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우리대학의 지역약물감시센터 심포지엄에서 식약청 담당 직원에게 “한약도 약물감시의 대상인가?”라고 했더니, 그는 “한약도 약인가?”라고 반문했다. 필자는 “당연히 그렇다”고 답하자, 그는 “그렇다면 당연히 약물감시의 대상이고, 약물유해반응신고(일종의 부작용사례보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약물부작용사례보고는 (한)의사, 약사, 환자 혹은 의료소비자 모두 식약청의 기쁘다(KiFD)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고, 지역약물감시사업단 홈페이지에서도 가능하다. 이메일, 편지, 전화나 팩스 모두 가능하다.

2004년도 이후에는 약물시판 후 부작용사례 보고를 제약회사와 약사에게는 법적인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한)의사에게는 자발적 보고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약물이나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관련해서 잘 알고 있다는 한의사들조차 이는 임상시험 중에 발생할 때만 보고하는 것이지, 실제 임상에서 발생하는 것은 꼭 하지 않아도 된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편으로는 귀찮아서, 몰라서, 말하면 손해 볼 것 같아서, 혹은 말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등등의 이유로 진실을 외면하고 모른 척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한방병원에서는 전자의무기록지(EMR, electrical medical record) 중 (한)의사 메인 첫 화면에 약물유해반응(ADR, adverse drug reaction)보고 아이콘을 만들고, 국제보건기구에서 권고하는 항목인 WHO-ART를 이용하여 (한)의사 보고를 시행하고 있다.

아직 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의약품에 준해서 보고시스템은 갖추어 놓았다. 물론 아직은 보고가 많지 않고, 보고 내용이 완벽하지 못하다. 한방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와 전문의들의 의식과 실천이 더 필요한 게 사실이지만, 적극적인 교육과 동기부여를 통해서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이제부터라도 한약은 안전한가? 한약은 부작용이 없는가? 한약을 복용한 경우 부작용은 얼마나 자주 일어나며, 중대한 부작용은 어떤 것들이 있고, 그 중 정말로 치명적인 경우 그 예후는 어떠했는가를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약 투여와 관련해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발생한 모든 자료를 우리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즉 한약의 부작용은 1년에 몇 건이고, 지역적으로는 어떻게 분포하며, 특정 처방이나 한약재에 대한 부작용 발생 건수는 몇 건인데, 그 중에 경미한 것은 몇 건, 심각한 것은 몇 건이었으며, 그 중 간 손상은 몇 건, 신장 손상은 몇 건, 소화기장애는 몇 건, 피부이상반응은 몇 건 등이었으며, 이는 전체 한약 투여 건수 중 몇 %에 해당하며, 각각 예후는 어떠어떠하다는 등의 내용을 소상하게 말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어쩌면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이 진실을 모두에게 알리는 것만이 우리가 그리고 한의학이 살길이라는 다소 역설적인 사실을 믿는 연유이다. 그리고 단 한 건이라도 한약에 의한 유해반응 시그널을 간과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노력과 의지가 국민들에게 전해져야만 우리가 살수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이러한 실체적 진심이 국민을 감동시키고 우리 스스로 확신할 수 있어야 의료인으로서, 전문가로서 당당해지고 자신을 신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한의학과 한방의료를 찾기 이전에 우리가 국민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지, 국민들의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위하여 어떤 기여를 해야 할 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창 호
동국대 한의대 한방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