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나주문화재 연구소 編 학연문화사 刊

농경생활의 시작을 신석기 시대로 보기 때문에 그 유물들은 간석기와 토기, 그리고 무기의 발달을 들 수 있는데, 빗살무늬토기는 이 시대의 대표적 유물이며 그 가운데 옹기(甕器)로 대표되는 옹관(甕棺)도 이 시대의 중요한 유물들이다. 주로 큰 강이나 해안가를 중심으로 발달되었기 때문에 이 시대는 어로와 선박의 건조도 이뤄지는 때다.

한국의 고대 옹관은 전국에 분포하지만, 여기서는 청동기 시대를 지나 원삼국 시대를 중심으로, 각 지역적 특색을 나타내는 형태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내륙에 발달한 옹관들의 특징들을 살피고 있기 때문에, 그 대상은 고구려, 백제, 신라, 그리고 영산강을 중심으로 한 가야 및 마한의 옹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또한 객관적 비교대상으로 이웃한 중국과 일본 등의 동아시아 옹관들의 발달도 함께 고려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옹관묘의 출토와 더불어 부산물이 같이 수습되어, 옹관에 매장되는 인물이 국가를 대표하는 지도자급은 물론 아이들까지 함께 하는 형태도 있을 만큼, 다양한 계층이 비교적 고르게 사용되어 왔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게다가 한 때 일제강점기 때 처음 발굴하기 시작하여 일본의 한반도 점유의 설을 내비치기도 하였으나, 그동안의 발굴성과로 한반도에서 가장 오랜 기간 사용되어온 전통적인 매장방식이란 것도 밝혀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발굴 성과에 비해 연구 성과는 미흡하여, 구체적인 역사적 조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역력하다. 더구나, 최근에 강원도 고성의 문암리 유적에서 발견된 밭고랑은 이미 최소한 5천 년 전 신석기 중기에 농경이 시작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같은 토기의 유물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는 가장 오래된 것도 2천 년을 넘어서지 못하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 장시성에서 발굴된 토기를 놓고 2만 년 전으로 역사를 거스르는 최근 발표를 보며, 정착생활을 시작한 농경시대에 들어와서야 토기가 사용됐다는 그간의 학설을 뒤집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역사는 현재까지 그동안 많이도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턱없이 모자르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신석기 시대는 이미 폄석(砭石)과 같은 침이 등장하고, 농경을 위한 화덕을 놓고 울법(熨法)이나 뜸을 사하는 시기이니, 단군신화에 영애(靈艾) 일주(一炷)가 등장하는 것으로 봐도 반만년 전의 시대와 일치한다.

즉, 일주의 ‘주(炷)’는 불(火)과 연관된 단어가 아니겠는가. 비록 영애가 쑥이었는지 영지였는지는 아직도 분분한 논란이 되고 있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그 단위로 사용되고 있는 ‘주’에 불의 의미가 들어있는 것을 보면 쑥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또한 영혼의 조상숭배가 이뤄지는 시기이니, 무의(巫醫)의 출현도 이 시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우리 의학의 시원(始原)을 되새기며 무더위를 식히고자 한다. <값 2만 원>

金洪均 /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