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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밖의 한의사, 그들의 삶⑦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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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이들과 함께 세계에 도전하겠습니다”
7. 비보이 극장 대표 박기원 원장
어두운 무대 위로는 형형색색의 조명이 빛나고 있다. 7~8명의 비보이가 저마다 개성적인 안무를 만들고 동선을 짜며 연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얼굴과 표정에서는 열정이 묻어난다. 땀과 열정의 하모니는 보는 이의 마음을 은근히 동요시킨다. 거리문화를 상징하던 비보이(B-Boy)가 주류문화로 당당히 편입한 시기는 불과 10여년에 불과하다.
비보이들이 이제는 엄연히 자신들만의 전문영역을 개척해 나가며 한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성장하기까지 서울 서정한의원의 박기원(52) 원장의 숨은 노력과 헌신이 있었다.
■ 선도사업에서 문화사업으로
박기원 원장이 비보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경전공부를 통한 마음수양에서 비롯됐다. 동기가 다소 알쏭달쏭하다. 6년 전 한 정신적 스승에게서 도덕경, 불경 등을 배우던 그는 어느날 문득 ‘인간은 세상을 살아가며 공덕을 쌓아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다. 이후 공익적 성격이 짙은 일을 찾던 중 지난 2005년 8월 우연한 기회에 비보이 공연을 관람한 뒤 비보이들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저 춤이 좋아서 학교도 가지 않고 거리에서 하루 종일 춤을 추는 그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과 애정을 쏟는다면 당당히 우리사회의 주류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사비를 털어 같은 해 11월 홍대에 비보이 공연장 겸 연습실을 마련했고 비보이들을 하나하나 불러 모았다. 이들이 자유롭게 춤을 연습할 수 있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급선무라는 판단에서였다.
점차 그의 곁으로 비보이들이 모였고 크루(비보이 그룹을 지칭하는 힙합용어)도 박 원장을 찾게 됐다. 점점 커지는 규모에 지금의 비보이 전용극장과 비보이 공연을 전문으로 기획하는 SJ비보이즈(주)까지 설립했다. 청소년들을 위한 선도사업이 어느덧 문화적 거대사업으로까지 성장한 것이다.
박 원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사)폭력여학생선도협의회를 구성해 학내에서 폭력사고를 일으킨 가해 여학생들을 주축으로 비보이 봉산단과 함께 지속적으로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어린이집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처음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비보이 댄스를 통해 선도했다면 이제는 선도대상이던 비보이들이 어느덧 사회공익활동의 주체가 된 것이다.
■ 비보이를 사랑한 한의사
박 원장이 대표로 있는 비보이 극장을 설명하려면 아무래도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비사발)’를 빼놓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비사발 공연이 대중에게 선보이자마자 그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관람객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소문은 어느새 누적관람객 60만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나중에는 국회에 초청돼 공연을 성사시키는 쾌거까지 이뤄냈다.
특히 영국의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비사발이 공연부문 우승을 차지하는 등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 비보이들의 실력과 공연의 우수성이 검증된 것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단순히 댄서나 거리문화의 상징처럼 치부됐던 비보이들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한국 대중문화의 다양성과 성공적 롤모델을 우리 사회 저변에 인식시킨 중요한 계기였다.
그래서인지 박 원장의 비보이와 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대단하다. 본인 스스로도 춤을 좋아해 1주일에 3번 이상은 빠짐없이 라틴댄스를 연습하고 댄서들의 정서를 이해하고 젊은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최신 영화와 최신 가요를 두루 섭렵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수 테이와 이승철의 최신곡들을 배웠죠. 원래는 차 안에서 국악방송만 듣던 시절도 있었는데 제가 생각해도 참 놀라운 변화죠. 그런데 아직까지는 빅뱅 노래는 조금 어렵네요… 하하.”
■ 한류문화의 청신호 ‘베이비’
박 원장은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의 성공 이후 ‘BABY(Battle B-boy)를 준비 중”이라며 “비보이 남자주인공과 한국무용을 하는 여자 주인공의 만남을 통해 젊은이들의 꿈과 열정을 그려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랜 기획단계를 거치고 힙합댄스, 한국무용과 교수, 무대연출가 등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탄생한 ‘BABY’는 댄스배틀을 위주로 한 넌버벌(대사없이 몸짓만으로 진행되는 공연방식) 형태로 기획된다. 특히 각 비보이 댄스의 요소 곳곳에서 한국무용에 쓰이는 부채, 박 등이 소품으로 등장하고 격렬한 힙합리듬과 비트 속에 한국 전통음악을 삽입한 국내 최초의 퓨전 비보이 기획공연이 될 것이다.
여기에 동양의 춤인 한국무용과 서양의 춤인 비보이댄스는 어떻게 보면 음과 양의 조화를 표현해 독창적인 연출을 선보일 계획이라는 것이 박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번 공연을 단순히 공연 이상의 문화콘텐츠사업으로 집중 육성해 한국을 알리는 메신저 역할까지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지금 ‘맘마미아’나 ‘그리스’처럼 이번 공연을 해외시장에 선보이고 나중에는 외국 배우들에 의해 시연되는 수준까지 염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오는 8~9월 공연을 시작으로 10개국 순회공연도 준비 중이다. 사회사업가에서 이제는 한류문화의 전도사이자 문화사업가로 변신한 박 원장. 그는 이제 한의사이자 문화사업가로서 색다른 인생에 도전하고자 한다.
스스로를 아날로그적 인물이라면서도 언제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모험을 피하지 않는 박 원장과 그와 함께 세계 속에 한국을 알리기 위해 오늘도 연습실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비보이들의 열정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
민족의학신문 최진성 기자 cjs5717@mjmed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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