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시 산하 서울북부병원(병원장 신영민)에 최초로 한방진료과가 설치되어 개소식을 갖고 본격진료에 들어갔다. 최방섭 한방진료과장을 만나 앞으로의 포부와 한방공공의료의 역할 및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서울시 산하 시립병원 13군데 중 북부병원에 한방진료과가 설치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병원장님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북부병원은 2006년도에 ‘북부노인병원’으로 개원했다가 2011년에 ‘북부병원’으로 개칭을 하면서 진료대상을 일반인들까지 확대했다. 아직 노인병원이라는 인식이 많기 때문에 한방진료과 설치를 통해 변화를 주고 싶어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또 서울시에서는 시립병원 내 한방진료과 설치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북부병원에서도 그 모델을 충분히 접목시켜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서울시에 직접 제안한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직원이나 입원환자들의 내부 설문조사결과 95%정도가 한방진료과 설치에 대해 찬성하는 등 그 필요성과 요구가 있었다.

-지난 해 11월 ‘서울시 한방공공의료활성화를 위한 서울시의회 공청회’에서 한방공공의료의 도입모델 중 하나로 시립병원내 한방진료과 설치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는데, 그런 결과가 현실에 반영된 것인가?
그렇다. 서울시에서도 시립병원 어딘가에는 한방과 설치를 해야 하는데, 시 산하의 병원장 모두가 양의사들이기 때문에 모두 설치를 안 하겠다고 했다면 서울시에서도 정책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난감했을 것이다. 그런데 신영민 병원장님이 한방진료과에 대해 필요성을 인식해 추진의사를 밝혔고, 작년부터 준비작업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번 한방진료과 설치가 한의계 내에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한의사들이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이 제도권에 들어갔다는 점이 가장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공공병원의 특성이 수익증대보다는 의료의 실효적인 부분에 가장 주안점을 두기 때문에 지역 공공보건사업과 연계가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한양방협진이 가능하다. 이를 토대로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프로토콜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왜냐하면 공공병원이기 때문에 과잉진료보다는 적정진료로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한양방협진 모델을 만들어내는데 훨씬 좋은 조건을 갖고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방진료과 설치로 기대되는 효과는?
한의과는 양의과보다 설치비용이 적게 든다. 앞으로 일정기간 진료를 하게 되면 환자들의 치료율과 만족도, 치료비용에 대한 비교분석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병원 내에서 하기 때문에 양의과나 한의과나 똑같이 진행할 것인데, 적정진료를 했을 때의 가장 이상적인 부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과 적정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현재 한방진료과에 한의사 TO는 몇 명인가?
TO는 2명인데, 개소한 지 얼마 안 되어 지금은 혼자 근무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한방진료과장을 한 명 더 충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 한방진료과를 어떻게 이끌어 갈 계획인가?
한의학의 우수함을 국민들에게 알려나감과 함께 병원 내 한양방협진에 관한 기본 프로토콜 및 행정적 프로세스를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다. 시립병원내 첫 케이스이다보니 좋은 선례가 되어야 서울시에 인정받을 수도 있고, 이를 토대로 다른 시립병원에서도 한방진료과를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어깨가 좀 무겁다.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서 한방공공의료부분의 역할은?
한의학 용어의 표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의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여러 가지 용어들이 이제는 21세기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구체성을 띈 언어로 표현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공공부분에서도 한의학을 수용해줄 수가 있다.
한의사가 공공의료를 공급하는 공급자이기는 하지만, 우리를 제도권에 선택해주는 것은 한의사가 아니다. 제도권에 진입시켜줄 사람들이 한의사들의 언어를 이해 못하기 때문에 제도권 진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다.
국민들이나 양의사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언어로 봐야하고, 우리 것을 그들의 언어로 재해석해서 소개하는 일이 긴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