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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의료일원화,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대비해야
2012년 10월 11일 () 14:59:11 김재효 mjmedi@mjmedi.com

   

김 재 효
원광대 한의대 경혈학 교수

최근 천연물신약 및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해 의사단체와 한의사단체 간의 대립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갈등을 조장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로 출발했다가 현재는 ‘한방대책특별위원회(한특위)’로 명명되는 대한의사협회 산하의 위원회가 그러하며, 현 제19대 국회 의사출신 초선의원의 “한의대·의대 통합”이란 공식 입장 등이 그러하다.

이제 의료계 내에 불어 닥치는 갈등과 주장들을 볼 때 앞으로 한국사회내 의료시스템 변화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아져 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의계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생각과 논의가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최근 권영규 교수(부산대 한의전) 역시 의사와의 의약품의 처방권과 진료권 논쟁이 의료일원화 논쟁으로 확대될 수도 있고, 한의계의 선택에 따라 의료이원화라는 미래의료시스템의 발전적 논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내다보았다.

그런데 이와 같은 상황에서 눈에 띄는 점이 있다. 먼저 ‘한특위’의 활동인데, 그 내용을 보면 한의학에 대한 네거티브적 국민 공론화, 법리적 대응, 출판물을 비롯한 대언론 홍보와 대외기관 협력사업 등이 그것이다. 이들 내용이 어떤 점에서 그들의 일상적 행태라 여길 수도 있지만, 최근 어느 시민사회단체의 활동모습을 보면서 필자에게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은 ‘한특위’ 위원장이 활동하고 있는 ‘광주전남행복발전소’라 불리는 NGO단체에서 두드러진다. 이 단체에서 그는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데,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서 순수 시민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그런데 이 단체는 스스로 밝힌 것처럼 의료일원화를 내세우며, 시민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나아가 ‘의료일원화국민연대’와 함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을 후원하는 방식 등으로 서로 간에 인맥과 활동으로 얽혀 있고, 그 바탕에서 한의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하며 의료일원화의 당위성을 시민사회활동과 문화활동 속에서 스며들게 하고 있다.

그 대표적 모습으로 의료일원화를 인권운동으로 포장하고 있다. 즉 한의학은 비민주적이고 환자의 인권을 망가뜨린다는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도가 합리적인 현대사회에서 받아들여질까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행동주의 심리학에선 평범한 사람이 거짓된 정보임을 인식하더라도 그 내용에 자꾸 노출되면 어느 순간부터는 사실로 받아들이는 뇌의 모순적인 기능이 작동한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의협이 의료일원화를 추구하는 활동의 근거는 무엇일까? 흥미롭게도 “의사는 최선의 진료를 위하여 의료관련 법령 및 제도, 정책 등을 개선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의협의 윤리지침이다. 이전부터 필자가 강조했던 의료윤리지침의 의미와 중요성이 바로 이점인데, 올바른 의료행위가 현행법과 국가의 정책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면 법령과 정책을 바꿔가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의료윤리지침에서 정한 명분인 것이다.

결국 의료윤리를 통해 의료인의 역할이 사회적·정치적·문화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뻔히 보이는 편견과 부당함이 명문화된 윤리를 통해 善하고 義로움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의료일원화 문제가 인권과 윤리적 이슈로써 부각되고 시민사회운동으로 확산되게 함으로써 한국사회가 추구해야 할 정책과 방향으로 전환시키려는 의도를 찾아 볼 수 있다.

과학화 객관화와 같은 이슈로 논쟁을 불 지피면서 한의학의 지식과 의료에 압박을 가하는 한편 일반 대중과 사회에는 윤리와 인권이란 이슈로 왜곡된 사회·문화현상을 만들어 가는 ‘한특위’의 모습을 우린 지켜보고 있다.

이런 모습에 더해 필자가 염려하는 점이 있다. 그것은 의료사회의 또 다른 영역에서 불고 있는 통합의학의 붐이다. 통합의학은 미국의 일원화된 의료사회에서 과학화 객관화라는 검증을 통해 보완대체의학을 수용하자는 취지로 시작되었지만,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는 보건산업육성을 위해 통합의학을 육성하겠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만약 이런 배경에서 의료일원화 활동 속에 성장해온 문화·사회적 네트워크와 혼용되고 변질되어 버린다면, 한의학은 과학화와 객관화라는 검증논쟁을 넘어 사회·문화적 왜곡 속에 자본의 논리에 따라 흔들리는 커다란 시련을 겪지 않을까 싶다. 그것은 미국식 통합의학과 ‘한특위’ 의료일원화의 최종 목적지가 동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자가 선의라면 후자는 악의를 가지고 접근한다는 차이일 뿐이다.

한의계는 지금 자연과학의 시각에서 던져진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과학화와 객관화에 몰입하며, 한편 표준화와 국제화 이슈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정작 한방을 비난하는 양방은 사회·문화적 영역에서 인권과 윤리라는 측면을 이용해 우리가 비워 놓은 자리에 들어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 우리 스스로에게 묻고 싶은 것은 한의학의 강점과 약점을 고려해 지금부터 강화시켜야 할 내용과 전략을 구상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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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효
(61.XXX.XXX.104)
2014-06-12 10:02:23
1
언제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김재효
(61.XXX.XXX.104)
2014-06-12 10:01:00
1
교수님 댓글을 이제서야 봤네요.
김기왕
(121.XXX.XXX.225)
2012-10-12 06:08:50
그래서 한의대의 의료윤리 과목 도입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제대로 잘 짚어주셨습니다! 시원하네요. 의대에서 그토록 의료윤리를 강조하는 이유가 결국은 전문가들의 배타적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한의대에서 의료윤리 과목을 도입하는 데도 심사숙고가 있어야 합니다. '정말로 착한 사람을 만들기 위한 교육'이라면 대환영이지만 의료인의 자율적 가격결정권을 뒷받침하기 위한 꼼수로서 도입된다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입니다. 그야말로 윤리적인 이유에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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