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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 모자란 듯해도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하자
2011년 06월 16일 () 09:56:57 김윤경 contributor@mjmedi.com

예전 일본 동양의학회에 몇 년간 참여한 적이 있다. 거기서 흥행에 성공하는 학회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일본동양의학회지의 내용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한의사 제도가 없는 일본이라고 하지만 진료를 포기하고 학회에 운집한 수많은 참가자들, 모든 발표는 구두로 이루어지며 발표가 끝나면 앞다투어 청중들이 손을 들고 활발한 질의응답 시간을 이어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회의 이 모든 일정이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임상의들이 충분히 며칠의 진료를 포기하고 와서 얻어갈 만한 것이 있겠구나 싶었다. 기회가 되면 일본동양의학회지에 실린 논문제목들과 학회 발표내용들을 소개하고 싶을 정도이다.

미국에 가서도 충격을 받았다. 한의사도 아닌 Ph.D인 연로한 교수님이 한의학의 미래가치를 확신하고 군신좌사의 배합원리를 말하며 한 가지 처방을 10년 이상 연구하고 있는데, 명색이 방제학을 전공한 한의사인 나는 졸업하고 10년이 넘도록 연구자의 길을 걸으며 무엇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직접 못한다 할지라도 우리는 왜 주위 연구자들을 이 정도로 설득하고 확신시키지 못했는가.

물론 한의사들이 아무것도 안하고 세월을 보낸 것은 아니다. 우리도 나름대로 한의학의 과학화를 기치로 삼아 한의학의 치료효능 입증을 위해 몇 십 년간 노력해 왔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 우리가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필요를 절감해서 한의학의 발전을 위한 연구를 했는가.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도 이만큼 할 수 있다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학의 흉내를 내기 위한 연구를 열심히 해온 것이 아닐까. 남들이 맞다고 하는 방법으로, 하라는 대로 연구를 하는 것이 우리가 택한 쉬운 길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논문은 내부에서도 외면 받으며 우리의 학회는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고 만다.

그 결과 수 십 년의 연구결과들이 남들에게 인정받고 있는가? 그렇지도 못하다. 최근 공무원들과 이야기하던 중 한약처방의 신약개발연구들이 한약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의학적 원리에 의해 임상시험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해가 되질 않았다. 우리가 해온 “....처방이 래트에서....질환에 미치는 효과” 같은 연구들은 한의학적인 원리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의계는 엉뚱한 데 가서 수 십 년간 삽질을 해온 것일까?

이 논리를 우리가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외부에서 우리의 과학적 연구들을 보는 시각을 알 수는 있지 않은가. 더 이상 스스로 관심 없는, 한의학 자체의 필요와 호기심에 의하지 않은, 소위 과학적 연구를 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동안 우리는 깊은 내면에 비주류의식, 열등감, 패배의식 등을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학문은 소통이며 논문은 인용도에 따라 평가받는다. 내실을 다져 한의학의, 한의학을 위한, 한의학에 의한 연구를 해야 할 시점이다.

한의대에 들어온 무수한 젊은 인재들을 더 이상 패배의식에 젖은 비주류의사로 만들어서 내보낼 수는 없잖은가. 그간 한의대에서 배출한 수많은 박사들이 본인의 관심사를 주제로 잡아 연구를 수행하고 학위 후 전문가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었다면 한의학은 지금보다 5배는 더 발전하고 10배는 더 풍부해졌을 것이다.

우리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의학의 발전을 가져오는 것은 남들의 인정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자각과 행동이다.

김윤경 / 원광대 한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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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한의사
(125.XXX.XXX.87)
2011-06-19 06:09:53
김윤경 교수님같은 분이 한의대로 못 들어간 현실이 잘 보여줍니다
한의학 자체에 대한 연구는 없고 막연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연구나 논문을 위한 연구가 넘쳐나는 한의대 현실.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내용은 구태를 답습하는, 비논리적이고 임상에 거의 쓸모없는 이상한 지식들이고, 논문으로 발표하는 연구내용은 한의대 교육과 따로노는 내용들이고. 김윤경교수 같은 분이 한의대에서 연구하고 강의해야 그나마 구태를 조금씩 벗을텐데 약학대학 한약학과 소속이고 거기서도 소수그룹이죠
공보의
(119.XXX.XXX.150)
2011-06-16 23:30:42
한의학이 그 이름을 버리는것만이 한의학이 사는 길이다
하고 있습니다. 한의학적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 연구된, 한의학계에 의해 이루어진 상당한 과학적 발견들이 그 목적으로 인하여 제대로된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고 할수 있지 않을까요? 기미론에 의거한 애엽의 사용은(한의사들조차 소화기 질환에 애엽은 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현대제약학과 임상의학으로 무장한 스티렌 앞에서는 무기력하기만 합니다. 그 이유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보의
(119.XXX.XXX.150)
2011-06-16 23:27:40
과학적 가치가 없다면, 한의학이라 할지라도 버려야 한다
임을 알리고 또 교과과정 역시 그러한 논리 하에서 새로 짜여져야 하지 않을까요? '한의학적 원리'라는 공허한 실체를 보존하기 위해 너무도 많은것을 희생한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특허청에 '영구기관'이라는 이름으로 등록되는 기계들을 보면 실용적 관점에서 볼때 기관의 효율성이 기존의 그것보다 좋은 경우가 왕왕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효과를 주장하므로 현실적 가치마저도 부정당
공보의
(119.XXX.XXX.150)
2011-06-16 23:23:30
한의학 예외주의는 없다
은 정작 한의사에게도, 외부인에게도 한의학으로 비춰지지 않은것이 저는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여태까지 한의학이라는 특수성을 너무 강조하려는 나머지 정작 보편적인 한의학의 과학적, 의학적 가치가 퇴색이 되었고, 외부인들도 이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보게 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교수님들이 정말 해주셔야 할일은 한의학은 기이한 학문이 아니라 보편타당한 과학적 방법론에 의해 정립된것
공보의
(119.XXX.XXX.150)
2011-06-16 23:20:07
지역적 한의학인가 전세계적 의학인가
실어줄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당장 내일도 로컬 양의사들과 피튀기는 경쟁을 해야 하는 개원의의 입장에서 한의학의 가치를 살리자는 주장은 다소 현실과 거리가 있지 않나 합니다...
위에서 언급하신것처럼 한의대에서는 통상적인 의학연구를 하고 있고, 그 결과는 과학의 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지만, 외부인들이나 한의사 스스로도 그것을 한의학의 범주라고 생각하고 있지 못합니다. 한의학이름이라는 이름 하에 해온 것들
공보의
(119.XXX.XXX.150)
2011-06-16 23:17:10
한의학이 작은 분야라면 모르겠습니다..
말씀하신것처럼 일본동양의학회나 미국의 기초교수님들이 그러한 연구를 하고 계신것은 대단히 반가운 일입니다. 언젠간 좋은 성과가 나올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한의학'이 될지 아니면 '의학'의 새로운 발견이 될지는 잘 모르겠군요.
현실적으로 임상 한의사의 수는 이미 양의사의 1/5를 넘어섰고, 한의원 수는 1/3가까이 달합니다. 한의학의 범위가 좁고 임상적인 영향력이 적다면,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이런 행보에 무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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