀 등 먹을 수 있는 부위별로 구별하고, 각각의 異名·産地·氣味·調理法 등을 서술하였다. 또 독자가 쉽게 변별할 수 있도록 畵工을 시켜 그린 그림은 실제 형태와 비슷하고 매우 사실적이어서 실용도가 높다.
저자 朱橚은 원래 明나라 太祖 朱元璋의 다섯 번째 아들인데, 어려서부터 학문을 좋아하고 문장에도 능하였다. 26명의 아들과 16명의 딸을 두었던 朱元璋은 妃嬪이 아주 많았으며, 朱橚이 태어날 때 이미 南京과 그 주변지역을 점령하고 있었고 元나라에서 貢女로 바쳐진 高麗女人들이 있었다. 이들 중 한명이 朱橚의 생모로 여겨지는 공(石+貢)妃로 추측된다고 하니 사실 확인은 어렵지만 명나라 황실에 고려인의 기질이 숨어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朱숙의 生涯와 行蹟이 자세히 알려진 바가 적고, 그의 출생에 관하여 의견이 분분하다. 또 명나라 최고의 문예부흥을 이끌었던 永樂帝 朱棣와는 同母兄弟간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이슬람교도로 종단내의 반목으로 인하여 반역죄의 무고를 받아 謀叛事件에 연루되는 등 파란 많은 인생역정이 이어졌다.
그는 20여세부터 의학에 관심을 갖고 『保生餘錄』, 『普濟方』, 『袖珍方』 등을 편찬한 바 있었다. 특히 청대 『四庫全書』에 수록되어 우리에게 알려진 『普濟方』은 15세기 초에 간행된 전168권 분량의 방대한 의방서로 조선 초기 『의방유취』에 버금가는 대형 醫方書로 손꼽힌다. 이 책은 현재 잔본이 남아 있을 뿐이며, 『四庫全書』를 편성할 때 426卷으로 개편하였다.
이 책은 애초 周定王으로 봉해진 저자의 藩地 開封에서 흉년에 굶주리는 백성들을 구제할 목적으로 저술되었다. 특별히 농사짓는 사람과 식물을 구별하는 일에 능한 사람을 고용하여 약초가 생산되는 토양과 異名을 기술하고, 차고 뜨거운 성질과 달고 쓴맛 등 전문의약적인 지식을 자문 받았다. 또한 하나의 밭에 400여 종의 식물을 심어 싹트고 자라고, 열매 맺는 것을 관찰하는 한편, 숙련된 화공을 불러 직접 그림을 그리게 하여 펴냈다고 한다.
구황식물의 이용범위나 이용 방법은 지역에 따라 상당히 차이가 있다. 아울러 먹는 부위, 채취시기, 독성을 제거하는 방법, 조리법 등에 관한 설명은 구황에 있어서 매우 실질적인 부분이다. 그리고 정확하고 세밀한 그림은 식용 가능한 식물을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독식물에 중독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여느 본초서와 다르게 주치병증에 대한 부분을 과감히 생략하고 식재료로서 활용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하여 식용에 주안점을 두어 기술한 것이 특징적이다.
이 책에는 모두 414종의 구황식물이 기재되어 있는데, 그중 『本草經』에서 유래한 것이 138종, 새로 증보된 것 276종이다. 부류별로는 草部 245종, 木部 80종, 米穀部 20종, 果部 23종, 菜部 46종인데, 이중 잎을 먹는 것 237종, 열매를 먹는 것 61종, 잎과 열매를 모두 먹을 수 있는 것 43종, 뿌리를 먹는 것 28종, 뿌리와 잎을 먹을 수 있는 것 16종, 뿌리와 열매를 모두 먹을 수 있는 것 5종, 뿌리와 순을 먹을 수 있는 것 3종, 뿌리와 꽃을 먹을 수 있는 것 2종, 꽃을 먹을 수 있는 5종, 꽃과 잎을 먹을 수 있는 것 5종, 花葉과 열매를 모두 먹을 수 있는 것 2종, 잎사귀와 껍질, 그리고 열매를 모두 먹을 수 있는 것 2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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