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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28] 天下寶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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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눈꽃송이
고대하던 『동의보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성공리에 확정됐다. 한국의학을 대표하는 명저이니만큼 한의계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慶賀할 일이다. 특히 이번 유네스코 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에서는 이 책이 동아시아 의학 발전에 미친 긍정적인 기여도를 높이 평가했다. 사실 서구의 과학기술 문명사적 관점에만 익숙한 구미권의 심사위원들에게 한자문화권에서 이루어진 전통 동양의학서의 가치를 이해시키기란 쉽지 않은 일이며, 광범위한 입증자료를 확보하여 제시해야만 한다.
헌데 중남미 카리브해 연안의 휴양지 바베이도스의 수도 브리지타운에서 진행된 최종 총회에 상정된 『동의보감』 등재 건은 다행스럽게도 회원국 대표들의 아무런 이의제기 없이 의결됐다. 총 56건의 대상후보 가운데 21건이 기각되고 통과된 대상 가운데도 일부는 추후 입증자료를 제출하기로 한 조건부 통과였다고 하니 등재 의결과정이 참 녹록치 않다.
우리 민족에게는 친근하고 익숙한 저술 가운데 첫손 꼽히는 명저인데도, 이 책이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기록된다는 사실에는 다들 놀라워하는 분위기이다. 하긴 전문 의학서로 분류되는 이 책을 세계기록유산에 신청하기까지는 국내의 선정과정이 더욱 힘든 고비였으며, 저간의 선입견이 한층 더 어려운 장애요소였으니 사회 일각에서 제기된 당황스러운 논평도 조금은 이해가 간다.
오늘 소개할 책, 『天下寶鑑』은 전 세계 온 인류의 보물이 된 『동의보감』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 책은 수백 년 된 값 비싼 고서도 아니요 궁중에 비장됐던 귀중서도 아니다. 하지만 소장자는 훗날 세계기록유산에 오를 것을 미리 예측하기라도 했던 듯 정성스럽게 장정한 표지 서명에 ‘천하보감’이란 이름을 붙여 놓았다.
일찍이 서문에서도 月沙 李廷龜(1564∼1635)가 “진실로 醫家의 보배로운 거울이오, 세상을 구제하는 훌륭한 방법(醫家之寶鑑, 濟世之良法)”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이것은 이미 이 책을 처음 펴낼 때부터 전문의학서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보건의료복지 차원에서 매우 뛰어난 기능을 갖추고 있었음을 말한 것이다. 전제 왕정 아래서도 ‘仁民愛物之德’과 ‘利用厚生之道’를 함께 펼친 뛰어난 의학백과전서였던 것이다.
이후 1723년 일본 京都에서 이 책을 중간한 幕府醫官 源元通은 “조선의 허준이 지은 동의보감 25권은 …… 진실로 백성을 보호해 주는 신선의 경전이오, 의사들의 비법을 담고 있는 문서이다.(朝鮮國, 許浚所編述, 東醫寶鑑 …… 二十五卷, 實保民之丹經, 醫家之秘급)”라고 선언했다. 또 『四庫全書總目提要』·醫家類續編에서도 ‘조선의학의 淵藪’라고 칭했다. 중국의학에서도 『동의보감』이 조선을 대표하는 명저란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1766년 중국판 서문을 지은 凌魚는 『동의보감』을 중국에서 간행한 左翰文의 공을 칭송하면서 “천하의 보물을 마땅히 천하와 더불어 하고자 한 左君의 어짊이 크도다”라고 하여 중원을 천하로 여기던 중국 땅에서 東國의 『동의보감』이 천하의 보물이라고 극찬했다. 이제 『동의보감』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돼 명실상부한 세계인의 문화유산이자 천하의 보물로 자리매김했다.
허준 선생은 『동의보감』 집례에서 “지금 이 책을 펴서 한 번 열람해 보면 吉凶輕重이 밝은 거울처럼 분명할 것이기에 마침내 『동의보감』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옛사람들의 남긴 뜻을 따르고자 함이다”고 밝혔다. 지구 저편에서 보내온 朗報에 한 여름 새벽 밤하늘을 뒤덮은 눈꽃송이를 보는 듯했다.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042)868-9442, answer@kiom.r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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