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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한의대 실습교육, 현실적 컨텐츠 개발 절실
장욱승(경기 용정경희한의원 원장)
2011년 10월 27일 () 16:55:30 장욱승 mjmedi@mjmedi.com

지난 10월 14일 경희대 총장실 앞에서 경희대 한의대 본과 1학년 학생들이 열악한 한의대 교육환경 개선을 촉구했다고 한다.

인체 카데바(해부를 위해 방부 처리한 시신)가 너무 부족해서 정상적인 해부학 실습이 이뤄지지 못했던 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해부학 실습용 인체 카데바는 올해뿐 아니라 10년 이상 회자된 해묵은 문제인데, 드디어 학생 데모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인체 카데바는 상징적인 문제이고, 한의대의 교육 부실문제는 하나하나 말하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지경이다.

카데바의 예를 들자면, 이것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도 아니고 해당 법 때문에 기부자가 늘어나지 않고서는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없는데, 그냥 그 해 그 해 사정으로 미봉책을 제시하는 게 현실이다.

비단 해부학 실습뿐 아니라 한의대교육 개혁에 대한 목소리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학생들뿐 아니라 대학교 간 협의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경희대에서 올해 발표된 ‘뉴 패러다임 한국 한의학 교육과정 개발 연구’ 보고서를 살펴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너무나 원론적인 내용만이 가득하다.

양방에서 20년 전부터 논의되던 내용을 이제야 언급하는 경우도 많다. 실습의 예를 들자면, 여기서도 모든 과목의 실습에 대한 불만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고 있지만, 원론적인 해결책만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의대 교육개혁에서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일까? 학제개편이나 형식변화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내실 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해부학의 예를 들어보자. 해부학은 의학교육 내 기초 중의 기초이다. 당연히 대부분 내용은 숙지해야 하며, 인체 카데바 실습은 필요하다. 이를 위한 노력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한의사들의 입장에서 한의대 해부학 실습이 꼭 의대와 같은 형태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실제로 한의사들은 신경을 잇는다든가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지 않는다. 해부해서 어떤 부위를 절개하는 테크닉을 배우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는 말이다. 대신 침을 놓거나 약침을 쓰기 때문에 신경분포나 혈관분포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히 알아야 한다. 자침 길이나 각도를 조정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다.

내과적 질환을 볼 때 최근 복진을 활용하는 방법이 많다. 복진의 입장에서 본다면 내장의 부위와 실제 살아있는 사람의 진찰방법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해부도 필요하지만, 초음파나 기타 진단기기를 통해서 복진상 해당 장기를 정확히 찾아내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각각에 맞는 시청각 교재나 기타 교육내용이 카데바 실습 말고도 더 많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현재 이런 구체적인 내용을 만들었거나 준비하고 있는 교실이 몇 군데일까? 또 이런 내용이 실제로 전체 11개 한의과대학에서 공통적인 교육내용으로 들어가는데 몇 년이나 걸릴까? 불행하게도 필자가 졸업한 10년 이상의 시간동안 획기적 변화를 들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이런 내용을 좀 더 잘 전달하기 위해서 통합교육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실제 내용에 대한 합의 없는 형식적인 통합교육은 큰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하고 있는 통합교육이 결실을 이룰지도 지켜볼 일이지만, 다른 대학들의 교육 개혁도 좀 더 근본적으로 살펴보았으면 한다.

이런 내용들이 채워져야 학생들도 만족스러운 교육을 받을 것이다. 더 나아가 한의사들의 진단기기 개발이나 현대 진단기기 활용도 더 설득력을 가질 것이고 임상능력도 더 배양되지 않겠는가? 현실에 맞는 교육 컨텐츠 개발이 절실한 시점이다.

장 욱 승 / 경기 용정경희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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