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국사를 넘어선 동아시아 읽기

기시모토 미오,  미야지마 히로시 지음 김현영, 문순실 옮김 역사비평사 刊

우리나라의 왕조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유난히 길다. 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가까운 중국만 하더라도 그 기원이 뚜렷한 왕조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가장 길었던 한(漢)나라가 427년간 유지되었다. 당(唐)나라가 290년간, 송(宋)나라가 320년간이며, 익히 들어왔던 명(明)나라와 청(淸)나라는 공교롭게도 똑같은 277년간 유지되었으니 300년도 되지 못한다. 나머지는 너무 짧아서 여기서 비교할 수도 없다. 우리보다 굉장히 길 것 같은 나라의 역사들이 실제론 훨씬 짧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나라를 세우면 거의 500년은 너끈히 유지한다. 조선이 519년, 고려가 475년, 백제와 고구려가 약 700년, 신라가 992년이니, 한번 잡은 정권이 500년 가는 것은 예사다. 그만큼 문화와 전통이 오래간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 책은 조선의 역사에 명나라와 청나라를 묶어서 얘기를 펼치고 있다. 한 왕조가 두 왕조를 겪으면서 정치와 사회 및 문화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 비교하고 대조하여 통사로 엮고 있다.

스스로의 역사를 이해한다는 것도 쉽지 않을진대, 일본인의 시각으로 단순히 중국과 조선을 보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역사를 알기 쉽게 이해하고 흥미 있게 읽도록 쓰고 있어 새로운 재미가 있다. 또한 오늘날 한국과 중국의 전통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시대를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의 사회를 이해하는데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양반이란 개념처럼 우리로서는 당연한 것이 저들에게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개념이기에 어렵게 서술하고 있는 점도 자못 흥미롭다.

하지만, 이처럼 흥미가 있을만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역사의 흐름을 파악하게 하는 데는 부족한 면이 있다. 그래도 그러한 흥미를 통해 기초를 세워 조선과 중국의 시대적인 상황을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또한 유용하다. 아울러 일본인의 시선이 동아시아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현재의 이해관계 속에서 역사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통사적인 흐름을 다양한 주제로 엮어가고 있지만 한편으론 아쉬움이 남는다. 의학에 관해서는 어디에도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비록 ‘허준’이나 ‘동의보감’이란 단어가 언급되기는 하지만 그것은 다만 그런 사람과 접촉이 되었다는 정도다. 우리 의학에 관한 통속적인 연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인용되지 않는 탓이다. 수많은 참고서적에 의학에 관한 서적이 빠진 것이 못내 아쉬워짐은 나만이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값1만 8천원>

金洪均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