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24일 서울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14년까지 중소형 보건지소 75개 신규 확충 ▲보호자 없는 병원 운영 ▲건강주치의제 ▲영유아·산모 돌봄서비스 ▲고혈압·당뇨환자 대상 시민 건강 point제도 ▲민간의료기관 야간·휴일진료 등을 주요 골자로 한 공공의료 마스터플랜 ‘건강서울 36.5’를 발표했다.

박 시장은 “앞으로 서울시민은 보건소에 신청만 하면 ‘건강주치의’가 건강관리계획을 짜주고 관리해줄 것”이라며, “오는 2014년이면 보건소 역할을 하는 중·소규모의 보건지소가 75개나 확충돼 공공의료 서비스가 집에서 보다 가까운 곳에 자리하게 되고, 2015년이면 서울시내 모든 시립병원을 이용하는 시민은 보호자가 밤새 곁을 지키지 않아도 간병을 책임져줄 것이며, 의사가 24시간 전화로 상담해주는 ‘건강콜센터’도 설치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취약계층만의 의료라는 편견 속에 놓여 있던 공공의료의 개념을 시민 모두가 보편적으로, 적정한 수준의 서비스를 보장받을 수 있는 개념으로 강화해 점차 높아지는 시민 의료 수요에 대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또 ‘건강서울 36.5’에 대해 “향후 공공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종합적 가이드라인이자 구체적 실행 계획으로서, 반년이 넘게 시민, 전문가, 일선 공무원 및 현장 담당자 등 각계 1천여 명의 목소리를 118회에 거쳐 수렴한 끝에 마련됐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4대 권역별로 존재하는 시립병원 사각지대를 메워 지역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작업도 병행될 예정으로, 특히 4대 생활권역 중 유일하게 시립종합병원이 없는 서북권에 종합병원을, 동남권역엔 노인전문병원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10월 서울의료원을 시작으로 2015년까지 모든 시립병원을 ‘보호자 없는 병원’으로 운영하기로 하는 한편 간병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책임도 공공부문에서 나눠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시는 밝혔다.

또 민간 의료기관 50개소를 선정, 협력해 올 하반기부터는 시민들이 야간·휴일에도 진료서비스를 받기 쉽도록 할 계획이며, 24시간 언제든지 전화로 의사의 전문적인 건강상담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서울 건강콜센터’도 설치 운영할 방침이다.
‘건강서울 36.5’를 추진하기 위한 서울시의 2013년도 예산은 3천553억 원으로 시예산의 약 1.8%를 차지하며, 2014년에는 2.3%까지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한편, 의료계는 중소형 보건지소 75개소를 확충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26일 대한의원협회(회장 윤용선)는 성명서를 통해 “동네의원을 말살시키는 도시형 보건지소 설립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며, “동네의원과 직접 경쟁하는 도시형 보건지소를 늘리겠다는 것은 동네의원의 생존권을 박탈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한의계에서는 공공의료부문에서의 한의사 인력확충이나 구체적인 한방공공의료서비스 내용이 단 한 줄도 없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서울북부시립병원 최방섭 한방진료과장은 “이번 공공의료부문 마스터플랜에서 중소형 보건지소 75개를 확충한다고 했는데 발표자료에는 한방진료부문에 대해선 단 한줄의 언급도 없다”며, “한방공공의료부문에서의 한의사 인력채용 또는 시립병원 내 한의과 설치 등도 추진해볼 수 있다고 보는데, 한의계만 배제된 것 같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서울시한의사회 김영권 회장은 한방공공의료의 취약함에 대해 “서울의료원을 중심으로 시립병원이 모두 의사들로 이루어져 있어 한의계의 목소리가 의사결정에 반영되는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서울시한의사회에서는 오는 8월 말에 ‘한방공공의료의 활성화’란 주제로 공청회를 준비하고 있다”며, “공청회 때 한방시립병원 건립추진을 포함해 현재 강서구와 동대문구에서 시범실시하고 있는 한방어린이 건강증진사업을 다른 구에서도 확대실시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어르신 건강증진사업에도 한방공공의료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시에 강력히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또 “이번 ‘건강서울 36.5’에 소요되는 시 예산이 약 1.8%로 2014년에는 2.3%까지 점차 확대될 예정인데, 한방공공의료사업도 추후에 추가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