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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이지만, 그만큼 최선을 다할 것”
대기업 직원→격투기 해설가→한의사 인생유전
2010년 03월 08일 () 10:40:53 이지연 기자 leejy7685@mjmedi.com
국시 합격한 격투기 해설가 성민수
   


“마이너이지만, 그만큼 최선을 다할 것”
대기업 직원→격투기 해설가→한의사 인생유전

한의대는 다른 대학보다 상대적으로 만학도가 많다. 다양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도 별스럽지 않다. 해마다 한의대 합격자 중에서는 화제의 인물들이 각종 언론을 통해서 소개가 되곤 하는데 2월 치러진 2010년 국시 합격자 중에서는 유난히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다. 성민수씨. 프로레슬링과 격투기 해설자로 이 분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케이블 방송이나 공중파 등에서 접한 그의 얼굴과 목소리, 그리고 이름이 익숙할 것이다.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SDS의 전산직으로 입사했지만 새벽에도 걸려오는 업무 전화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는 그는 “전산 일이 내 적성에는 정말 안 맞았다. 자유로운 전문직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한다. 결국 2002년 회사를 나와 편입과 수능, 의전원 준비를 병행했다. 그러면서도 생업 겸 취미 겸 시작했던 레슬링 해설가로 이름을 날렸다.

지방의 의대에 편입 합격이 됐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서 입학을 포기했다. 다시 수능을 봐 “생각보다 좋은 점수”를 받았고 경원대 한의대를 입학하게 됐다. 2004년 결혼한 그는 통학거리도 중요한 고려 요소였다.

“어릴 때 동생이 안 먹던 한약을 대신 먹었던 것이 지금의 큰 키에 도움을 준 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하하. 동통질환을 앓을 때면 한의원을 찾곤 했었지만 꼭 한의사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한의사가 좋아보였다.”

자유로운 전문직 찾아 뒤늦게 한의대 진학
안주하지 않고 그릇 키우는 사람 되고싶어
분석력과 정보력 뛰어난 격투기 해설 유명

성민수씨는 2월 한의대를 졸업했다. 국시 합격도 했고 면허증도 받았다. 그가 바라던 전문직, 당당한 한 명의 한의사가 됐다. 합격 소감을 묻자 “썩 잘 본 편은 아니지만… 어쨌든 합격했으니 기쁘다”며 웃었다. 공부하느라 생업에 몰두하지 못했던 터여서 고생을 많이 했던 부인에게 특히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했던 한동하 원장, 정진우 원장, 경은배 원장, 임형호 교수, 송윤경 교수 등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그동안 생업 전선과 국시 준비를 병행하느라 6개월여 간 주변 사람들과 거의 인연을 끊고 지냈다는 그는 “시험 끝나고 난 뒤부터 사람들과 만나느라 한달여 간 술로 보낸 것 같다”며 “이제는 술자리는 피하고 싶을 정도”라고 힘들어 했지만 표정만은 밝았다.

PC통신 시절부터 레슬링 동호회에서 각종 정보 등을 분석해 냉철한 시각을 가진 컬럼을 쓰곤 했던 것이 눈에 띄면서 케이블 방송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던 것이 해설가로서 첫발이었다. 그의 해설은 오랜 관심에서 우러난 분석력과 정보력으로 호응을 받은 반면 남들보다 한발 앞선 예측 내용 덕분에 ‘안티 팬(?)’도 더러 생겼다.

레슬링 선수로는 브렛하트, 씨엠펑크, 격투가로는 타무라 티요시를 좋아한다는 그는 격투기 해설은 그만뒀지만 레슬링 해설은 계속하고 있다. 언론사에 컬럼도 정기적으로 싣고 있다. 뛰어난 영어실력 덕에 간간이 번역 일도 하고 있다. 수험생을 위한 공부 가이드 책도 한 권 쓰는 중이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상태지만, 그에게는 지금이 “내 인생의 피크”란다.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아 연구자보다는 임상가가 되고 싶다며 이제는 그가 바라던 한의사의 모습, 그의 꿈을 실현할 생각에 부풀어 있다.

한의계에 입문하기 전부터 다방 면을 거치면서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그 인연을 소중하게 지켜내고 있는 그는 ‘성공의 꿈’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롤 모델로 ‘신준식 자생한방병원장’을 꼽은 그의 꿈이란 이런 거다.

“간장 종지에서 간장을 퍼내는 것이 아닌 종지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한의계 내부에서 한의사들끼리 아웅다웅하기보다는 외부의 것을 끌고 들어와 파이를 키우고 함께 몫을 나누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라고 봅니다. 아직 초보라 역량이 부족하지만 좀 더 힘을 키운 뒤에는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그릇을 키우는 작업에 뛰어들고 싶습니다.”

그는 박사과정까지는 밟을 예정이다. 곧 대학원(한방재활의학)도 진학한다. 늘 그래왔지만 한의사의 일도 레슬링 해설가의 일도 병행할 생각이란다. 그는 “격투 스포츠계를 보면 많은 선수들이 침의 효능을 실제로 보고 그런 기사들도 심심찮게 나온다”며 “하나의 예로 든 것이겠지만, 내가 살아오면서 내 예상이나 전망이 틀린 적이 별로 없었는데 한의학에 대한 내 믿음은 확실하다. 그 믿음이 흔들린 적이 없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레슬링 해설자를 시작했을 때 나는 마이너였지만, 내가 뛰어든 분야를 창피하지 않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다. 한의학에 대한 믿음도 마찬가지다. 또 내가 그만큼 노력할 것이다. 내가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기대를 가져보고 있다. 무엇보다 제일 바라는 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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