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직하게 한 우물을 파는 전문바보가 되라

차동엽 著 / 여백 刊

새해에 가까운 서점에 들렀다. 다양한 책들이 있었지만 유독 눈에 띄는 바보 zone이라는 제목이 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구절들이 많아 소개한다.

“Stay hungry, stay foolish!”

21세기 IT산업의 최선봉이자 애플社의 CEO 스티브 잡스가 2005년 스탠퍼드 대학 졸업축사의 마지막 부분에서 한 말이다. ‘계속 배고프라’라는 말은 계속 탐구하고 도전하는 태도를 강조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계속 바보스러워라’라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2009년에 방한한 스탠퍼드 대학교수인 윌리엄 바넷은 한국의 CEO들에게 ‘바보 리더십’을 주창하며 “최고경영자는 바보가 돼야 한다!” 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시대는 ‘목적 발견’의 시대이기에 ‘바보스러움’의 중요성을 스티브잡스도 강조한 것이다.

과거의 패러다임이었던 ‘목적 추구’의 시대가 아니라 이미 새로운 패러다임인 ‘목적 발견’의 시대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목적 발견이 생명력인 21세기 창조경제 시대에는 바보들의 특성인 꿈, 상상력, 몰입, 모험 등 유희적 요소가 결정적인 경쟁력이 된다. 그렇다면 이제 스티브 잡스가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뚜렷해진다. “바보처럼 꿈꾸고, 바보처럼 상상하고, 바보처럼 모험하라!”

항상 일등이 되라고 부추기는 현실이지만 사회에서 뭔가 큰 성과를 이룬 사람들은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판 사람인 전문바보(센몬빠가)가 되라고 저자는 말한다.

한 예로 아주 평범한 다나카 고이치를 소개한다. 그는 20년 동안 연구에만 전념하여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회사 주임이다.

또 실사구시를 추구하던 18세기 조선 지식인들의 가장 큰 특징은 ‘벽(癖)’이라고 정민 교수는 결론짓는다. 벽(癖)은 남들의 손가락질에도 혼자 뚜벅뚜벅 걸어가는 정신이다. 무엇이든 미치지 않고는 제대로 할 수 없다. 벽이 있는 자만이 독창적인 정신을 갖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벽은 요즘 마니아에 해당된다. 또 벽(癖)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치(癡)가 있다.

치(癡)는 요즘 음치나 길치라고 하듯이, 모자람이 지나쳐 병적인 상태다. 선조들은 호에 치(癡)자를 많이 사용했는데 이는 장인 내지 도인의 경지를 목표로 삼고서 그에 비추어 자신의 모자람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매진하여 발전을 꾀하고자 했던 것이다.

바보철학 12가지 중에 몇 가지를 소개하면,

첫 번째는 미쳐라. 벽(癖)과 치(癡)는 지나치게 미쳐있는 상태다. 그것 밖에 모른다는 한계를 내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기에 ‘그것’에 관한한 초절정 전문가로 통하는 이유다. 다양한 진료를 하지만 나만의 최대 강점은 어떤 분야일까. 이것을 아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헤겔의 집에 불이 난 일화를 들면서, 미쳤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두 번째는 황소걸음으로 가라. 느린 걸음으로 만 리를 간다. 영어 격언에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 느리지만 성실함이 승리한다는 의미다. 또 중국의 최대 시인 이백의 일화에서 마부위침(磨斧爲針).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과 같이 한다.

어느 날 젊은 화가가 거장 베크린을 찾아와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까? 그림 한 폭을 그리는데 2~3일에 한 장 정도 그리는데, 그것이 팔리기까지는 2~3년이 걸리니 말입니다.”

베크린은 “그림 한 폭을 그리는데 2~3년을 투자해보게. 그러면 2~3일 만에 팔릴 것일세.” 하고 충고한다.

우리는 너무 조급하고 쉽게만 배우려고 하며 빨리 해결하려고 맘에 안 들면 쉽게 포기하고 다른 것을 하려고 하는데 이래서는 진정 성공할 수가 없다.

세 번째는 투명하라. 러시아 망명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본 것을 본 그대로, 들은 것을 들은 그대로, 생각한 것을 생각한 그대로 말하는 바보를 나는 사랑한다. 여기에서 바보는 투명한자 솔직한 자로 본 것이다.

또한 독일 철학자 칸트의 아버지 일화가 나온다. 투명함은 궁지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올 새해는 가슴으로 느끼면서 한 우물을 벽치(癖癡)의 정신으로 파고 천천히 세상을 배려하며 살아가는 바보같은 마음으로 인생으로 살아가면 어떨까. (값 12,800원)

김진돈 / 서울 운제당한의원장, 송파문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