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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나의 삶4] 허담
2003년 04월 18일 () 15:04:00 webmaster@mjmedi.com
본초 찾아 삼만리 'omniherb.com'

한의사 바른 한약재 찾을 수 있는 도로 놓을 뿐
많은 한의사 참여 속에 완성되고 다듬어질 사이트


허담 원장(대구 태을양생한의원)은 지난 4일, 4박5일 일정으로 또 중국을 다녀왔다. 반년이 조금 지난 올해만 내몽고, 운남성, 상해 그리고 한약재 표준품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중인 미국의 조지타운대학 생화학연구실의 초청을 받아 미국을 다녀왔으니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번에 찾아간 곳은 중국의 甘肅省이다. 감숙성은 大黃과 當歸의 주산지이고, 天水지역에 유명한 약재 시장이 있어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그러나 이보다는 대황 때문이다.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대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 문헌 저 문전을 뒤적여 대황(蓼科植物掌葉大黃Rheum palmatum L.)은 장엽대황을 가장 우수한 기원식물로 본다는 것을 알아냈다.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장엽대황을 찾아 국내로 들여왔지만 책에 나와 있는 지표물질로 여겨지는 센노사이드가 기대한 것만큼 나오지 않아 그 원인을 찾기 위해서였다.

감숙성에서 허 원장은 해발 3000m 고지에서 장엽대황의 진품으로 여겨지는 대황을 직접 확인하고, 이번에는 이 대황을 국내 한의사에게 선보이리라 마음먹는다.

약초 이해는 직접 보는 데서부터

1986년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개원을 했으나 일주일 내내 한의원에서 진료만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하루는 진료를 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동기 한의사이며 서울에서 개원하고 있는 어윤형·전창선 원장과 중간지역인 충청도에서 만나 약초가 자라는 모습을 보기 위해 속리산이나 민주지산을 돌아다닌 것이 'omniherb.com'의 모태이기도 하다.

도시를 벗어나 자연과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지만 한의사라는 신분과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이 약초였기 때문에 봄에 약초가 싹터 자라고 가을에 거두는 모습까지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생활하기를 수년 세 원장은 "약초를 이해하려면 약초가 자라고 있는 곳을 직접 찾아가 보아야 한다"라는데 뜻을 모으고 우리나라 남단이나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 자라는 약초의 모습을 보겠다는 욕심으로 95년 6월부터 일주일에 월·화·수 삼일만 진료하고 나머지는 약초를 찾아다니기로 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본지에 '한약재 이야기' 등 연재

약재가 자라는 곳, 약재가 유통되는 시장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기를 10여년.

허 원장 등 세명의 한의사는 시중에서 유통되는 약재와 자신들이 구해온 약재가 너무도 차이가 난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하며, 이것을 우리만의 것으로 묻어둘 수는 없다는 의견에 동의하고 한의계에 자신의 경험을 쏟아놓기 시작한다.

1998년 2월 장사꾼 취급을 하는 기자의 눈초리를 감내하고 본지에 '겨울 칡 같이 씁시다'라는 원고를 투고하면서부터이다. 이 기사가 신문에 나간 후 서울 제기동 약재 시장에는 '겨울 칡 있습니다'라는 선전 문구가 붙기 시작했다.

이후 '약초기행' '살아있는 본초의 바다로' '한약재 이야기'라는 연재를 통해 자신들이 그동안 산야를 돌아다니며 경험했던 이야기를 쏟아내 많은 한의사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냈다.

또 돌아다니며 구한 한약재를 한의학연구모임인 '공정재'를 통해 한의사들에게 공급하기 시작했다.

한약재관리규정의 실시와 한약재가 원료의약품으로 유통돼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동서약업사를 설립하고 인터넷을 통해 한약재의 정보를 올바로 알리기 위해 마련된 곳이 'omniherb.com'이다.

아직 완성된 사이트가 아니고 많은 한의사의 참여 속에 하나씩 정보가 쌓여 갈 것이지만 책에 이미 나와 있는 자료와 사진을 소개한 사이트와는 사뭇 다르다. 살아있는 산과 약초의 모습, 약재가 거래되는 생동감 넘치는 사진이 실려있다. 그리고 교과서에 나오는 약재 감별법이 아닌 시장에서 응용될 수 있는 약재 감별법은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허 원장은 "이 사이트는 많은 한의사 참여 속에 완성되고 다듬어질 것"이라며 "비틀어진 약재시장이 올바로 설 수 있는 작은 동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주 3일 약초 여행에 공들여

올해도 허 원장은 후박과 대황을 들여오기로 했고, 桂皮밖에 유통되지 않는 국내시장에 肉桂를 선보일 생각을 하고 있다. 특히 수입규제에 묶여 국내 수입이 불가능했던 방풍이 1일부터 수입이 허용돼 이번에는 야생에서 자란 방풍을 국내로 들여올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산지 가격보다 훨씬 싼 砂仁만이 유통되고 있는 국내 한약재 시장에 이 품목도 선보이고 싶어 라오스를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사이트를 이용해 한약재를 구해 사용해 본 한의사들의 한결 같은 바램은 더 다양한 한약재를 우리에게 소개해 달라는 격려에 힘입은 탓이리라.
그러나 지난해 수입해 온 후박도 가격 때문에 아직 소화하지 못하고 일부가 남아 있는데 또 동일한 한약재를 가지고 들어온다는 것은 언 듯 이해하기 힘들다.

품질이 우수한 한약재를 취급한다는 뜻은 좋지만 왜곡된 한약재 시장에서 이 뜻이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는 아직은 시기 상조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너무나 좋은 자연산에 가까운 五加皮 根皮를 구했으나 회분함량기준에 걸려 전부를 소각하고, 장준경 선생이 쓰셨다는 석고를 발견해 너무 많이 국내로 들여와 집 지으려고 하느냐는 놀림을 받고….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다.

중국 현지의 가격이나, 국내에서 올바르게 한약재를 제조했을 때 소요되는 경비를 약재 가격에 포함시킬 경우 현 시세보다 턱없이 비싸 팔리지 않아 지금까지 이들 한의사에게 경제적인 부담으로 안겨져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허 원장은 "산지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 사람을 어렵게 찾아내 거래를 이루었고, 내년에도 팔아 줄 테니 더 좋게 만들어 달라고 약속하고 왔는데 국내에서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고 농민들과 한 약속을 어길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라며 신뢰는 쌓기는 어려워도 잃기는 쉽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도로의 이용은 한의사 선택

"한약재 수입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현지의 관련 단체에 전화해 샘플을 보내라고 하면 바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샘플이 어디서 재배된 것이며 어떤 과정을 거쳐 작업된 것인지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또 정작 납품해 오는 한약재가 샘플과 동일하다고는 확신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중간 과정에서 섞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니까요."

허 원장은 일주일에 삼일하는 진료도 빼먹으며 산지에 들어가 직접 재배하는 모습을 확인하려고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한의사가 그냥 앉아서 요구만 한다고 정품이 나오지 않습니다. 직접 가서 요구하고 그들의 물건을 팔아주기 전에는 올바른 한약재가 나오지 않지요. 하물며 '가격만을 중시해서 한약재를 구입한다'고 선입견을 갖고 있는 그들에게 값만 조금 더 주겠다고 해서 최상의 한약재가 우리 손에 온다는 보장도 없지요."

허 원장은 자신이 하는 일을 '도로를 만드는 것'에 비유한다.

한의사들은 한약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재배되고 또 어떤 유통경로를 통해 최종적으로 자신에게 들어오는지를 정확히 알기는 힘들다. 대부분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시중에 나와 있는 포장된 약재를 구입해 환자들에게 투약할 따름이다.

한의사들에게 약재를 바로 볼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려는 욕심에서 '도로공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한의사 자신이 환자들에게 투약하는 한약이 어떠한 환경에서 자라고 또 유통돼 우리의 손에 오는가를 알 수 있을 때 한의학은 유지·발전될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현재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홈페이지와 약업사는 한의사에게 길을 놓아주는 역할을 할 뿐이고, 이 길을 이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한의사의 판단이라고 말한다. 또 약업사도 한의사들에게 이러한 것도 있다는 것을 제시해주고 모범을 보일 뿐이라며 이러한 시도가 계속돼 나가면 자연히 모든 약재시장이 바뀔 것이라 그는 굳게 믿는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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