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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 한의약 의료기술의 정의와 범주 다시 써야
2011년 05월 26일 () 10:44:04 김재효 contributor@mjmedi.com

후한시대의 화타로부터 유래한 ‘九鍼之戱’를 떠올린다. 故 이은성이 지은 「소설 동의보감」에도 이 내용이 등장하는데, 살아있는 닭의 몸 안에 아홉 개의 각종 침을 침 머리가 보이지 않도록 찔러 넣되 닭이 아파하거나 죽어서는 안되는 고도의 침술 경지를 경쟁하는 게임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사용된 아홉 가지의 침의 존재와 용도는 잊힌 채 그 삽입기술에만 몰입한 나머지 사람들에겐 구침 모두가 몸에 찔러 넣는 용도로만 기억되고 있다. 그래서 지금 한의사를 포함한 우리에게 구침은 어떻게 몸에 찔러 넣었을까? 하는 의문은 존재하지만 구침이 갖는 의료기술의 실용성에 대한 호기심은 사라져 버렸다.

2003년 한의계의 숙원이었던 한의약육성법이 제정되었다. 그런데 제정이후 현재까지 이 법률을 통해 ‘한의약’이라 함은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의료행위(이하 ‘한방의료’라 한다)를 말하는 것으로 정의가 내려지게 되었다.

이 때문에 한의사 의료행위의 범위와 한의사 중심의 신의료기술의 개발과 보급이 크게 제한을 받고 있다는 주장도 낯설지 않다. 즉 전통지식임을 증명하지 못하면, ‘한의약’이란 표현을 오히려 쓸 수도 없고, 한의사의 진료범위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한의약과 현대 자연과학의 만남이 한의계를 중심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인 듯하다.

1976년 의학자였던 Gunn CC 박사는 동료들과 함께 「혈자리 : 알려진 신경 구조물에 근거한 분류법 소개(Acupuncture loci : a proposal for their classification according to their relationship to known neural structures.)」라는 제목의 논문을 시작으로 IMS의 개념을 개발하여 이후 특허를 취득하게 된다.

최근까지 서양의 여러 연구와 논문들은 Gunn 박사의 IMS가 acupuncture의 원리 속에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일정 영역에서 IMS가 침술의 범주에 포함되는 결과를 얻었다는 점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결정이 한의계가 가야할 길을 제시하고, 그 변화를 일으킬 시점이 도래한 것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우리는 IMS란 치료기술 속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기술인 한방의료의 정의를 찾아 볼 수 있지만, 한편 전통의 기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발전시켰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대화 과정 속에서 개발과 활용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그 권리가 기존의 전통지식을 소유한 쪽에만 편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처럼 글로벌화 된 현대사회에서 지적재산권이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영향 받는 상황에서 전통성(tradition)이라는 한의약 정의에 묶인 한의계가 미래 의료서비스시장에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가의 방향과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IMS가 비록 acupuncture의 관련성에서 긍정적 결과를 얻었음에도 향후 이 의료기술이 온전히 한의사에게 종속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의사의 전략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 것일까?

WHO와 서양의학자들은 鍼(acupuncture)은 ‘피부를 통해 삽입되는 도구’로서 포괄적이면서도 명확한 해석을 하고 있다. 반면 국내 한의학 교과서에서 침구요법은 “음양오행설, 경락학설, 장부학설 등 한의학의 기초이론을 근거로 하여 체표상의 일정부위에 각종 침구와 조작방법을 운용하여 물리적 자극을 주어 생체에 반응을 일으킴”이라는 표현으로 침의 정의와 범위에 조건과 제약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각종 침구라는 조건이 표현되었지만, 그 존재감은 느낄 수가 없다. 결국 우리는 여러 조건과 제약을 침의 정의와 범위에 포함시켜 불명확한 상황만을 키운 현실이 아닐까.

각종 鍼의 개발과 실용화 같은 의료기술의 다양화를 통해 鍼은 국제사회가 인식하는 ‘피부를 통해 삽입되는 도구’가 아닌 ‘피부를 포함한 생체를 자극하는 도구’로도 정의와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사에게 이런 인식 부족으로 鍼과 灸를 포함해 여러 한의약 관련기술의 정의 및 범위를 아직까지 넓혀가지 못하였다.

현재 한의계가 겪는 진료권의 한계와 각종 의료집단과의 IMS와 같은 의료기술의 분쟁은 향후 빈도가 높아질 것임이 분명하다. 더욱이 현대과학기술이 접목되어가는 과정에서 이러한 분쟁은 심화될 것이다.

나아가 21세기에 전 세계에 불어 닥친 ‘Wellbeing’ 바람과 관련한 의료서비스시장 규모의 증가는 정통의학(Allopathic Medicine)의 한계 속에 ‘보완대체의학’을 상업적으로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있고, 이를 선점하려는 관련 단체의 극한 대립과 분쟁까지도 예견된다. 또한 앞으로 전통지식의 寶庫인 한의학의 존재 의미, 즉 발달을 이끄는 주체인가 아니면 대상인가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처럼 전통지식과 현대의 자연과학과의 만남이 점점 늘어가는 현실에서, 의료인이란 중심에서 전통지식 기반의 한의약 관련 기술을 현대적으로 재탄생시킬 주체가 될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寶庫의 수문장 역할만 할 것인가? 당연히 주체라는 인식을 선택하였다면 지금 한의계는 ‘한의약육성법’이 정한 한의약 의료기술의 정의와 범주를 과감하게 다시 써나가야 할 시점이 아닐까?

김재효 / 원광대 한의대 경혈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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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한의사
(125.XXX.XXX.114)
2011-05-28 22:44:12
정작 같은 분야의 경혈학 교수님들도 김재효 교수님 같은 견해에 코웃음칠 겁니다
김재효 교수님 같은 견해가 정작 경혈학 교수들 사이에서조차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요? 젊은 교수 대부분 관행과 타성에 젖어 옛날 식을 따라갑니다. 월급나오니 걱정없고 한의학이야 어떻게 되든 교수 품위랍시고 만족하며. 몇년 전 새로 나온 경혈학 교과서 보세요. 예전 책에 비해 종이 질 좋아지고 양은 많아졌으나 무비판적으로 옛날얘기 늘어놓는 것이 딱 예전 교과서 수준입니다. 오죽하면 이런 칼럼까지 나왔을까요
공감합니다
(119.XXX.XXX.241)
2011-05-27 19:36:43
젊은 교수님들이 나서 주셔야 합니다.
결국 한의학을 정의하는것은 최종적으로 한의학자, 그러니까 대학 교수님들입니다. 한의학이라는 이름에 무엇을 채워나갈것인지, 많은 분들이 변화를 바라고 계십니다.
절대적공감
(112.XXX.XXX.109)
2011-05-27 10:03:52
절대적으로 공감합니다..
정말 시급하다고 생각됨
개원한의사
(125.XXX.XXX.114)
2011-05-25 22:30:57
김재효 교수님같은 경혈학 교수님들이 저술하고 강의하는 교과목을 다시 쓰면 되죠
경혈학 교수님들이 다시 제대로 쓰면 다른 한의사들은 그대로 따라갈 겁니다
다른 한의사들의 생각이 잘못된 점이 있다면 경혈학 교수님들이 저술하고 강의하는 교과목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겠죠
경혈학 교수님들이 제대로 저술하고 강의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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