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과 재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위해 지구촌 주치의로 나서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피해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한 신상문 씨.

의료인은 아픈 이가 있는 곳 어디에서든 필요한 존재

 “고통에는 국경도 없다”며, ‘지구촌 주치의’로 나서서 활동하는 단체가 있다. 글로벌 보건의료 NGO단체인 메디피스(Medipeace)가 그 주인공.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메디피스 사무실에서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신상문(43) 한의사를 만났다.

메디피스는 보건의료인 중심으로 활동하는 Global NGO로 한국 최초의 비종교적 보건의료전문 민간단체다. 2001년부터 러시아 연해주, 중국 동북3성 등 동북아시아지역에서 의료지원 및 빈곤감소 활동을 전개한 ‘동북아평화연대(Peace Asia) 의료위원회’로부터 독립하여, 2009년 2월에 빈곤과 재난으로 고통받는 인류의 건강과 인권을 보호하고 책임있는 보건의료활동을 통해 세계평화에 기여하고자 결성됐다.

신상문 한의사는 13년 전부터 메디피스 결성을 위한 고민을 해왔고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대전대 한의대를 졸업한 후 4년여간 임상경력을 쌓으면서 연세대 보건대학원에서 국제보건학을 전공한 그는, 10년간 동북아평화연대에서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며 NGO운영 및 트레이닝을 받은 베테랑 보건의료활동가이다.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 경제성장도 이뤘고,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고자 한다면 단순하게 돈을 많이 버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를 구성하는 콘텐츠를 어떻게 형성하느냐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 중에서 의료인은 무엇을 해야 되는지, 그 책무가 무엇일까 고민했을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 인도주의적인 실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영어가 싫어 의대보다 한의대를 진학했다는 그가 지금은 글로벌한 일을 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에게 임상한의사가 아닌 보건의료 NGO단체 활동에 뜻을 두게 된 특별한 계기를 물었더니, “의사란 진료실 안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라, 아픈이가 있는 곳 어디서든 필요한 존재”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의사로 진료활동을 하기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구촌 평화에 동참할 수 있는 정책을 기획하고 탄탄한 조직으로 꾸려나가기 위한 역할로 의료인으로서의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일반인들 중에 남을 돕고 싶지만 그 계기를 못 찾아서 동참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조직을 만들고,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면 10명, 100명, 1천 명이 그 일에 동참할 수 있게 됩니다.”
그가 진료 대신 메디피스의 사무총장을 맡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지구촌 주치의, 아픔의 현장을 누빈다
 메디피스는 러시아 연해주로 강제이주를 당해 고통받은 고려인과 러시아 국적을 회복하지 못한 무국적 난민 등을 대상으로 무상 의료지원 활동을 펼치는 한편, 중국 동북3성(길림성, 요녕성, 흑룡강성)의 의료소외기능 활성화를 위해 필수적인 1차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함께 베트남의 다이옥신(고엽제) 피해자 지원사업으로 정기적으로 진료단을 파견하고 현지에 지원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아울러 세계 모성사망률 5위인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유아사망률 감소 및 산모사망률 감소를 위한 활동을 펼치고자 하는 등 지역과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인간 존중의 의료지원을 실천하고 있다.

이들이 국제 무대로 활동방향을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 “한국에는 이런 단체가 없고, 할 사람도 찾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세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경우가 종교단체 외에는 없어서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 하는 사업으로는 난민의료지원사업이 있다. 2010년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UNHCR(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는 국내 난민지위신청자의 의료소외 문제 해결을 위해 메디피스에 의료서비스를 요청했다.

이들은 난민들에 대한 보건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 객관적 근거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국제 펀드레이징을 통해 난민들 실태조사를 준비 중에 있다.
이들이 지향하는 인도주의적 가치는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겠다는 것.

“한 사람의 뛰어난 의술과 헌신적인 봉사활동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지역에서 뿌리내려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개개인이 주인의식을 갖게 하겠다는 것이죠. 그래서 아무리 그쪽의 의료기술수준이 떨어지더라도 그 수준에서 약간 높게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지역주민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자꾸 역량을 강화시켜나갈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합니다.”

“기부문화 좀 더 확산되길”
이를 위해 미국 존스홉킨스대 보건대학원과 연세대 보건대학원이 주최하고 메디피스가 주관하는 ‘국제재난대응 전문가 과정’도 개설하여 전문적인 활동가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아울러 국제결핵연구소와 국립중앙의료원과 함께 결핵을 중심으로 한 의료검진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매달 1회 이상 지구촌 건강문제 대응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 심포지엄 개최, 질병조사 등도 진행하고 있다.
모 기업가는 세상은 넓고 할 일도 많다했지만, 어렵고 힘든 일만 찾아 다니는 이들에게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이 많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운영자금도 만만치 않을터. 기부금 상황은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국제펀드레이징을 통해 프로젝트를 수행하려고 하지만, 실제로 한계에 많이 부딪히고, 일반인들의 기부가 부족해서 이러한 정책들이 좌초될 수도 있음을 우려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기부문화가 매우 후진적인데, 사람은 누구나 기부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기부라는 것이 꼭 금전적인 게 아니고, 같은 노숙자라하더라도 자기보다 약한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는 것도 일종의 기부죠. 생각있는 기부, 비전있는 기부를 함과 동시에 반드시 모니터링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료실 밖으로 걸어나간 ‘지구촌 한의사’ 신상문 사무총장의 앞으로의 활동에 든든한 기부도 함께 보태어지길 기대해본다.

김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