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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터뷰 - 모유수유전문가 조선영 KBS한의원장
2009년 10월 29일 () 15:07:46 이지연 기자 leejy7685@mjmedi.com

   
“모유수유 지침에 정확한 한의학 내용 포함시켜야죠”
국내 첫 한의사 국제 모유수유전문가 합격한 조선영 KBS한의원장
내달부터 모유수유전문가 강의 시작… 임상진료 지침도 출간 예정

최근 한의사 11명이 최초로 국제 공인 모유수유전문가(IBCLC, International board Certified Lactation Consultants)가 됐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2007년 ‘바른 모유수유를 위한 한의사 모임’(대표 김성준, 바른수유모임)이 탄생된 지 2년여만에 맺은 결실이다. 바른수유모임은 15명의 한의사를 중심으로 2007년 4월 발기인 대회를 거쳐 정식으로 출범하면서 IBCLC 취득을 위한 공부모임을 시작했다. 그 간 본지에 ‘모유수유 지도해 보셨습니까’라는 칼럼을 50회(2007년 4월~2008년 8월) 연재하면서 국내 한의계에도 모유수유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이제 바른수유모임은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로 이름을 바꾸고 정식 학회 발족을 준비 중이다.

“모유수유를 주제로 한의학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 같다”

합격자 중 한 명인 조선영 KBS한의원장(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회원)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준비를 해왔는데 그 결과로 좋은 소식을 듣게 돼 기쁘다”며 “모유수유라는 주제를 가지고 한의학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모유수유에 대해 심도 깊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바른수유모임 소속 한의사들이 이번 IBCLC에 합격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8년 봄께 ILCA(국제모유수유전문가협회)에 13명의 회원과 함께 IBCLC 응시원서를 접수했어요. 그런데 IBCLC 본부가 응시원서를 반려했습니다.”

여기에는 ILCA 본부가 국내 한의학 의료체제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이유가 작용했다. 국내 한의사들이 Doctor 직군에 속하는 전문의료인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이 때부터 조선영 원장을 비롯한 바른수유모임 회원들은 ILCA측에 한국의 문화적 특성상 한의사들이 산후조리와 모유수유 케어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하고, 한국의 한의사들의 교육과 면허제도, 의료법상 지위에 대해 설명하면서 응시원서 자격제한을 철회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ILCA는 최종적으로 올 7월 13명의 한의사의 응시자격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IBCLC 응시를 위해서는 ‘일정 시간 이상의 강의를 들어야 하고, 모유수유 상담 경력이 직업 별로 일정시간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ILCA는 내부 논의를 거쳐 한의사에게 전문의료인(Doctor) 자격요건도 인정했다.

조 원장은 “진료 틈틈이 호주본부(태평양·아시아지역)와 수차례 연락을 주고 받으며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느라 어려움도 있었지만 주변 지인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줬어요. 대한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가족부 한의약정책관실도 적극 협조해 줬고요. 특히 바른수유모임 발족 때부터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강연석 원광대 한의대 교수, 영문 이메일 작업을 도와줬던 후배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한의학 자산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모유수유 표준화 지침을 만들어 나갈 것”

11명의 한의사 합격자들은 모유수유에 대한 한의학계의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올 12월에는 민족의학신문과 손잡고 모유수유전문가 양성을 위한 강의를 시작한다. 교육에 앞서 국제모유수유 표준지침안을 번역한 국내 임상진료 지침서도 발간할 예정이다.

사실 2007년 바른수유모임이 발족했을 당시만 해도 한의사가 IBCLC 자격을 얻을 수 있을지 여부가 불명확했기 때문에 한의사들의 관심은 많았어도 도전자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한의사에게도 길이 열렸기 때문에 관심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원장은 “IBCLC는 양방지식 뿐 아니라 전세계의 모유수유와 관련한 지식들이 총망라돼 있어 한의사가 임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산전·산후 관리, 영·유아 관리 등 진료에서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며 “IBCLC는 그런 면에서 한의사 개인의 임상능력 제고를 위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1명의 합격자는 개인의 진료능력 활성화 뿐만 아니라 좀 더 미래지향적인 목적을 갖고 학회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의학이 오랜 역사를 통해 모유수유와 관련해 쌓아온 학술적 근거들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논문 발표작업도 포함된다. 특히 양방 소아과 의사와 간호사가 중심이 됐던 국내 모유수유전문가 네트워크에서 한의사도 당당히 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학술·연구·임상분야에서 업적을 쌓아가야 한다. 학회 출범을 서두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의사가 만든 모유수유 임상지침이 전세계 보건정책에 반영될 기회”

조 원장은 “한의학에는 인류의 오랜 습관인 모유수유와 관련한 지혜와 경험이 풍부하게 실려있다. 한의사들이 이를 계승, 발전시켜 세계인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는 현대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풀어 설명해야 한다. 우리 학회는 한의학 자산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표준화하고 지침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여기에는 ILCA에서 발간한 모유수유전문가용 교재에 담겨있는 한의학과 관련한 내용들이 일부 부작용 사례에 천착해 오도되고 있는 현실을 바로 잡는 작업도 포함된다. 조 원장은 “양방약물과 관련해서는 복용법에 관한 자세한 지침이 있는데 반해 한약과 관련해서는 일부 한약재에 대해서만 복용금지라고 못 박았을 뿐”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논문 발표 등 연구가 반드시 선행돼야 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술연구는 임상 개원의들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한의대 교수나 한의학 연구자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동참을 당부했다.

합격의 기쁨도 밀어둔 채 강의에서 출판까지 산적한 과제를 안고 시작하는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의 발걸음이 다소 무겁게 느껴진다. 그러나 조 원장은 “한의학의 탁월함을 세계에 알릴 기회”라며 오히려 반색했다. “ILCA가 만들고 IBCLC가 사용하는 표준지침안은 모자 보건과 관련한 WHO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제 한의사가 만든 임상지침이 전세계 보건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죠. 한의계도 많은 관심을 갖고 동참해 주기를 바랍니다.”

이지연 기자

<박스기사>
모유수유전문가(IBCLC)란?

모유수유전문가는 50개국 4000여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주로 의사, 간호사들이 중심을 이루나 영양학자, 조산사, 보건정책 관계자, 심리치료사, 물리치료사까지 다양한 직군이 참여하고 있다. 국제본부는 미국에 있다. 우리나라는 태평양아시아를 담당하는 호주본부에 포함된다. 국내에서는 제1호 IBCLC 합격자가 간호사(김혜숙 박사)였으며, 지금은 양방 소아과 의사와 간호사들이 주로 IBCLC에 도전하고 있다. IBCLC를 응시하기 위한 자격요건은 각 직군에 따라 등급을 달리해 적용(교육시간, 모유수유 상담 경력시간 등)한다. 한의사는 닥터급에 해당한다. IBCLC 합격률은 80~90%로 높은 편이다. 합격 후에는 5년마다 시험 또는 보수교육을 통해 자격 갱신이 이뤄지며 10년마다 보수교육과 자격시험을 동시에 통과해야 자격이 유지된다.

IBCLC가 활용하게 되는 모유수유 지도의 표준지침안에는 모유수유와 관련한 임산부의 산전산후 관리, 영유아 보육까지 포함돼 그 범위가 넓으며, 특히 모유수유전문가를 통한 임상적용 결과는 국가의 모자 보건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저출산 문제와 연결돼 모자 보건정책에 대한 각국의 관심도는 크게 높아지면서 모유수유전문가에 대한 관심도 역시 커졌다.

국내 모유수유전문가 그룹 중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던 양방 소아과 의사, 간호사들은 세계 모유수유의 날에는 함께 모여 모유수유 증진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앞으로는 한의사들도 행사 주최자로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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