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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유네스코 2013년 「동의보감」 400돌 축하 메세지
2011년 11월 03일 () 11:48:50 안상우 contributor@mjmedi.com

 

   

안 상 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요사이 신동의보감을 기획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던 터인데, 한국시간으로 10월 28일 저녁 8시 프랑스 파리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세계 교육과학문화를 총괄하는 유네스코 총회에서 「동의보감」 발간 400돌이 되는 2013년을 ‘동의보감 기념의 해’로 세계 각국에 선포한 것이다. 연일 미국과 유럽 현지에서 K-pop 열풍이 보도되는 시점이라 해외에서의 한국문화에 대한 환호와 한류열풍이 낯설지 않는 탓에 다소 감동이 무디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 UNESCO에서 2013년을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 기념의 해’로 선정한 것은 대중문화의 폭발적인 유행이나 감성적인 코드와는 좀 다른 측면에서 의미를 해석할 필요가 있다.

신바람이나 열풍은 쉽게 달아오르지만 전통문화를 이해하고 향유하는 것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일면이 있다. 반면에 한번 익숙해지면 끊이지 않고 열중하게 되는 적극적인 선호층을 양산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지속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특히, 아시아의 전통의학은 서양의학과 달리 역사와 전통을 기반으로 오랜 기간 이질적인 문화 토양 아래서 배태된 것이니만큼 전통사상이나 철학적인 배경에 과학기술이 복합적으로 접목되어 있으며, 이것을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써 문자나 언어장애 등에 가로막혀 진정으로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이번 유네스코 총회에서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 기념의 해’가 지정된 것은 「동의보감」이 오랜 역사를 통해 아시아인의 건강과 보건의료 발전에 이바지하였으며,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됨으로써 동의보감기념사업단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한 기념사업의 성과들이 국제적인 이해 증진과 세계의료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음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다.

지난 2월 프랑스 남부 툴루즈市에서 개최된 「동의보감」 특별전과 기념세미나에서는 진지하고 열정적인 프랑스 지식인들의 한국의학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갈망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단순히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고전으로서 「동의보감」에 열중하는 것이 아니라, 「동의보감」에 담겨진 400년 동안 온축해 온 전통양생의학의 지혜와 인격을 지닌 생명체로서의 인간관이 내재된 사실에 놀라워한다.

현대 서구인들은 산업혁명 이후 백 수십여 년 간, 인간을 병든 객체로만 바라봐 왔던 시행착오와 기계문명에서 산생된 자체 결함을 깨닫고서 그 해결의 실마리를 精·氣·神과 마음의 의학을 중시해 온 한의학의 기본정신에서 찾고자 한다. 이는 현대의학의 모순을 극복하고 인간 개개인의 주체성과 인격이 유지되는 맞춤의학의 가능성을 한의학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동의보감기념사업이 단순히 의료관광객 유치나 한의사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한의학 세계화’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동의보감」이 UNESCO를 통해 세계 인류의 건강을 지켜줄 미래 의학의 자산으로 인정받았듯이 한의학이 세계 보편의학으로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인류가 봉착한 현실의료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치료의학으로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 나가야 한다.

우리는 당독역과 두창 같은 신종전염병과 난치질환에 직면해야했던 당대 허준을 비롯한 의학자들의 입장과 각고의 노력을 되새겨보아야 한다. 양대 왜란을 겪으면서 「동의보감」을 편찬해낸 위업은 안온한 처지에서 거저 이룩된 것이 아니다.

먼 훗날 「동의보감」이 빛바랜 추억의 앨범으로 남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또 내일을 열어갈 미래의 한의학도들에게 샘솟는 깨우침과 감동을 주는 불후의 명작, 새로운 「동의보감」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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