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人不傳이란 말이 있다. 흔히 싹수없는 자한테 전하지 말라는 뜻으로 많이 쓴다. 그런데 필자는 이런 해석을 후대의 말장난으로 늘 생각해 왔다. 왜냐하면 말을 만든 사람이 제대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이런 뜻으로 말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다.

그러다 우연히 어느 한문책에서 비인부전이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신중히 읽어보니 역시나 그 내용은 모자란 학생에 관한 글이 아니라 못난 선생에 대한 경계의 글이었다. 즉 가르칠 내공이 없으면 가만있으란 말이고, 또한 핵심(其中)만 가르치란 뜻이었다.

비인부전의 원문이 되는 비슷한 문구가 황제내경 氣交變大論에 나온다. 여기서는 ‘傳非其人’이란 표현이 나온다. 문맥으로 보면 이 역시 같은 뜻이다. 황제내경은 다 알다시피 후인의 첨삭이 있다.

특히 69장 기교변대론에서는 첨삭한 흔적이 눈에 보일 정도의 표현이 나온다. 예컨대 첫 장에서는 황제를 대하는 기백의 모습은 평이하다. 그러나 기교변대론에서는 아주 깍듯하다.
이 부분을 알기 쉽게 의역하면 황제가 물어보면 기백은 머리를 조아리고 굽실거리면서 아부하듯 답하는 표현이 있고, 또 황제가 “지식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남한테 가르치지 않으면(期人不敎, 참고로 고문에 人이란 지배 엘리트를 말한다.) 이건 실수하는 것이고 엘리트도 아닌 자가 따따부따하면(傳非其人) 이는 하늘이 준 보물을 모독하는 것이라던데 내 비록 지극히 잘 아는 정도는 아니지만 남들이 애원하니 나라도 말해줘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폼을 잡자, 기백은 “말씀해주셔야죠, 도란 바로 그런 겁니다”는 표현에서 황제와 기백의 지위변화를 시켜놓은 첨삭의 흔적이 보인다. 또한 여기서도 비인부전의 뜻이 싹수없는 놈이 아니라 뭔가 좀 제대로 아는 자로 해석해야 자연스럽다.

고문이란 뜻글자이니 글자의 뜻을 문맥에 맞추어 해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더구나 고문은 광의의 동이족인 북방민족에 의해서 만들어진 글자이다 보니 한족의 어법과 다르고  현대의 우리 민족의 어법과도 다르다.

그래서 늘 해석상의 애매함을 피할 수가 없는데, 후대의 유식자들이 비인부전을 인용할 때 이러한 해석상의 애매함을 이용했거나 혹은 문맥을 파악하지 못한 무지의 소산으로 비인부전의 뜻을 처음과는 다르게 써오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IT산업의 발달로 정보의 홍수시대이다. 누구나 사소한 정보라도 생산하고 전파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정보 생산자의 신뢰성이나 정보의 질적인 내용보다도 그 정보가 단순히 사람들의 말초적인 감성을 자극할 수만 있으면 잘 퍼져나간다.

그렇다고 필자는 자극적인 정보가 잘 퍼져나가는 것 자체에 대해서 부정적이지는 않다. 왜냐하면 갈증이 풀어지면 물을 더 이상 마시지 않듯이 언젠가 호기심이 채워지면 사람들은 더 이상 그런 정보에 현혹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자존심을 갖추고 대중(民)이 아닌 엘리트(人)라고 생각한다면 현대의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골라내고 스스로 생각하여야 하고 또한 정보를 생산할 때 진리로부터 먼 내용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라는 말은 옛날에는 의(醫) 혹은 의자(醫者)라고 했다. 그러나 근대부터는 의사(醫師)라고해서 스승 ‘師’자를 붙인다. 일본에서 서구문화를 수입하던 시기에 doctor를 번역했던 지식인이 영어의 doctor가 가르치다는 뜻에서 온 것을 알았을 것이고, 그에 대응하여 동아시아에서도 의사는 원래 황제를 가르치는 스승인 기백과 같은 스승이었고 스승이어야 한다는 의미를 강조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사람은 그 존재 자체로 우주이다. 단순히 생화학적인 집합체가 아니다. 따라서 의사는 단순한 증상보다는 증상을 나타나게 해주는 몸 전체를 치료해야 하고 또한 현재의 몸보다는 지속적인 삶을 치료해주어야 한다.
물론 의료인도 먹고 살아야 하지만 능력이 안되는 사람이 그리고 삶을 치료해 줄 수 있는 핵심이 아닌 내용으로 각종 매체를 통하여 대중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첨언하자면 아득한 옛날부터 내려오는 비인부전의 경계는 어찌 의사한테만 그치겠는가? 이 사회의 모든 기득권자한테도 해당되는 말이다.

조 연 상 / 서울 강남할아버지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