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는 최근 보건복지부의 한의원 만성질환관리제 추진 움직임에 대해 “과학적 근거도 없는 한의학으로 만성질환을 관리한다는 것은 실상 무자격자에게 국민건강을 맡기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4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환자 개인정보 유출 위험성, 신규 개원의 진입 제한, 진료선택권 박탈 등을 이유로 제도 시행을 반대해온 반면, 한의계는 고혈압, 당뇨 등은 원인치료가 중요한 질환으로 평생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제도 참여가 당연하다는 주장을 해왔다.

의협은 최근 ‘한의계, 돈에 눈멀어 의료공급자의 최소 도의 져버려’란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보건복지부가 동네의원 만성질환관리제의 의원급 의료기관들 참여가 저조하여 제도 자체가 지지부진 해지자 국민건강은 뒷전인 채 형식적 정책 성과에만 급급해 한방까지 이 제도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며, “한의학의 특성상 체계적인 학문적 개념, 과학적인 관리, 치료 및 검사와 평가 기법, 이를 모니터링할 객관적인 방법 등이 전혀 없음에도 굳이 한의사에게 만성질환 관리를 맡기겠다는 것은 현대 의학을 부정하여 상당한 후퇴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현 의료체계의 붕괴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또 만성질환관리제 참여 의사를 밝힌 한의계에 대해 “의협이 공급자 대표로서 심각한 문제들을 안고 있어 이 제도의 저지에 앞장서고 있는 틈을 타서 자기 잇속을 챙기는 데 급급하고 있다”면서, “얄팍한 인센티브에 눈이 멀어, 무면허 의료행위의 소지마저 있는 이 제도에 참여하겠다는 한의계가 소위 의료공급자의 일원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정곤)는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한국환자단체연합회(대표 안기종)는 “만성질환관리제는 고혈압·당뇨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하고 중증질환 관리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확대시행해야 할 제도이며, 의사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환자들의 병원비 경감 혜택을 막고 다른 의료주체들의 참여를 막는 것은 집단이기주의”라고 비판했다.

안기종 대표는 한의원의 만성질환관리제 참여에 대해 “환자들이 한약으로 치료 받는 것에 익숙해 있지는 않지만, 한약으로 치료해도 양방에서 치료하는 만큼의 치료효과가 있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한의원은 환자들 진료시 상담을 잘해준다는 점이 강점인데, 그런 점에서 한의원이 만성질환관리제에 참여하는 것은 좀 더 적합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의협의 불참선언으로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는 일선 의원들의 자율적 참여가 지지부진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