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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 “Aggressive R&D 조직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2011년 08월 25일 () 10:18:45 김재효 contributor@mjmedi.com

최근 한의학연구원장으로 최승훈 경희대 교수가 선임되었다는 소식에 크게 축하드리며, 향후 그의 리더십과 통찰력으로 한의학연구원이 중추적인 R&D를 수행하여 한의약 전반의 발전을 이끌기를 기대한다.

우리나라에서 1990년대 이후 한의학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다양한 정책과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때, 한의학연구원은 한의약분야의 R&D를 이끄는 국내 대표적인 연구기관으로 성장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그리고 시대에 따라 떠오른 한의계의 각종 이슈와 대표 브랜드를 다양한 학문영역과 연계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중심적인 허브역할을 수행하여 왔다. 지금이라도 한의학연구원을 온-오프라인으로 방문해 보면 그간 많은 성과를 통해 한의약의 과학화와 표준화의 기반과 결과를 볼 수 있으며, 나아가 세계화된 한의학의 모습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런 활발한 R&D의 성적표 속에 아쉬운 점은 적지 않은 것 같다.

현재 급변하는 시장경제질서 속에 국내 의약계 전반에 불어 닥치는 거센 변화는 한의계도 예외가 아니며, 의료서비스를 포함해 연구 및 교육분야 등에서 거센 풍랑에 직면하고 있다. 더불어 전통지식과 기술에 대한 지적재산권 차원의 관심 증가로 국내외에서 표준화와 관련한 여러 이슈와 경쟁을 형성하고 있다.

한의학연구원의 역할과 R&D 방향 역시 이를 고려해 신임 원장과 함께 변화를 맞이할 것이며, 더욱이 최근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진행하는 출연연구기관의 조직개편은 연구원의 운영 방향에 큰 시련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한의학연구원이 자신의 존재 가치에만 매달려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한의계는 의료질서와 임상영역에서 많은 어려움과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그 중의 하나는 한의약의 보편성과 전문성의 상실감이다.

한 예로 ‘鍼灸’는 한의사의 고유한 의료라는 것에 헌법재판소로부터 겨우 합헌을 얻었지만 해당의료가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성이 통상의 의료행위와 비교가 될 수 없을 만큼 낮다는 평가를 받았고, 한의사면허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든지 민간인 상대 한의학시술교육을 할 수 있다는 판결은 한의약의 전문성이 향후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 사례일 것이다.

나아가 거대자본에 잠식되고 난립하는 건강보조식품 시장은 한약을 의약품이 아닌 식품으로 인식을 전환시키면서 한방의료의 전문영역을 크게 훼손하고 위축시키는 상황을 야기하고 있다. 그야말로 사방으로 한의사의 전문의료영역이 난맥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 천년 간 정당하고 보편적으로 행해져 왔던 다양한 전문의료지식과 기술들이 보편적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과학화와 표준화 시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다양한 첨단 과학기술과 지식을 접목하여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전문 한방의료행위’를 한의계에 제공하거나 관련 의료단체와 분쟁을 겪고 있는 의료기기와 기술의 당위성을 R&D 차원에서 얻을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 한의학연구원의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은 아닐까 생각한다.

이미 발판은 마련되었다. 그것은 최근 한의약육성법 개정일 것이다. 이제 이 발판을 동력 삶아 공격적이고 적극적인(aggressive) R&D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서양의학과 분쟁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의료기술을 R&D를 통해 어떻게 해법을 제시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최근 한의학연구원은 백화점식 방만한 연구가 아닌 특성화된 강소형 조직으로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고 한다. 이는 임무수행형 조직개편으로 전통지식의 당위성을 얻기 위한 기존의 방어적인(defensive) R&D 기관이 아닌 한의약에 근거를 둔 현대과학과 기술로 한방의료가 거듭날 수 있는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연구조직으로 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재효 / 원광대 한의대 경혈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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