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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한의사 릴레이 인터뷰] 7. 김동수 연구원
2009년 08월 28일 () 13:04:00 webmaster@mjmedi.com
   
 
“표준화와 산업화, 의료공공성의 조화가 21세기형 한의학 모델”
한의학 고유성 살려야 과학적 사고 앞세운 마술 벗어날 수 있어

“한의계가 먼저 인두제를 정부에 제안해 저비용 고효율로
국민보건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해야 합니다”


한의학의 미래를 논하다
7. 대한한의사협회 한의학정책연구원 김동수 연구원


“대한민국 의료를 돕는 21세기형 한의학이 나오려면 한의학의 표준화와 산업화, 수가제도의 개혁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의료의 고급화를 지양하고, 모든 사람이 고루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의료의 접근성이 강화돼야 합니다.”
김동수 대한한의사협회 한의학정책연구원은 의료의 공공성을 강조한다. 한의계 현실 진단은 민족적이다.
“한의학이 위기라는 얘기가 나도는데, 이는 틀린 지적입니다. 한의계 화두는 사실상 한의사가 한의학의 주체가 되느냐 아니면 양의사가 되느냐 입니다.”

실제 한양방 일원론 또는 이원론은 한의계 전체를 지배하는 키워드로 떠오른 지 오래다. 한국사회는 광복 이후 합리적 과학적 사고를 앞세운 서양의 자연과학과 자본주의 세례에 힘입어 급격히 변화해 왔다. 반면 한의학은 과학적 사고와는 거리가 먼 듯한 인상을 풍겼다. 이제는 한의학만의 속성을 바탕으로 과학성을 담보해 나가야 전통 한의학이 살아남을 수 있다. 그때 비로소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는 새 한의학이 출현할 기반도 형성되고 의료의 공공성 강화도 자연스럽게 뒤따르지 않을까.

■ 사회 전체와 호흡하는 한의학 돼야

김 연구원은 현재 한의학 위상이 보조의학에 불과하다고 토로한다. 냉정한 평가다. 자기 비하라고 반발도 없지 않겠지만 일면 수긍하는 이들도 많을 듯하다. 김 연구원은 한의계는 대체로 한의원 내에서 자존심 회복의 돌파구를 찾으려 하는데 이는 생각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양의사들 중에는 국민건강을 위해 치료율보다 먼저 진료 불평등 제거에 앞장 선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 바람에 양방은 사회의학과 병원 중심의 환원주의가 설전을 벌이며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반면 한의학은 환원주의와 뚜렷이 차이를 보이는 전인적 학문인데도 오히려 환원주의를 추종하는 경향이 강해져 질환 하나에 집착하게 됐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원래 전통 한의학은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했다. 병원이라는 체계가 없던 시기에는 병원 그 이상의 사회의학, 즉 환자의 애환을 도닥여 줬다. 질환 치료는 한의사의 기본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환자 인성까지 살피고 사회가 정신적으로 건강해 지는데 일조하면 한의학 미래는 물론 한의사 위상도 높아지는 건 당연지사다. 김 연구원은 “한의학이 양방의 환원주의를 무비판적으로 좇으면 한의사 위상은 추락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고 역설한다.

■ 논쟁의 초점 ‘한의학의 사회화’

그는 한의계 소통이 원활해지려면 지금보다 더 많이 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개된 장소에서 치열하게 논쟁하고 한의사들이 더 분열해야 발전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토론의 활성화인 셈이다. 과연 가능할까. 토론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았고 더구나 우리 사회는 논쟁 후에는 감정적 앙금이 후유증으로 남지 않던가.
“젊은 한의사들이 많이 배출됐고, 이런 한의사들이 아젠다 설정에 나서 한의계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원화 일원화에 대한 논란도 중요하지만 논쟁의 초점을 한의학이 사회화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맞춰야 합니다.”

언론은 한의계에 대해 균형감각을 상실한 듯한 보도를 심심치 않게 내보낸다. 다른 의료단체는 의료영역을 둘러싼 파상공세를 펼친다. 한의협은 소 닭 쳐다보듯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묵살도 한 전략이지만 한의사 대부분은 전략이 아니라 무력감 아니냐고 의구심을 보낸다.
김 연구원은 이런 현상에 대해 “협회가 더 일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협회비를 올려야 한다. 문제 대처능력이 떨어진다기보다 예산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기 때문에 한의계는 지금이라도 현실적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며 홍보능력 극대화 방안으로 ‘한의학의 사회화’를 역설했다.

■ 한의학 장점 살린 ‘인두제’ 제안하자

그는 “WHO에 가입한 국가들 가운데 전통의학 위상을 우리 만큼 확고히 지닌 나라도 없을 것”이라며 “지금은 한의사들이 절망 속에서 자포자기가 아니라 정말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꿈을 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럼 무슨 꿈을 꾸어야 할까. 양방 속으로 들어가려 하거나, 고급의료로 남으려 하고, 기존 한의학 토대만 고수하려는 자세는 꿈이 아니라 안이한 현실 안주라는 게 김 연구원 얘기다. 김 연구원은 한의학에 대한 민족문화적 책임을 통감하고 대정부 설득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행 행위 별 수가제가 한의학을 망쳐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의계가 먼저 인두제(일종의 주치의제도)를 정부에 제안해 저비용 고효율로 국민보건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해야 합니다. 물론 한의대 졸업 후 2년 가량 임상실습을 의무화해야 한의사들이 주치의시장을 선점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은 예방의학에 강점이 있다. 한의계 인두제가 실시되면 국민보건을 위한 사회 인프라는 더욱 튼실해 지고 한의사들의 소득 양극화도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해 진다. 한방의 대중화도 보다 용이할 수 있다. 하지만 양방의 반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게 현실이다.

■ 한의학 미래 한의사에게 달려

김 연구원은 “유럽이나 미국은 대체의료 활용방안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며 “우리 한의사들도 시대에 걸맞은 한의학을 만들어 나갈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의계는 현안에만 매몰된 경향이 짙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비전 제시나 청사진이 전무하거나 미약하다. 김 연구원은 “협회 예산도 더 커져야 하고 나아가 의료생활협동조합처럼 지역사회에서 소통을 잘 해나가면 한의계에 희망은 있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대정부 소통력 강화도 숙제다. 김 연구원은 “한의계가 건강보험 장악력만 있었더라면 보험의 상승률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별 문제 없었을 터이지만 그동안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개원의들이 찬바람을 맞았다. 이제라도 한방 보험대상을 늘리고 한의원 접근성을 높여야 한의사 위상도 자연스레 올라갈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 연구원은 정도전을 인생의 롤모델로 여긴다. 정도전은 급진적인 개혁을 통해 조선 500년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일까. 김 연구원은 협회 일을 벗어나면 지역사회에서 의료봉사에 매진하겠다고 한다.


●… 취재후기

경희대 한의대 98학번으로 서울이 고향인 김 연구원은 대학시절 한의대학생회장을 맡아 활동했고, 졸업한 2005년부터 4년 간 부원장을 지냈다. 특별히 한의계와 사회에 대한 고민에 관심을 가진 그는 우연한 기회로 올 4월부터 대한한의사협회 정책연구원에서 연구직을 수행하게 됐다. 한의학정책연구원은 한의학 전반에 대한 전체적인 정책과 장기적인 비전에 대한 고민을 하는 곳으로 현재 김 연구원은 한약재 안전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 중이며, 변화의 시기에 도래한 한의계의 방향 설정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시간이 나면 틈틈이 ‘길벗’(한의사와 한의대생들로 구성된 의료연대 모임)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김 연구원은 얼마 전 쌍용자동차 사태 때 정문 앞에서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장시간 기다리면서 안타까움으로 발을 동동 굴리다 겨우 의료물품만 전달하고 돌아온 일이 있었다는 가슴 아팠던 일화도 들려줬다. 그 외에 젊은 보건인들이 모여 1년에 4번 정도 발행하는 소책자인 ‘다리’에 이따금씩 글 쓰는 활동도 하고 있다.
한의사인 부인 이주화 씨와 네 살 난 딸 민재 양은 그에게 있어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묶여진 애틋한 책임이자 동시에 쉼터다.

민족의학신문 강은희 기자 leona01@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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